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과정 ‘중학생 맞춤 공부법’
2007 개정 교육과정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얼까?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수학습 방법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런 변화는 수행평가와 지필고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국 학습자들은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어떻게 공부하는 게 좋을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과목별 중학교 교사들이 직접 2007 개정 교육과정이 가져온 변화와 이에 따른 공부법에 대해 <함께하는 교육>에 글을 보내왔다.
[국어]
실생활과 밀접해진 내용
창의·비판적 시각 키워야
국어 교과서는 오랫동안 정체돼 있었다. 덕분에 교사들은 편안하고 익숙하게 수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과서 너머의 세상은 이제 익숙한 모습이 아니다. 변했다. 매체가 변하고, 문화가 변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변했다. 국정에서 23종 검인정 교과서로 바뀐 이번 국어 교과서의 가장 큰 변화는 예전과 다르게 국어 교과서가 ‘실생활에 로그인되었다’는 점이다. 교실수업과 실생활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가장 가까운 다양한 매체들을 교과서와 연계해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홈쇼핑 광고 등을 함께 보면서 광고의 설득 전략을 학생들과 함께 분석해 보고, 실제 광고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해본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광고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을 입고 있음에도, 실제 내 다리가 여전히 짧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광고를 만드는 처지에서의 전략과, 광고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의 유의점이 무엇인지를 학생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학습활동 내용도 지식 습득 대신, 다양한 학습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언어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비판적 태도와 창의성을 기르게 한 것이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텍스트들은 그 자체로 완벽한 게 아니다. 세상을 향한 ‘언어’의 집합체일 뿐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가능하면 다양한 글을 접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학교 교과서뿐 아니라 23종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들을 스스로 찾아서 읽어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문학 작품의 경우에는 교과서에 작품의 일부분만 실려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작을 찾아 전체 내용을 읽어 보아야 한다. 박정숙 귀인중 교사
[수학] 쉽게 풀어쓴 ‘익힘책’ 생겨
의사소통·추론 문제 ‘대세’
수학과의 가장 큰 변화는 ‘익힘책’이 생겼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만 있었던 익힘책이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추가됐다. 또다른 교과서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수학적 개념 도입을 위해 ‘생각 열기’라는 꼭지가 있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익힘책에 다양한 활동이 제시돼 있어 학생들이 딱딱한 수학적 개념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 교과서엔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 수가 매우 적었는데, 익힘책으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많이 풀어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수학 개념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익힘책은 상·중·하 수준별로 편성돼 있어, 7차 교육과정 이후 꾸준히 확산되는 수준별 이동수업에 더 효율적인 학습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수행평가나 지필고사에서는 ‘~을 구하여라, ~을 풀면?, ~의 값은 얼마인가?’ 등의 문제유형이 많았다면,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의사소통능력, 추론능력’ 등을 묻는 문제가 점차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즉, 학생 스스로 현실 상황을 해석해 이를 수학적 언어와 사고 능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 뒤 이를 다시 일상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들이 수행평가나 지필고사에 많이 등장할 것이다.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묻는 건 시대의 흐름이다. 학생들은 이제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수학 용어, 기호, 표, 그래프 등의 수학적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문제 상황을 탐색하고 수학적 지식과 사고 방법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 주어진 문제를 수정하고 바꿔서 풀어보는 ‘문제 만들기’ 활동도 해봐야 한다. 천태선 수유중 교사
[영어] ‘활동책’으로 수준별 수업
말하기·쓰기 크게 늘어나
영어에서는 교과서 외에 활동책(Activities)이 추가돼, 수준별 분반수업(Run·Jump·High)이 더욱 원활히 이뤄지게 됐다. 활동책이 상·중·하 3단계로 구성돼 단계별로 문제 난이도가 다르다. 교과서에서 기본 내용을 익힌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단계의 활동책으로 필수 내용을 좀더 쉽고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또 거의 대부분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배치되면서 학생들의 말하기 실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교과서 내용 가운데 듣기와 말하기 영역을 원어민 교사가 전담하면서, 학생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더불어 각 학교에 영어 전담 보조강사가 배치돼 상·중·하·하하반으로의 4단계 분반이 가능해졌다. 영어 학습 능력이 뒤처지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말하기와 쓰기 부분이 강조됐다. 학생들의 개별·조별 말하기 활동이 늘어났고, 활동책에는 단순 단답형 문제보다는 영어 문장을 완성해야 하는 서술형 작문 문제가 많이 수록돼 있다. 이런 추세는 평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수행평가에서는 말하기 평가가 추가되고 있고, 지필평가에선 단답형 주관식 문제가 아닌 문장완성형 서술형 문제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영어로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평가의 틀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학생들은 문법과 읽기만 잘하고 말하기와 듣기가 약하다’는 지적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은 이제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원어민 수업시간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좋다. 또 단어나 표현에 국한돼 공부하기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 내용을 영어로 요약해 보는 습관도 필요하다. 정우정 숙명여중 교사
[과학] 실험·탐구활동 풍부해져
시사 등 과학글쓰기 강조
과학 교과서는 이전보다 내용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 책의 판형도 커졌고, 다양한 사진과 풍부한 실생활 사례들을 담고 있다. 또 자세하고 명확한 설명이 있어 교과서만으로도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과학은 실생활 속에서 적용되는 소재를 통한 쉬운 접근과 다양한 실험 등 탐구활동이 중요하다. 이번 개정된 교과서엔 실험과정과 결과를 자세히 보여주는 사진들이 많아 학생들이 직접 실험을 못하더라도 간접경험이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예전과 다르게 교육현장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실험과 탐구활동들도 다수 포함됐다.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실험도 많아졌다. 기체의 온도와 부피의 관계를 설명하는 샤를의 법칙 실험에서 예전 주사기와 풍선을 쓰던 것과 달리 ‘오줌싸개 인형’으로 쉽고 재미있게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과학 글쓰기도 많이 강조됐다. 교과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구온난화 등 시사 이슈로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밝힌 후 자기 생각을 써야 하는 문제들이 수록돼 있다. 또 과학일기 등 생활에서 경험한 과학적 원리를 글로 표현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학 글쓰기는 수행평가나 탐구활동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정해 연구하는 ‘자유탐구’나 정답보다 학생의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는 ‘과학 창의성 평가’ 등은 아직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앞으로 교육환경이 개선되면 ‘자유탐구’나 ‘과학 창의성 평가’는 과학교육에서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학생들은 이제 과학을 공부할 때, 과학의 기본 개념과 이론을 실생활에 접목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이유진 동덕여중 교사
[사회] 국사+세계사→‘역사’ 독립
암기보다 이해·탐구 중요
사회과 교육과정의 가장 큰 변화는 역사교육 강화다. 기존 사회 교과에 포함돼 있던 국사·세계사 내용을 결합해 ‘역사’라는 독립 과목을 구성했다. 이는 일본·중국 등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 사례들이 늘면서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국가적으로 강조됐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교사가 가르칠 내용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기존 교육과정에선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자세히 기술돼 있어 교사의 자율성을 제한한 측면이 있었다. 반면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선 ‘대강화’라는 원칙에 따라 교수자료 선택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또 교과서에 다양한 학습자료가 담겨 있어 학습자 맞춤 교육이 가능해졌다. 신문 활용 교육(NIE), 인터넷 활용 교육(IIE) 등 학습 방법이 다양해진 것은 물론, 학생들이 흥미를 갖는 영화나 문학 작품, 드라마 속의 배경, 여행 등을 학습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흔히들 사회 교과를 암기 교과라 생각하나, 사회 교과는 실제 이해와 탐구를 바탕으로 학습해야 한다. 과거엔 ‘강원도 양양은 철광석, 대구는 사과’ 등으로 암기했다면, 지금은 아니다. 지역의 특성은 현대 사회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에선 더이상 철광석을 생산하고 있지 않고, 대구에선 이제 사과 과수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친구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처럼,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사회 현상과 문화, 제도, 지역 등도 암기가 아닌 이해를 해야 한다. 단순히 사회적 현상이나 지역적 특성, 역사적 사건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고 전개됐는지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종합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박정은 동덕여중 교사
창의·비판적 시각 키워야
박정숙 귀인중 교사
[수학] 쉽게 풀어쓴 ‘익힘책’ 생겨
의사소통·추론 문제 ‘대세’
천태선 수유중 교사
[영어] ‘활동책’으로 수준별 수업
말하기·쓰기 크게 늘어나
정우정 숙명여중 교사
[과학] 실험·탐구활동 풍부해져
시사 등 과학글쓰기 강조
이유진 동덕여중 교사
[사회] 국사+세계사→‘역사’ 독립
암기보다 이해·탐구 중요
박정은 동덕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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