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수능 외국어영역 1등급 비율 상위 시·군·구 소재 자사고·특목고
1등급 30곳 중 26곳 해당…착시현상 불러
1위 경기 의왕시, 외고 빼면 121위 ‘추락’
1위 경기 의왕시, 외고 빼면 121위 ‘추락’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4일 공개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보면, 선발을 통해 성적 우수 학생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등이 있는 지역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이 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사교육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외국어 영역의 경우, 1등급 비율 상위 30개 시·군·구 가운데 외고, 과학고, 국제고, 자립형사립고, 기숙형자율고가 있는 지역이 2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등급 비율이 24.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기 의왕시(경기외고)를 비롯해 16곳에 외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고가 있는 곳은 5곳이었다.
강원 횡성군, 경기 가평군, 경남 거창군, 전남 장성군, 경기 양평군 등 군 지역이면서 30위 안에 든 지역에는 국제고(가평 청심국제고)와 자립형사립고(횡성 민족사관고),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숙형 자율고(거창고, 장성고, 양평 양서고)가 있었다.
이런 학교가 없으면서도 30위 안에 든 나머지 4곳은 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구로, 부유층이 밀집해 있고 사교육이 성행하는 지역이었다.
수능 모든 영역에서 1등급 비율이 상위 30위 안에 든 지역은 모두 13곳인데, 이 가운데 서울 강남·서초구를 뺀 11곳에도 역시 외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자율고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수능 성적이 높은 것은 우수한 학생을 선점한 일부 학교의 ‘선발 효과’일 뿐, 이들 지역 전체의 학력을 보여준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의원은 “이런 통계는 지역의 실제 학력 수준과는 무관하게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이 우수하다는 것만 알 수 있는 무의미한 통계”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원자료가 공개된 2009학년도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이들 지역에서 특목고 등을 빼고 일반계고교 학생들의 성적만으로 외국어 영역 1~2등급 비율을 계산해 보면 전국 순위가 급격히 떨어진다. 2010학년도 수능 외국어 영역 1등급 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경기 의왕시의 경우, 경기외고를 뺀 나머지 일반계고교의 1~2등급 비율은 전국 232개 시·군·구 가운데 121위였다. 2등인 경기 동두천시는 동두천외고를 빼면 177위, 올해 5위인 강원 횡성군은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를 빼면 163위였다.
더구나 특목고 등을 포함했을 때와 뺐을 때 1등급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지역의 경우, 해당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학생 중에서 다른 시·군·구 출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특목고 등을 포함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했을 때와 일반계고교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외국어 영역 1등급 비율 순위가 100위 이상 차이가 나는 경기 의왕시, 경기 동두천시, 강원 횡성군, 전남 나주시의 경우, 지역에 있는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의 다른 시·군·구 출신 학생 비율이 91~99%에 이른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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