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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어 노랫말 흥얼거리면 단어암기 절로

등록 2010-02-28 15:17

지난 2월23일 건국대에서 열린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 한국대표 선발대회 모습. 한국 대표로 뽑힌 최종 우승자는 미국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한다.
지난 2월23일 건국대에서 열린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 한국대표 선발대회 모습. 한국 대표로 뽑힌 최종 우승자는 미국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한다.
[이주의 교육테마] 효과적인 영어학습법
영화·체험활동 등 통해 흥미유발 가능
영미권 문화·어원 찾아보는것도 도움

무작정 영어 사전을 끼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영어 사전을 통째로 암기하면 영어 ‘영재’ 소리를 듣곤 했다. 많은 영어 단어를 외웠고 단어장에 빼곡히 적어놓고 보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외국인을 만나 대화를 할 때면 다물어진 입은 열리지 않았다. 언어를 습득하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저 ‘단어 외우기’에만 매달린 탓이다. 영어를 좀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지난 2월23일 건국대에선 세계 최대 규모의 영어 철자 말하기 대회인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 이하 ‘SNSB’) 한국대표 선발대회가 열렸다. ‘스펠링비’는 출제자가 출제 단어를 발음하면 참가자가 철자를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는 대회로 미국에서 인기있는 언어 게임이다. 철자를 맞히지 못하는 참가자가 한명씩 탈락하면서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참가자는 출제된 단어의 뜻, 품사, 어원 등을 영어로 질문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엔 90여명의 초·중등 학생들이 참가해 미국 본선 진출을 놓고 실력을 뽐냈다.

철자를 정확히 말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어려운 단어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단어의 발음뿐만 아니라 뜻, 품사, 어원, 예문까지 공부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의사소통의 필수요소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을 모두 평가할 수 있어 진정한 영어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자리다.

harangue(열변)이라는 최종 우승 단어를 맞혀 SNSB 한국 대표가 된 김현수(14)양의 영어 철자 말하기 비법은 뭘까? 김양은 외국에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다. 김양은 “무조건 영어 단어를 외우기보다는 단어의 어원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단어를 알고 있어도 모르는 단어가 문제로 나올 수 있는 만큼 단어의 어원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철자를 말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원을 알면 일정한 규칙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김양은 단어의 발음을 듣고 정확히 말하기 위해서 그 뜻은 물론 어원, 예문까지 사전에서 찾아본다. 어머니와 함께 게임하듯이 문제를 내고 맞히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처럼 창의적인 영어 공부를 위해선 뭣보다 영어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정성연 선임연구원은 “학습자가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들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와 같은 시각물에 익숙한 아이라면 영어 교육 방송이나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영어를 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이성환(14)군은 “처음엔 영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영화를 즐겨 보다 흥미를 느꼈고 나중에는 자막 없이도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어 읽기 교재는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 기법이 나온 교재를 고르는 게 좋다. 아이들이 단계별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스스로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놀이와 체험 활동도 효과적인 영어 학습 방법이다. 감성과 놀이를 영어에 접목하면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간단한 편지 쓰기, 광고 문구 쓰기, 만화 그리기 등을 통해 영어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먼저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편지를 써 보고 익숙해지면 영어로 시도해 본다.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다 보면 어느새 영어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제 제7차 초등학교 영어 교육과정에는 게임, 역할놀이, 노래 등을 할 수 있는 모둠 활동과 체험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그림책이나 소설책을 읽는 것도 영어 단어 습득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번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윤정(14)양은 “책을 통해서 단어를 자주 접한다. 영어 원서를 읽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사전을 찾기보다는 앞뒤 맥락을 살펴보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1980년 SNSB 우승자이자 버몬트 대학 고전학 교수인 자크 베일리 박사는 “언어를 공부할 때는 그 의미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어가 어디에서 파생되었는지와 예외적인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교사의 구실도 중요하다. 아이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았다면 학습 속도나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조언과 안내를 해줘야 한다. 영어 퀴즈 대회나 영어 말하기 대회 등에 나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자신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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