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결정 못하는 건 자신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
자서전·포트폴리오 만들기…심리검사도 도움
자서전·포트폴리오 만들기…심리검사도 도움
최근에 문과를 선택할지, 이과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상담을 한 일이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희망하는지 생각해본 것들이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학생은 “글쎄요, 깊이 생각해본 일은 없지만 어학에 관심이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은 이과로 가야 취업도 잘되고, 의학전문대학원 같은 데 가서 의사도 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라며 “이과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이과가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라고 답했다. 이는 청소년 진로상담을 하면서 가장 흔히 만나는 ‘진로 미결정’ 사례다. 심지어 이미 진학을 한 대학생들, 대학을 졸업한 성인층 내담자들까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다. “○○학과를 선택하긴 했지만, 전공선택을 제대로 못해 편입이나 재입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학과를 졸업해서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할 수 없네요. 다른 분야로 직업을 바꿀 수는 없을까요?” 등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진로 미결정’ 상태는 결정적 시기에 이뤄졌어야 할 ‘자신에 대한 이해와 분석 부족’에서 비롯된다. 청소년들이 학과성적이나 입시와 관련한 공부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경우는 많지만, 체계적으로 흥미나 적성, 성격 등 자신에 대해 공부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미국 심리학자 한센과 스토크가 청소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을 보면, 중학교 2학년 정도면 흥미특성들이 안정되고, 고등학교 2~3학년 정도면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흥미유형을 가지게 된다. 또 파슨스는 그의 특성요인이론에서 직업선택 전에 나에 대한 정보와 직업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시기에 나에게 맞는 전공 또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흥미·적성·성격 등의 발달이 이뤄져야 한다. 즉, 학과공부와 더불어 나 자신에 대한 탐색과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나의 과거, 현재, 미래 알아보기 - ‘진로 자서전’ 작성하기 자신의 초·중·고교 생활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계기를 갖는다. 과거에 성과를 거두어 주목받았던 일들을 중심으로 ‘나만의 진로 자서전’을 써 본다. 예를 들면 ‘표창장 수여’, ‘학급 간부 선발’, ‘주위로부터의 칭찬’ 등 주요 사건과 그 결과를 기록한다. 이런 경험들을 분석해 스스로의 능력과 기술에 대한 순위를 매기거나 좋아하는 것에 따라 분류하면, ‘나’만의 일관된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취미나 여가생활 등의 경험도 같은 방식으로 분류해보면 ‘나’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또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면 내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목표 설정도 가능하다.
최근 이과·문과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고등학생뿐 아니라 이미 ‘진학’한 대학생, 졸업한 직장인들까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차근차근 나를 돌아보면서, 즐길 수 있는 ‘나의 길’을 찾아보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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