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과위의원 결과 공개…고교서열화 우려 커져
올해 고교선택제가 도입된 서울의 일반계 고등학교 196곳의 경쟁률이 20일 공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고교 서열화 등을 우려해 2012년까지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었으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자료를 제출받아 이날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교육계에선 입학 경쟁률이 학교 선택의 주요 잣대가 돼 일부 선호 학교로의 쏠림 현상 등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조 의원 등이 이날 공개한 시교육청의 ‘2010학년도 서울시 후기 일반계고 경쟁률’ 자료를 보면, 학생들이 서울시 전역에서 원하는 학교 2곳을 골라 지망하는 1단계 배정에서 전체 일반계 고교 196곳 가운데 18곳(9.1%)이 1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48곳(24.5%)은 경쟁률이 2 대 1에도 못 미쳤다. 48곳 가운데는 미달인 학교도 7곳 포함돼 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학교별 2010학년도 수능 성적에 견줬을 때 언어, 외국어, 수리(가)의 합산 평균이 전국 상위 100위에 드는 14곳 가운데 11곳은 1단계에서 모두 4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해,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학교가 있는 자치구는 12곳(구로, 서초, 동작, 강남, 노원, 광진, 강동, 성북, 양천, 송파, 도봉, 은평)이었다. 서초, 강남, 노원, 양천 등 학원이 밀집한 지역에는 이런 학교가 2곳 이상 있었다. 양천(6.7 대 1), 노원(5.9 대 1), 강남(5.9 대 1) 지역은 자치구별 평균 경쟁률도 상위를 기록했다. 반면 마포, 서대문, 금천, 용산, 종로 등 5개 자치구는 경쟁률이 5 대 1을 넘는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한 자치구 안에서도 경쟁률 격차는 극심했다. 서초구의 경우 ㅅ고가 16.4 대 1로 서울을 통틀어 두 번째로 경쟁률이 높았지만, 관내 9개 고교 가운데 3곳은 학생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학교를 선택하는 2단계 배정에서 미달됐다. 15개 고교가 있는 강남구 역시 휘문고(15.8 대 1), 숙명여고(11.1 대 1) 등 10 대 1을 넘는 학교가 2곳이 포함돼 있었지만 2단계 배정에서 3곳이 미달됐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수능 성적, 학교별 경쟁률 공개가 맞물리면서 모든 학교가 대학 입시 성적을 기준으로 서열화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정부가 내세우는 학교 다양화와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므로 정보 공개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이날 ‘고교선택제 정착을 위한 특별지원 대상 학교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1·2단계 배정에서 1지망 학생 수가 정원에 미달되거나 미충원율이 높은 학교 29곳에 모두 3억5676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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