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피는 입체가 차지하는 크기
들이는 그릇 안쪽에 들어가는 양
들이는 그릇 안쪽에 들어가는 양
약사가 물약을 주면서 “한 번에 5cc씩 드세요”라고 한다. 부침개를 만들려고 봉지 뒷면을 보니 “물 850㎖를 넣으세요”라고 써 있다. “배기량 3000cc급 자동차가 새로 나왔다”는 광고 문구도 보인다.
초등 6학년 수학 교과서에는 “한 모서리의 길이가 1cm인 정육면체의 부피를 1㎤라고 한다. 안치수의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인 그릇의 들이는 1L이고 1L는 1000㎤라고 한다”고 써 있다. 그렇다면 부피와 들이는 같다는 것인가, 다르다는 것인가?
부피와 들이의 개념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사용하는 단위가 서로 같기 때문에 정확히 구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피란 ‘입체가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이고, 들이는 ‘그릇 안 쪽의 부피’를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비슷한 크기의 유리컵이 있는데 그 중 한 컵의 두께가 두껍고 다른 한 컵의 두께가 얇다면 첫째 컵에는 둘째 컵보다 적은 양이 들어갈 것이다. 즉, 두께가 얇은 컵은 들이가 크고, 두꺼운 컵은 들이가 작다. 만약 들이가 10㎖인 용기에 젤리 원액을 담아 굳혔다면, 이 용기에서 떼어낸 젤리의 부피는 10㎖이다. 젤리가 반만 채워져 있다면 젤리의 부피는 5㎖이고, 용기의 들이는 그대로 10㎖이다. 이처럼 부피는 그 자체의 크기이고, 들이는 어떤 그릇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양을 말한다.
몸무게를 잴 때의 단위인 Kg, 키를 잴 때의 단위인 cm, 방의 넓이를 표현하는 ‘평’과 같은 단위들은 비교적 친숙하다. 들이와 부피를 표현할 때는 ㎤, ㎥, ㎖, ℓ, cc 등의 단위를 사용해서 나타낸다. 이 중에서 ㎖, ℓ 등의 단위는 무엇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표현할 때(즉 들이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고, ㎤나 ㎥의 단위는 (그릇이 아닌 것도 포함된) 입체의 부피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1ℓ는 1000㎖이므로, 500㎖짜리 음료 두 병의 양을 다 마셨다면 1ℓ를 먹은 셈이다.
요리를 할 때는 cc를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cc는 cubic centimeters로, 한 모서리의 길이가 1cm인 정육면체의 부피이므로, 1cc는 1㎖와 같다. 교과서에 ㎖나 ℓ 대신 mL, L로 표기하는 이유는 ℓ을 숫자 1과 구별하기 위함이다.
강미선/<초등수학 놀이북> 저자 upmm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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