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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말과 글 속에 담긴 생활방식

등록 2010-04-04 15:24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수준-중2~고1]

91. 노랫말에 담긴 시대정신
92. 국어와 문화
93. 우리말에 담긴 뜻

※ 다음 표에서 ( )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우리들 가운데에는 문자라고 하면 아주 썩 고상한 무엇으로나 알지만 문자도 곧 말의 하나이다. 물론 말에도 고상하고 야속(野俗)한 것이 있음은 사실이어니와 이는 그 사용과 습관에 따른 것이요, 그 말 본체가 본래 아속(雅俗)의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니니 공부를 형설(螢雪)이니 탁마(琢磨)니 한다고 그다지 고상할 리가 없고, 도적을 녹림호객(綠林豪客)이니 양상군자(梁上君子)니 한다고 그다지 고상할 리가 없다. (중략) 일반으로 우리말에도 개개의 말이나 단어가 다 문자가 될 것은 물론이라, 이 아래에 문자의 예를 적노니, 이 하나로 우리말의 단어를 익히게 하고 다른 하나로 있는 말도 쓰지 않고 굳이 한자에 가 찾아 문자라고 쓰는 폐단을 막고자 함이다.

- 권덕규, <조선어문경위> (표는 옮긴이가 그림)


① ㉠:설화(雪花) ② ㉡:세우(細雨) ③ ㉢:화두(話頭) ④ ㉣: 여행(旅行) ⑤ ㉤: 풍우(風雨)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나타낸다. 우리말 가운데는 순수한 우리말이 사라지고 한자말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들이 많다. 권덕규는 일제강점기 주시경을 이은 국어학자로, 우리말의 어원과 어법을 연구한 대표적 학자다. 그의 <조선어문경위>(1923, 광문사)에는 국어의 문자, 어휘, 어법뿐만 아니라 속담이나 편지 등의 국어 문화와 관련된 좋은 글이 담겨 있다. 특히 한글과 한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원에서 한자말로 대체된 순수한 우리말을 찾아 서술한 부분은 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읽어볼 만한 부분이다. ㉣의 나들이는 ‘출입’(出入)을 나타내는 말로, 최근에는 ‘소풍’과 같이 가볍게 놀러가는 일까지 포함한다. 표 안에 있는 ‘구실 길’에서 ‘구실’은 벼슬을 뜻하는 우리말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오늘날은 ‘역할’을 나타내는 말로 의미가 바뀌었다. 이처럼 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 다음은 <조선어문경위>에 들어 있는 ‘수수께끼’들이다. 이 책이 쓰인 1920년대의 문화를 고려하여, 각각의 질문에 답을 적어 보자.

⑴ 오지 말라고 하여도 오고, 가지 말라고 하여도 가는 것은 무엇이냐? : 세월, 광음(光陰)

⑵ 발은 없으나 천하를 통행하는 것은 무엇이냐? : 바람

⑶ 외기둥에 기와집을 지은 것은 무엇이냐? : ( ㉠ )

⑷ 잎사귀 끝에 열매 맺는 것이 무엇이냐? : 파

⑸ 아버지는 사람인데 자식은 짐승인 것이 무엇이냐? : ( ㉡ )

⑹ 해의 동생이 무엇이냐? : ( ㉢ )

⑺ 대대로 곱사등인 것이 무엇이냐? : 새우

⑻ 가깝고도 먼 것이 무엇이냐? : 눈

⑼ 죽어도 죽지 않은 것이 무엇이냐? : 거위 죽은 것

⑽ 눈물 없이 우는 것이 무엇이냐? : 새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답안

속담이나 수수께끼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은 버섯의 외양을 나타낸 물음이며, ㉡은 ‘기럭아비’(전통 혼례에서 기러기를 안고 신부 집에 가서 상 위에 놓는 사람. 전안 의식에서 기러기를 안고 가는 사람)라는 단어에서 연상한 물음이다. ㉢은 ‘해오라비’(해오라기의 방언)라는 새의 이름을 연상한 물음이다. 사회 풍속이 달라짐에 따라 ㉡과 같은 말은 점차 듣기 어려운 말로 바뀌어 간다.

허재영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hjy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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