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도서실에 700권 남짓한 새 책이 들어왔다. 공을 들여 구입한 책인지라 한 권 한 권이 다 자식처럼 귀하고 대견스러웠다.
구입도서 목록을 만드는 일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신뢰할 만한 편집자가 쓴 서평을 스크랩하고, 혹시 돈이 없어 광고도 못한 채 묻히고 있는 ‘가난한 출판사의 역작’은 없는가, 아이들과 직접 서점을 돌며 서가를 뒤지기도 했다.
새 책이 들어오고 며칠 동안 도서부원들이 정신없이 바빴다. 일일이 도서관인을 찍고, 책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서가별로 분류하는 일이 제법 만만치 않았다. 거기다가 일부 책은 ‘퀵 서비스’(미리 예약을 하거나 요청을 하면 도서부원이 직접 교실이나 교무실로 책 배달을 나간다)를 해야 했으니 도서부원의 입이 나올 만도 했다. 나흘에 걸쳐 서가 정리를 마치고, 들머리에 ‘새 책이 왔습니다’라는 광고를 큼지막하게 붙여 놓으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했다.
도서실에서 책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몇 권 샀다’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알다시피 책에는 참으로 복잡한 사회문화 지형이 숨어 있다.
몇 년 전 사회과학 출판사가 경영난으로 줄줄이 문을 닫을 무렵, 우연히 그들과 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다. 그들은 출판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지나가는 소리처럼 말했다.
“학교 도서실이 우리를 살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 말에 내내 가슴이 아팠다. 산수를 해 보자.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수는 1만이 조금 넘는다. 이 가운데 쓸 만한 도서실을 갖춘 곳을 60%(통계 수치상 평균 80%를 웃돌지만 이름만 도서실인 곳이 부지기수다)쯤으로 추산해도 6천에 이른다. 출판사는 한 책이 4천권 이상만 팔려도 살림 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으니, 그의 말마따나 학교 도서실만 눈을 바로 뜨고 있어도 ‘똑똑한 출판가’가 힘 한번 못 쓰고 쓰러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책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듯 출판사 또한 단순한 사업체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얼마나 큰 사회문화적인 손실인가?
요즘은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꼭 해당 출판사에 전화를 건다. 재미있게 읽었다, 힘내서 더 좋은 책 내시라, 이렇게 인사를 하면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에 으으 힘이 실린다. 그 살아 있는 느낌은 참 각별하다. 그래서 이런 응원 작업을 아이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독후 활동이라는 것이 꼭 감상문만 쓰는 것이겠는가. 도서실 일을 하면서 학교 도서실이야말로 아이들과 더불어 세상을 밀고 당기는 또 다른 창조 공간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요즘은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꼭 해당 출판사에 전화를 건다. 재미있게 읽었다, 힘내서 더 좋은 책 내시라, 이렇게 인사를 하면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에 으으 힘이 실린다. 그 살아 있는 느낌은 참 각별하다. 그래서 이런 응원 작업을 아이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독후 활동이라는 것이 꼭 감상문만 쓰는 것이겠는가. 도서실 일을 하면서 학교 도서실이야말로 아이들과 더불어 세상을 밀고 당기는 또 다른 창조 공간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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