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칠곡 동명고 2학년 1반 학생들이 근·현대사 시간에 이문경 교사(왼쪽 맨 위)와 함께 교정에 나와 온라인 커뮤니티 수업을 하고 있다.
이러닝(e-learning) 공부가 바뀐다 <1부> 교실 밖에 열린 사이버 교실 3.온라인 커뮤니티 수업
경북 칠곡 동명고 이재영(17·2학년)양은 일주일에 세 차례 있는 ‘근·현대사’ 시간이 항상 기다려진다. 다른 수업과 달리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한다. 멀티미디어실에서 모둠끼리 모여 앉아 자료를 찾고 토론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수업 시간 뒤에는 단원과 관련된 내용 하나를 뽑아 모둠 구성원들끼리 커뮤니티 학습을 한다. 이양의 모둠 ‘밀키웨이(은하수)’가 최근 선택한 주제는 개화운동으로, 흥선대원군의 활동과 개화파의 움직임을 공부한다. 자료는 각자 집에서 인터넷을 활용해 찾는다. 검색 사이트나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사이트를 드나들며 사진·동영상·수기 같은 생생한 사료를 모은다. 찾은 자료는 메신저나 쪽지로 즉각 공유하고, 정보도 수시로 주고받는다. 세이클럽(sayclub.co.kr)이나 학교 홈페이지(dmhs.hs.kr)를 통해 다른 모둠의 작업 상황도 확인한다. 멀티미어실에서 자료찾고 토론 자료를 찾으면 토론을 거쳐 정보를 취사선택한다. 그러고는 주제를 가장 도드라지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의 가상 인터뷰, 김옥균에게 쓰는 편지 등의 형식으로 자료를 재가공하는 식이다. 이양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이 칠판에 쓰고 설명하면 학생들은 외우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직접 찾아서 하는 공부를 하다 보니 이해도 잘 되고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며 “공부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컴퓨터에서 주로 하는 건 채팅이나 게임이지만 이처럼 인터넷의 커뮤니티 기능을 잘 활용하면 훌륭한 수업 도우미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 일부 교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학습이 그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학습은 기본적으로 모둠을 활용한다. 5~6명으로 모둠을 꾸리면 커뮤니티가 가능한 사이트에 클럽이나 블로그를 만든다. 커뮤니티 학습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도 가능하다. 지난해 서울·경기·강원·전남·충북 지역에서 모인 초등학생 132명은 ‘새롭게 열어 가요, 우리 지역 재래시장’ 프로젝트 학습을 함께 했다. 학생들은 5개 지역별 활동방에 결과물을 꾸준히 올려 다른 지역 학생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학습을 도왔던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최수진 교사는 “재래시장 홍보 방송물을 제작하기 위해 방송 기획부터 촬영·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학습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고백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역을 넘어 학교울타리를 넘어 칠곡 동명고 이문경(38) 교사는 “주체성과 적극성을 키워 주기 때문이어서인지, 커뮤니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공부에 불성실했거나 성적이 뒤떨어졌던 학생들의 성취도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고 교사들은 전한다. 이런 학습의 무대는 주로 커뮤니티 사이트나 학교 홈페이지 등이며,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에듀넷(edunet.net)의 ‘온라인 학습방’도 많이 이용된다. 이곳에는 교사가 개설한 커뮤니티 사이트가 7천여개, 학생들이 만든 커뮤니티 사이트가 1만개를 넘는다. 학습 특성 맞춰 세밀한 운영계획을 하지만 적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 학습 사이트들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다 폐쇄되기도 한다. 과제나 행사를 알리는 게시판이나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 공간으로는 활용되면서도, 학교 수업과 잘 연계되지 않으면서 활기를 잃기 때문이다. 충북 옥천여중 김창수(46) 교사는 “이러닝(e-learning)의 효과에 고개를 갸웃하는 교사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학습에는 관심을 보인다”며 “교사가 세밀한 운영 계획을 세우고 학습 내용 특성에 맞도록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에듀넷 접속해보라 갖가지 공부방 손짓 온라인 커뮤니티 학습을 시도하고 싶다면 에듀넷(edunet.net)을 활용하면 간편하다. 에듀넷에 접속해 ‘온라인 학습방’을 클릭하면 학습 유형·학교·학년·지역·교과 등에 따라 다양한 학습이 가능하다. 교사나 학생이 선호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학습방 유형도 문제 중심, 프로젝트, 체험, 탐구, 토론, 교류 학습방 등으로 세분돼 있다. 그냥 학급방이나 수업방을 선택해도 된다. 유형을 선택하면 온라인 학습에 대한 상세한 지침과 단계별 안내를 볼 수 있다. 모델로 삼을 만한 학습 사례가 필요하면 한국교육학술정보원(02-2118-1228)에 요청하면 알려주고 현장 적용도 지원해 준다. 교육학술정보원은 온라인 학습방 운영 지원을 위한 코디네이터도 조만간 운영할 계획이다.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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