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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보기’ 먼저 살피면 지문 이해 술~술~

등록 2005-06-12 17:45수정 2005-06-12 17:45


스타강사 이만기의 언어영역해부

기출문제와 풀이

[지문]

<앞의 줄거리> 장마가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 통에 우리 집에 피난와 있던 외할머니는 국군인 외삼촌이 전사하였다는 통지를 받는다. 외할머니는 건지산에 있는 빨치산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친할머니는 노발대발한다. 삼촌이 빨치산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의 꼬임에 빠진 나는 삼촌이 집에 다녀간 사실을 말하게 되고, 아버지는 큰 고초를 치른다. 이로 인해 나는 친할머니의 분노를 사 큰방 출입이 금지된다. 친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삼촌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잔치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날이 되어도 삼촌은 오지 않는다. 그 때 난데없이 구렁이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친할머니는 졸도를 한다. 구렁이를 삼촌의 현신(現身)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 때 외할머니는 친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우면서 구렁이에게 다가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숴이! 숴어이!”


외할머니의 쉰 목청을 뒤로 받으며 그것은 우물 곁을 거쳐 넓은 뒤란을 어느덧 완전히 통과했다. 다음은 숲이 우거진 대밭이었다.

“고맙네. 이 사람! 집안일은 죄다 성님한티 기고 자네 혼자 몸띵이나 지발 성혀서 먼 걸음 펜안히 가소. 뒷일은 아모 염려 말고 그저 펜안히 가소. 증말 고맙네, 이 사람아.”

장마철에 무성히 돋아난 죽순과 대나무 사이로 모습을 완전히 감추기까지 외할머니는 우물 곁에 서서 마지막 당부의 말로 구렁이를 배웅하고 있었다. <중략>

“갔냐?”

이것이 맑은 정신을 되찾고 나서 맨 처음 할머니가 꺼낸 말이었다. 고모가 말뜻을 재빨리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는 안심했다는 듯이 할머니는 눈을 지그시 내리깔았다. 할머니가 까무러친 후에 일어났던 일들을 고모가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외할머니가 사람들을 내쫓고 감나무 밑에 가서 타이른 이야기,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감나무에서 내려오게 한 이야기, 대밭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종일관 행동을 같이하면서 바래다 준 이야기……. 간혹 가다 한 대목씩 빠지거나 약간 모자란다 싶은 이야기는 어머니가 옆에서 상세히 설명을 보충해 놓았다. 할머니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두 눈에서 하염없이 솟는 눈물 방울이 훌쭉한 볼고랑을 타고 베갯잇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할머니는 사돈을 큰방으로 모셔 오도록 아버지한테 분부했다. 사랑채에서 쉬고 있던 외할머니가 아버지 뒤를 따라 큰방으로 건너왔다. 외할머니로서는 벌써 오래 전에 할머니하고 한다래끼 단단히 벌인 이후로 처음 있는 큰방 출입이었다.

“고맙소.”

정기가 꺼진 우묵한 눈을 치켜 간신히 외할머니를 올려다보면서 할머니는 목이 꽉 메었다.

“사분도 별시런 말씀을 다…….”

외할머니도 말끝을 마무르지 못했다.

“야한티서 이얘기는 다 들었소. 내가 당혀야 헐 일을 사분이 대신 맡었구랴. 그 험헌 일을 다 치르노라고 얼매나 수고시렀으꼬.”

“인자는 다 지나간 일이닝게 그런 말씀 고만두시고 어서어서 이나 잘 추시리기라우.”

“고맙소. 참말로 고맙구랴.” <중략>

그날 저녁에 할머니는 또 까무러쳤다. 의식이 없는 중에도 댓 숟갈 흘려 넣은 미음과 탕약을 입 밖으로 죄다 토해 버렸다. 그리고 이튿날부터는 마치 육체의 운동장에서 정신이란 이름의 장난꾸러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숨바꼭질하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것 같은 고통의 시간이 연속이었다. 대소변을 일일이 받아내는 고역을 치러 가면서 할머니는 꼬박 한 주일을 더 버티었다. 안에 있는 아들보다 밖에 있는 아들을 언제나 더 생각했던 할머니는 마지막 날 밤에 다 타 버린 촛불이 스러지듯 그렇게 눈을 감았다. 윤흥길 ‘장마’

<2001학년도 수능 기출문제>

[문제]

위 글의 내용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을 때, ㈎에 해당하는 장면은?


① 할머니가 삼촌을 기다렸다.

② 할머니가 의식을 회복하였다.

③ 고모가 할머니에게 경과를 이야기하였다.

④ 외할머니가 큰방으로 건너왔다.

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풀이]

정답
④. 국군인 외삼촌이 죽자 외할머니는 빨치산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어 버린다. 그런데 삼촌이 빨치산이기 때문에 저주의 소리를 들은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관계가 서먹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외할머니는 할머니가 계시는 큰방 출입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삼촌의 현신으로 보이는 구렁이를 외할머니가 배웅해 주면서 갈등이 해소되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외할머니의 큰방 출입이다. “외할머니로서는 벌써 오래 전에 할머니하고 한다래끼 단단히 벌인 이후로 처음 있는 큰방 출입이었다”라는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유형노트 - 서사 구조의 파악

소설은 사건과 행동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르이다. 이때 사건들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따라 작품의 전개 양상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런 사건의 짜임을 플롯이라 한다.

플롯은 소설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므로 종종 이와 관련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문제를 풀 때는 먼저 <보기>를 보면서 글의 흐름을 파악한 뒤, 지문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문을 읽을 때는 사건의 덩어리를 중심으로 파악하되, 각 사건의 연관 관계를 염두에 두도록 한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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