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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주말 운동회 엄마·아빠가 더 좋아해요”

등록 2010-06-06 16:11

지난 5월29일 경기도 광주 광남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다양한 체육활동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월29일 경기도 광주 광남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다양한 체육활동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공교육 희망의 현장을 찾아서]
경기도 광주 광남초등학교 ‘학부모와 함께하는 체험학습’
학년별 체육활동 등 주말마다 프로그램 마련
학부모 참여·만족도 높고 학교 신뢰 깊어져
“처음엔 쭈뼛했는데, 지금은 동심으로 돌아간 거 같아요.”

경기도 광주 광남초등학교(교장 최상한, 이하 ‘광남초’) 6학년 윤지원양의 아버지 윤성욱(43)씨는 지난 5월29일 오전 학교가 준비한 ‘학부모와 함께하는 주말 체험학습’에 참여했다. 사물놀이로 문을 연 ‘체험학습’은 성화 봉송, 반 대항 피구, 학부모 대항 긴줄넘기, 반 대항 줄다리기 등 체육활동과 밥을 재료로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실과활동으로 이어졌다. 윤씨는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새 나이를 잊고 자녀와 함께 ‘체험학습’을 즐길 수 있었다.

첫 경기인 성화 봉송은 콘 모양의 받침대에 공을 올려놓고 2인 1조로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주다. 단순했지만, 어색해하던 학부모들의 긴장을 풀어주기엔 적당한 경기였다. 본격적인 반별 경쟁은 이후 이어졌다. 넓은 운동장에 6학년 7개반이 흩어져 피구와 줄다리기, 긴줄넘기 등의 반별 대항 경기가 치러졌다.

‘부모님을 보호하라’는 부제가 걸린 피구는 학부모 10명이 학생 20명의 보호를 받으며 제한시간 5분 동안 최대한 많이 살아남아야 이기는 경기다. 처음엔 쭈뼛하던 학부모들은 시간이 지나자 점차 경기에 몰입했다. 피구 경기장 옆에선 긴줄넘기 연습이 한창이었다. 아버지 2명이 긴 줄을 잡고, 어머니 6명이 구호에 맞춰 함께 줄을 넘었다. 40개를 넘긴 반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백미는 반 대항 줄다리기였다. 재적 인원수가 가장 작은 반을 기준으로 학부모 10명과 학생 30명이 선수로 참여했다. 3판2선승제로 치러진 경기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추어 줄을 당기는 데 온 힘을 쏟아냈다.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자 한쪽에선 환호가, 한쪽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체육활동을 끝낸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각 교실로 돌아가 음식 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밥을 재료로 김밥, 유부초밥, 비빔밥이나 볶음밥 등 각 모둠이 정한 음식을 학부모와 함께 만들었다. 6학년 1반 담임인 강순해(49) 교사는 “6학년 실과 3단원에 ‘밥과 빵을 이용해 간단한 음식 만들기’가 있다”며 “오늘 체험학습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교과학습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모둠별로 만든 음식은 먹기 좋고 보기 좋게 접시에 놓여졌다. 교사의 간략한 평가를 받은 후 모둠별로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뒷정리가 끝난 후 학생들은 음식을 만든 소감을 짧게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광남초는 올해 4월부터 토요 수업일마다 학년별로 다양한 체육활동과 음식 만들기 등 ‘학부모와 함께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1년에 한번이라도 학교에 와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어서다. 최상한 교장은 “보통 가을 운동회에선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도 공굴리기나 달리기 등 일부 종목에 제한돼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학년별로 주말 운동회를 진행하니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가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고,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실제 4학년의 경우엔 학생 수보다 많은 25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해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 또 학교행사에 가장 소극적인 6학년 학부모들도 ‘학부모와 함께하는 주말 체험학습’에 100여명이 참여했다.

2010학년도 경기도교육청 체육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광남초는 이밖에도 다양한 체육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광남초 학생들은 대부분 계발활동으로 티볼, 플로어볼, 부메랑, 외발자전거 등 다양한 ‘뉴 스포츠’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4학년의 경우 매일 아침마다 지역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줄넘기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4학년 이지연양을 자녀를 둔 채미영(39)씨는 “지연이가 아침에 스스로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간다”며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데 아침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5년 동안 초등체육 담당 장학사를 지낸 최 교장은 “초등학교 3~4학년 시절 개발한 운동기능은 평생 간다”며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줘야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험학습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광남초 학생과 학부모의 뒷모습에서 학교에 대한 신뢰가 한뼘 더 자란 것을 볼 수 있었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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