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부스를 돌아다니며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책들과 새로 나온 책들을 펼쳐 보고 있다.
축제처럼 즐기며 독서상담도 눈높이 딱 맞는 책사냥은 덤으로 일부 출판사 판매 열올려 ‘옥에 티’ 올해로 11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sibf.or.kr)이 지난 3~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책으로 세계로 미래로’를 표제로 내건 이번 도서전에는 국내 223개 출판사를 비롯해 23개국 409개 출판사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뭐가 돋보였나=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의 기획자, 편집자들은 자녀 독서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현장 상담자로 나섰다. 출판사마다 대여섯 명씩의 상담 직원을 부스에 배치했고, 상담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은 곳도 많았다. 차일드아카데미의 최종숙 교육실장은 “어떤 책이 자녀에게 맞고, 어떻게 읽어 줘야 하고, 읽은 뒤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하는 부모들이 많아 상담 직원들이 숨돌릴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감동 깊게 읽은 책의 후속 편을 찾거나, 미리 보고 싶은 책들을 적어 와서 현장에서 찾는 등 적극적인 독자들도 많이 늘었다는 게 출판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오는 독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푸른숲출판사 박창희 청소년팀장은 “단순히 출판사나 작가 이름을 보고 책을 고르기보다는 직접 이 책 저 책을 다 떠들쳐 보고 신중하게 선택하는 모습들이 예전보다 눈에 띄었다”며 “독서 붐이 어느 정도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즉흥적 재미만을 자극하는 학습만화 코너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고 창작물들이 많이 선보인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 특별전 △버스를 이용한 책 조형물 설치 △고인쇄 체험 등의 행사도 호평을 받았다.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도 있었다. 신현림, 김탁환, 이원복, 박상률, 함영헌씨 등 저자들이 직접 나와 독자들에게 서명도 해 주고 책에 대한 설명도 들려주었다. 박경리, 박완서, 이문열 등 이름난 문인의 육필 원고도 전시됐다. 하지만 일부 출판사들이 좋은 책 전시라는 본래 목적 말고도 할인 판매에 지나치게 열을 올려, 전시회 분위기를 흐린 점은 오점으로 남았다. 예년과 달리 외국 출판사 부스가 많이 설치됐지만, 둘러보는 이가 거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축제라는 성격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책 읽기 본연의 진지함을 느끼기는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990002%% ●도서전을 다녀온 뒤 뭘 할까=도서전에서 수많은 책들을 보고 책 읽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각오를 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쉽다. 늦기 전에 자녀와 함께 후일담을 나눠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우선 전시회에서 가져온 자료들을 꼼꼼하게 읽어 보며, 필요한 것들은 스크랩해 놓거나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출판사마다 공을 들여 만든 자신 있는 책들을 많이 소개하기 때문에 새로운 책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적절한 책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나 안목을 넓히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다.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윤정애(37·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조선과 일본의 7년 전쟁>(한길사)처럼 “출판사들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들을 메모해 뒀다”며 “앞으로 아이들 책을 사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학부모들이 주변의 얘기에 현혹되거나 추천 도서나 권장 도서 목록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전문가들은 좋은 책이란 부모와 자녀가 같이 보면서 감동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니어김영사 배수원 편집부장은 “아이의 언어 발달을 돕고 인식의 외연을 넓히려면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못하는 언어나 자주 접하지 못하는 그림이 들어 있는 책을 고를 필요가 있고, 겉으로만 화려한 책보다는 여운과 인상이 진하게 남는 책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시회 참관을 계기로 읽을 만한 책들이 아주 많고 책 읽기가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아이들은 이후에도 비슷한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싶어한다. 부모가 책 관련 행사들을 미리미리 챙겨서 달력에 표시해 놓으면, 아이는 독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키울 수 있게 된다. 예림당 유인화 상무는 “아이들이 ‘책은 인류 지혜의 보고’라는 말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하려면 책을 읽을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축제에 참여하는 기분으로 책 관련 행사들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책에 푹 빠져 있는 아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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