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요즘 부모들은 딸이 처음 생리를 하면 축하 파티를 어떻게 치를까 궁리를 한다. 케이크를 준비하고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어색하고 아이한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난감해한다. 엄마들 역시 처음 생리를 했다고 축하를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을 한번 되돌아보자.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생리를 맞았을 때 당황스럽거나 난처한 기분이 들지 않았던가? 아마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이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몸이구나’, ‘아! 자랑스럽다’ 등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쑥스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하물며 남들 앞에서 생리혈이라도 비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욱 낯 뜨거운 느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여성에게 생리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이 되는 위대한 일이라는 숭고함 이면에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다가오는 게 크다. 그래서 어떤 엄마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에구, 너도 이제 고생문이 훤하구나. 그 귀찮은 걸 벌써 시작해야 하다니. 쯧쯔”, “이제부터 자나깨나 몸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생리 축하 파티를 하면서 이처럼 부정적 메시지만을 전달하게 되면 오히려 딸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초등학교 때는 생리는 고사하고 브래지어만 해도 그 반의 ‘이슈’였다. 눈치껏 생리를 해야 했던 아이들끼리는 생리대를 ‘벽돌’이라고 불렀고, 화장실에 갈 때는 반드시 벽돌을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가야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지금의 나는, 그냥 평생의 동반자 하나가 생긴 기분이다. 솔직히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다.”
이 글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생리 5년차’ 소녀가 자신을 여성으로 받아들이게 된 ‘생리 경험’을 표현한 것이다. 소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몸에 집중하게 되며 스스로 몸과의 관계 맺기를 배워 가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딸아이가 처음 생리를 하기 전, 대략 초등학교 3~4학년쯤이 되면 가족 공동 작업을 해 볼 것을 제안한다. 온 가족이 예쁜 천으로 대안 생리대를 만들어 본다든지, 월경 주기 팔찌 만들기 등을 함께 해 보는 것이다. 이런 공동 작업을 하면서 엄마가 처음 생리를 했을 때, 아빠가 처음 몽정을 했을 때의 느낌을 유쾌하게 나눈다면, 딸아이는 첫 생리를 준비된 자세로 맞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적 성숙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