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재밌으면서 긴 책, 자신감 길러주는 ‘명약’

등록 2010-05-02 16:06

독서교육 전문가 임성미씨
독서교육 전문가 임성미씨
[커버스토리] 독서교육 전문가 임성미씨 인터뷰
오바마도 이소룡도 ‘독서광’ 시험보다 고민 풀려고 읽어
청소년기 진로 탐색할 때 책만큼 ‘좋은 친구’는 없어
자립해서 책읽기 시작할땐 한두 단계 낮은 책 골라줘야




‘독서’가 새로이 각광받고 있다. 대입 입학사정관제와 고입 자기주도학습 전형뿐 아니라 내신에서 서술형·논술형 글쓰기가 도입되면서 ‘읽고, 생각하고, 쓰는 힘’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책읽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 책보다 재미있는 게 많을뿐더러, ‘책은 어렵고 따분하다’는 편견이 깊기 때문이다. 15년 넘게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독서교육을 해온 임성미(사진) 독서교육 전문가는 최근 <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북하우스)를 펴냈다. 이 책은 중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책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을 쉽고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임성미씨를 만나 학생들이 책읽기를 멀리하는 시기와 이유,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은지 등에 대해 물어봤다.

현 교육정책과 입시정책 변화의 핵심은 무어라 보나?

“‘사고력’과 ‘진로’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사고력을 키워야 하고,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학원을 가거나 어학연수 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답은 하나다. 바로 ‘책’이다. 이제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한다. 왜 책을 읽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책을 보면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부터 무술인 이소룡까지 수십명의 독서광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청소년들에게 역할모델이 될 만한 수백 명의 인물들을 살피다가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모두 책 읽는 방법이 남달랐다. 이들은 모두 시험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문제나 고민을 해결하고자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많은 학생들은 책읽기를 힘들어한다. 학생들이 책읽기를 힘들어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독서교육에선 독서의 발달단계를 크게 넷으로 나눈다. 초 1~2학년을 초보독서기, 초 3~6학년을 전환독서기, 초6~중3을 자립독서기, 중3~고3을 성숙독서기라 한다. 문제는 초 3~6학년의 전환독서기에 발생한다. 초 1~2학년까지는 대개 부모들이 자녀를 옆에 앉혀 놓고 책을 소리 내서 읽어준다. 그러다 자녀가 초 3학년이 되면 ‘혼자 읽게’ 놓아둔다. 그러나 이때 학생들이 보는 책은 두꺼워지고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책에 그림은 줄어들고, 글자수는 많아진다. 이해해야 할 개념도 늘어난다. 또 역사·과학 등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기다. 결국 학생들은 인지적 부담감을 느끼게 돼 책읽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독서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게 전환독서기의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면 독서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하는 지도법은 무엇인가?

“초 1~2학년 때의 독서지도법이 ‘소리 내어 읽어주기’라 한다면, 초 3~4학년은 ‘함께 읽기’, 초 5~6학년은 ‘안내 읽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함께 읽기’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리 내 읽는 거다. 이때 부모가 앞부분을 읽고 뒷부분은 자녀가 읽게 하거나, 부모와 자녀가 번갈아 읽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초 3~4학년 때도 부모가 ‘함께’, ‘소리 내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 3~4학년 아이들 또한 부모의존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안내 읽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안내 읽기’란, 부모가 “이 책 한번 읽어볼래?”라고 권해주고 자녀가 혼자서 책을 읽도록 도와주는 거다. 혼자 읽을 책을 골라줄 때는 자녀의 수준보다 한두 단계 낮은 게 좋다. 구체적으로 보면 책에 등장하는 어휘의 90% 이상, 내용의 80% 이상을 알고 있는 책으로 고르는 게 좋다. 그래야 책읽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이미 독서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중학생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독서에 대한 자신감 회복에는 ‘재밌으면서도 긴 책’이 가장 효과적이다. 두꺼운 책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부모가 중학생 자녀 독서지도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춘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무엇보다 먼저 사춘기 정서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이게 여의치 않다면 주변 독서교육 전문가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학생이 교육정책이나 입시정책과 상관없이 ‘왜 책을 읽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두 가지 이유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개인이 ‘자기다움’을 찾고, ‘자기실현’을 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답하는 데 책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 특히 청소년기에 진로를 탐색할 때 책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빛이 될 것이다. 둘째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면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갈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 권리를 보장받고,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선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