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430개 초중고 ‘ 초빙형 공모제’ 시행
교원단체 “승진경쟁에 비리 대책 없어 악순환
교원단체 “승진경쟁에 비리 대책 없어 악순환
오는 2학기에 새로 교장을 뽑는 전국 초·중·고교의 56%에서 초빙형 교장공모제가 시행된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는 초빙형 공모제로는 기존 승진제도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1일, 오는 8월 말 정년퇴임 등으로 교장 자리가 비는 전국 초·중·고교 768곳 가운데 430곳(56%)에서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교육비리근절대책’의 하나로, 국공립 학교 교장의 50%를 교장공모제로 뽑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서울에선 교장 자리가 비는 75개 학교 모두에서 공모제가 실시되며, 경기 128곳 가운데 64곳, 경북 77곳 가운데 41곳, 전북 70곳 가운데 36곳, 경남 66곳 가운데 35곳, 전남 60곳 가운데 30곳 등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결원 교장의 50% 이상을 공모제를 통해 임용할 예정이라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공모 교장 지원 자격은 정년이 4년 이상 남은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국한된다.
교과부는 교장공모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 수를 현재 수준의 10배로 늘려 공모 교장 경쟁률을 최대 10 대 1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장자격증 소지자 인력풀이 한정돼 있어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를 충족하기에 미흡하다”며 “인력풀을 확대해 공모 교장 지원자를 늘리면 단위 학교에서 능력 있는 교장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운동단체들은 교장자격증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교장공모제로는 교장·교감·교육청 등 관리자가 매기는 점수가 승진을 좌우하는 폐쇄적인 승진구조와 그에 따른 교육비리, 공교육의 질 하락 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교장공모제 도입 취지는 가르치는 일을 중심으로 학교를 변화시키고, 자격증과 상관없이 유능한 교원이 교장이 될 기회를 확대하고, 과도한 승진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것”이라며 “교과부는 치열한 승진경쟁을 통해 교장자격증을 얻은 이들이 벌이는 ‘교장 비리 퍼레이드’의 원인부터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도 “교장 인력풀의 확대는 최소한 교감·장학사 자격을 가진 이들에 한해 이뤄지기 때문에, 평교사에서 교감·장학사가 되고자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병목 현상과, 이 과정에서 생기는 교육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오히려 수많은 평교사들이 교감이 되려고 교육을 팽개치고 교육청이 시달하는 업무에 몰두하는 바람에 교육력이 떨어지고 학부모의 만족도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교육운동단체들은 교장공모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내부형 공모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교감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들도 일정한 교육 경력만 갖추면 교장 공모에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자격증과 관계없이 일정한 경력의 교사들이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다가 학교 경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교장 공모에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와 기존의 승진구조가 서로 경쟁하게 해, 더 나은 시스템이 뭔지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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