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충북의 한 지역교육청이 최근 초등학교 교장·교감 회의 때 나눠준 내부 문건
일부 교육청, 군·도내 등수 매긴 ‘문건’ 작성
교장·교감회의때 대놓고 “성적나쁘다” 채근
일선학교 월말고사·연장수업 실시 등 ‘몸살’ 일부 지역교육청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관내 학교의 등수를 매겨가며 점수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까지 월말고사와 연장수업이 실시되는 등 일제고사 대비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28일 충북의 한 지역교육청이 최근 초등학교 교장·교감 회의 때 나눠준 내부 문건(사진)을 보면, 관내 19개 초등학교의 지난해 일제고사 국·영·수·사·과 과목별 평균 점수, 전과목 평균 점수 등이 적혀 있다. 또 문건에는 학교별 전과목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매긴 학교의 지역 내 순위와 도 전체 순위도 기록돼 있다. 이 지역의 ㄱ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3월 교감이 교육청 회의에 다녀오더니 ‘교육청 담당자가 일제고사 성적이 나쁘다고 망신을 줘 자괴감이 들었다’며 월말고사를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학교는 2~6학년을 대상으로 3월부터 매달 월말고사를 치르고 있으며, 정규수업을 1시간씩 연장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지역교육청 문건에 지역 순위뿐만 아니라 도 전체 순위도 나와 있다는 점을 들어 도교육청 차원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교육청 관계자도 “그런 통계는 지역교육청에서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성적 자료는 도교육청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 지역에서는 학교 쪽이 일제고사 순위를 거론하며 연장수업을 실시하는 곳이 적지 않다. 청주시 ㄴ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연장수업을 반대하자 교장이 ‘우리 학교가 꼴찌에서 몇 번째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더라”며 “연장수업 때 하는 게 기껏 문제집을 푸는 건데 아이들의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학교의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6일부터 등교시간에 학교 앞에서 연장수업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자료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학교별 평균 점수는 각 학교에서 알고 있으므로 학교 차원에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원 춘천시 ㄷ초등학교는 지난 3월부터 2~6학년을 대상으로 월말고사를 치르고 있다. 배희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학교 순위를 지역교육청, 교장, 교감들이 비밀리에 공유하고 있는 것 같고, 학교 부장교사와 담임한테는 구두로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교육청이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제고사 성적을 180개 지역교육청별로 공개해, 지역간 성적 비교와 서열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언론에 우리 지역이 도에서 몇 등이라는 게 다 나오니 정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교장·교감회의때 대놓고 “성적나쁘다” 채근
일선학교 월말고사·연장수업 실시 등 ‘몸살’ 일부 지역교육청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관내 학교의 등수를 매겨가며 점수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까지 월말고사와 연장수업이 실시되는 등 일제고사 대비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28일 충북의 한 지역교육청이 최근 초등학교 교장·교감 회의 때 나눠준 내부 문건(사진)을 보면, 관내 19개 초등학교의 지난해 일제고사 국·영·수·사·과 과목별 평균 점수, 전과목 평균 점수 등이 적혀 있다. 또 문건에는 학교별 전과목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매긴 학교의 지역 내 순위와 도 전체 순위도 기록돼 있다. 이 지역의 ㄱ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3월 교감이 교육청 회의에 다녀오더니 ‘교육청 담당자가 일제고사 성적이 나쁘다고 망신을 줘 자괴감이 들었다’며 월말고사를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학교는 2~6학년을 대상으로 3월부터 매달 월말고사를 치르고 있으며, 정규수업을 1시간씩 연장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지역교육청 문건에 지역 순위뿐만 아니라 도 전체 순위도 나와 있다는 점을 들어 도교육청 차원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교육청 관계자도 “그런 통계는 지역교육청에서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성적 자료는 도교육청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 지역에서는 학교 쪽이 일제고사 순위를 거론하며 연장수업을 실시하는 곳이 적지 않다. 청주시 ㄴ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연장수업을 반대하자 교장이 ‘우리 학교가 꼴찌에서 몇 번째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더라”며 “연장수업 때 하는 게 기껏 문제집을 푸는 건데 아이들의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학교의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6일부터 등교시간에 학교 앞에서 연장수업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자료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학교별 평균 점수는 각 학교에서 알고 있으므로 학교 차원에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원 춘천시 ㄷ초등학교는 지난 3월부터 2~6학년을 대상으로 월말고사를 치르고 있다. 배희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학교 순위를 지역교육청, 교장, 교감들이 비밀리에 공유하고 있는 것 같고, 학교 부장교사와 담임한테는 구두로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교육청이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제고사 성적을 180개 지역교육청별로 공개해, 지역간 성적 비교와 서열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언론에 우리 지역이 도에서 몇 등이라는 게 다 나오니 정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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