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리 객관식·단답형…성적·석차 사실상 공개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박아무개(42·서대문구 북가좌동)씨는 요즘 딸의 기말시험을 앞두고 적잖게 긴장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중순 점수가 매겨진 중간고사 시험지를 집으로 가져왔는데 시험 문제가 전부 객관식이거나 단답형 문제였다”며 “한 달에 10만원 정도 드는 전과목 교과학원을 보내는 주변 아이들의 성적이 좋아 우리 아이도 학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초등학교 4·6학년 자녀들의 독서 지도를 하고 있는 김선미(41)씨도 “중간고사 문제가 사고력을 요구하는 유형은 찾아보기 어렵고, 전부 객관식과 단답형 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돼 예전처럼 암기식 교육으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권장하는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가 일선 학교에서 사실상 성적 경쟁을 부추기는 일제고사로 변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상당수 초등학교에서 지난달 중순 실시한 중간평가 시험 문제가 대부분 객관식과 단답형 주관식 문제였고, 일부 학교에서는 시험결과를 점수화하거나 성취도 표시를 한 알림장과 성적표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성동구 ㅅ초등학교는 과목별 성적을 상·중·하로 표시한 성적표를 각 가정으로 보냈다. 동대문구 ㅎ초등학교는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4과목을 각 25문항씩 출제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성적표에 학년별 평균을 막대 그래프로 표시하고 학생 개인의 점수를 알려줘 대략적인 개인별 성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예상 문제풀이를 시킨 일부 학원에서는 학생들의 점수를 비교해 임의로 반별 석차까지 내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중간고사 이어 이달말부터 일제히 기말고사
시교육청 실태파악 없이 서술·논술형 원칙만
이에 따라 6월 말~7월 초에 학기말 평가가 예정된 서울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과 사설 학원, 학급별로 기말시험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사설 학원에서는 기말고사 대비용 예상문제를 뽑아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문제풀이를 시키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도 각 반별로 수업시간에 담임 교사가 시험 대비용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지난주 아이가 기말고사 대비용으로 수업시간에 풀었다며 시험지를 9장이나 가져와서 놀랐다”며 “학년별로 같은 시험을 치르면 결국 반별 성적이 비교가 되는 만큼 교사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붙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로 성적경쟁을 부추기는 일제고사가 부활됐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서술형·논술형 학업성취도 평가’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중간평가를 치른 학교의 시험문제 유형이나 성적 산출 및 통지 방식에 대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뒤늦게 10일 서술형·논술형 시험문제 예시 유형을 각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상당수 학교에서는 이미 기말시험 문제 출제 등에 관한 계획이 끝났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에서 기말고사도 중간고사와 마찬가지로 객관식·단답형 주관식 문제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방침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해 서술형, 논술형 문제를 출제해 평가하고, 성취도를 점수화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부모들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방침을 오해하고 예전의 일제고사 형태로 시험을 보지 않도록 적극 지도하고, 1학기 말 평가가 끝난 뒤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990002%%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박아무개(42·서대문구 북가좌동)씨는 요즘 딸의 기말시험을 앞두고 적잖게 긴장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중순 점수가 매겨진 중간고사 시험지를 집으로 가져왔는데 시험 문제가 전부 객관식이거나 단답형 문제였다”며 “한 달에 10만원 정도 드는 전과목 교과학원을 보내는 주변 아이들의 성적이 좋아 우리 아이도 학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초등학교 4·6학년 자녀들의 독서 지도를 하고 있는 김선미(41)씨도 “중간고사 문제가 사고력을 요구하는 유형은 찾아보기 어렵고, 전부 객관식과 단답형 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돼 예전처럼 암기식 교육으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권장하는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가 일선 학교에서 사실상 성적 경쟁을 부추기는 일제고사로 변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상당수 초등학교에서 지난달 중순 실시한 중간평가 시험 문제가 대부분 객관식과 단답형 주관식 문제였고, 일부 학교에서는 시험결과를 점수화하거나 성취도 표시를 한 알림장과 성적표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성동구 ㅅ초등학교는 과목별 성적을 상·중·하로 표시한 성적표를 각 가정으로 보냈다. 동대문구 ㅎ초등학교는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4과목을 각 25문항씩 출제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성적표에 학년별 평균을 막대 그래프로 표시하고 학생 개인의 점수를 알려줘 대략적인 개인별 성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예상 문제풀이를 시킨 일부 학원에서는 학생들의 점수를 비교해 임의로 반별 석차까지 내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중간고사 이어 이달말부터 일제히 기말고사
시교육청 실태파악 없이 서술·논술형 원칙만
이에 따라 6월 말~7월 초에 학기말 평가가 예정된 서울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과 사설 학원, 학급별로 기말시험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사설 학원에서는 기말고사 대비용 예상문제를 뽑아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문제풀이를 시키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도 각 반별로 수업시간에 담임 교사가 시험 대비용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지난주 아이가 기말고사 대비용으로 수업시간에 풀었다며 시험지를 9장이나 가져와서 놀랐다”며 “학년별로 같은 시험을 치르면 결국 반별 성적이 비교가 되는 만큼 교사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붙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로 성적경쟁을 부추기는 일제고사가 부활됐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서술형·논술형 학업성취도 평가’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중간평가를 치른 학교의 시험문제 유형이나 성적 산출 및 통지 방식에 대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뒤늦게 10일 서술형·논술형 시험문제 예시 유형을 각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상당수 학교에서는 이미 기말시험 문제 출제 등에 관한 계획이 끝났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에서 기말고사도 중간고사와 마찬가지로 객관식·단답형 주관식 문제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방침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해 서술형, 논술형 문제를 출제해 평가하고, 성취도를 점수화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부모들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방침을 오해하고 예전의 일제고사 형태로 시험을 보지 않도록 적극 지도하고, 1학기 말 평가가 끝난 뒤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9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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