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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나눔은 일방 아닌 쌍방향 소통”

등록 2010-05-09 17:00

전성실 교사(윗줄 오른쪽)와 ‘나눔교육 교사연구회’의 교사들.  아름다운재단 제공
전성실 교사(윗줄 오른쪽)와 ‘나눔교육 교사연구회’의 교사들. 아름다운재단 제공
국내 유일 ‘나눔교육 교사연구회’
아름다운재단서 2004년 결성
단어·기사 스크랩, 장터 열기 등
노하우 책내고 교구 개발까지
교사면 누구나 ‘오픈연수’ 진행

교사생활 7년차 되던 해,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하면서 나눔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나눔을 교육한다? 과연 그런 곳이 있을까 싶었던 차에 아름다운재단에서 나눔교육 교사 대상 연수를 하고 있단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뭘 배우는 걸까? 궁금증을 품고 듣게 된 연수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교사들을 만나다 보니 조금씩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다. 무조건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무엇을, 왜 나눠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나눔교육의 첫 번째 단추였다.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교사연구회(www.nanumedu.org)의 대표 전성실 교사(동광초)가 나눔교육을 받고 교사연구회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다. 2004년에 결성된 이 연구회는 우리나라에선 유일한 교사들의 나눔 연구 모임이다.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 나눔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교사들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여 나눔교육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고민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나눔교육 실천 사례들을 풀어놨다. 지식과 실천 사례들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생겼다. 나눔에 관한 단어 정리해보기, 나눔 기사 스크랩하기, 나눔장터 열기 등 쌓인 노하우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에서 <나눔교육 길라잡이>도 내고, 나눔교구도 개발했다.

연구회 소속 교사들이 담임을 맡은 반에는 나눔 위주의 경영이 활발하다. 전 교사는 “보통 계기교육이라고 해서 장애인의 날, 책의 날 등에 관련지어 활동을 하기도 하고, 엑스맨 놀이를 변형한 띠앗놀이 활동도 한다”고 했다. 띠앗놀이란, 조를 짜서 조별로 띠앗(몰래천사)을 뽑고, 뽑힌 띠앗이 선행으로 이뤄진 임무를 수행하면 팀원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띠앗이 누군지 알아맞히는 게임으로 놀이 과정에서 각 팀원은 띠앗을 알아맞히지 못하도록 서로 띠앗인 것처럼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

나눔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우리나라엔 나눔에 대한 오해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오해는 “잘사는 사람이 못사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라는 접근이다. 전 교사는 “무엇보다 나눔이 쌍방향 소통이라는 걸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지식나눔도 활발하잖아요. 테드 사이트(www.ted.com)에선 세계 석학들의 강의를 무료로 올려놓기도 하고, 영어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번역한 것도 올려주더라구요. 위키피디아도 어떤 지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정리해주잖아요. 자신이 아는 정보를 잘 정리해서 지식이 평등하게 공유되도록 하는 것도 나눔이죠.” 실제로 전 교사네 교실에선 재능을 서로 나누는 재능장터도 열린다. 종이접기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종이접기 수강권을, 만화를 잘 그리는 학생은 만화 강좌 수강권을 판매하는 것이다. 돈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능도 나눔의 콘텐츠가 될 수 있고, 나눔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단 걸 알려주는 놀이다.

나눔교육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기 말에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에서 나눔교육의 성과를 맛보곤 한다. “학기 중엔 단순히 의사, 판사, 검사 등이 되고 싶다고 글을 썼던 아이들이 학기 말엔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을 위해 의사가 되겠다”고 적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큰 의식을 안 했는데 아이들이 일년 동안 꾸준하게 나눔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드러나는 걸 보니 뿌듯하던데요.”

연구회에선 ‘오픈연수’라는 이름으로 교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나눔교육 연수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전 교사는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에 따라 돈을 수동적으로 거둬 기부하는 수준의 나눔교육을 하는 학교들도 있다”며 “나눔교육과 관련해 고민하는 교사들이 있다면 누구나 언제든 환영한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나눔교육의 효과

‘이기적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자기 존재감 심어주고 리더십·경제관념도 ‘쑥쑥’

나눔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어떻게 변할까? 많은 이들이 탈선하지 않고 착하고 바른 아이로 성장할 거라는 수준에서 나눔교육의 효과를 기대하지만 나눔교육의 효과는 단순히 인성 차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나눔교육이 가져다주는 효과들을 정리해봤다.

■ 자존감 쑥쑥 “공부를 잘 못해서 우울했었는데 나눔을 하면서부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감도 생긴 거 같아요.” 나눔은 받는 이보다 주는 이에게 더 큰 것들을 가져다준다? 맞는 말이다. 심리학자인 에릭슨은 2~3살 유아가 되면 ‘나’와 ‘남’을 구분할 줄 알고, 4~6살에는 관대함과 같은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6~11살에는 성취감과 열등감이 형성된다고 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나눔을 통해 누군가를 돕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남을 돕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하면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 리더십과 사고력 향상 나눔교육에선 아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곳을 정해주기보단 나눔 실천 방법을 아이들 스스로 찾게끔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생각 폭은 넓어지고, 생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추진력이 생기면서 리더십도 길러질 수 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를 이끌고 있는 대니 서는 그 좋은 예다. 그는 열두번째 생일 파티에 온 친구들에게 선물을 돌려주며 보람 있는 곳에 기부할 것을 제안했고, 이렇게 해서 출발한 것이 ‘지구 2000’이고 6년 뒤 ‘지구 2000’은 대니 서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회원 수 2만6000명의 단체로 성장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기부할 곳을 찾고 선택함으로써 자립심을 키우며 자신이 선택한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일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소비·저축·경제관념 형성 내가 기부한 돈이 어디에 쓰일까? 나눔교육에선 기부가 다가 아니다. 기부가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쓰이는지도 가르친다. 또 나눔저금통, 나눔다이어리 등 나눔과 관련해 일상적으로 돈을 사용하는 방법도 가르친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치기 위해 상자를 세 개 만들어서 ‘나를 위한 돈’, ‘저축할 돈’,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쓸 돈’으로 용돈을 나누어 각각 넣어 관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나눔의 습관을 어려서부터 제대로 가르치면 돈의 의미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특히 자신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더 잘 관리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동기도 제공한다. 김청연 기자

<교사를 위한 나눔교육 길라잡이>(아름다운재단) 참고

나눔교육 관련 기관들
나눔교육 관련 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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