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⑤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상)
⑥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중)
⑦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하)
⑤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상)
⑥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중)
⑦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하)
글의 목적·배경 알아낸 뒤
핵심단어 중심 내용 파악
‘초등적인 읽기’ 단계를 거친 뒤에는 ‘점검하며 읽기’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점검하며 읽기는 문맥을 파악하면서 읽는 단계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 글에는 중심 생각이 있고, 그것을 나타낼 수 있는 핵심적인 단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글을 읽은 뒤에는 글의 열쇳말과 열쇠문장을 찾아내는 수준이 된다. 아랫글을 사례로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중국의 제도를 따르고 글자도 중국의 것을 써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옛것을 버리고 중국과는 상관없는 새로운 글자를 만드셨으니 중국의 비난을 받을까 걱정됩니다.
주변의 다른 나라들을 보아도 글자를 만든 나라는 없습니다. 몇 나라가 제 글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모두 오랑캐입니다. 우리는 주변의 오랑캐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이미 이두를 오래전부터 사용하여 왔습니다. 이두는 한자를 빌려서 쓴 것이기 때문에 한자를 익히고 학문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어찌 오랫동안 불편 없이 사용해 온 이두를 버리고 굳이 새로운 글자를 만드십니까? 언문만 익히고도 관리가 될 수 있다면 뒷사람들은 결코 성리학을 배우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문을 배우게 하고 그것으로 재판 서류를 만들게 하면 백성들이 글을 몰라 억울하게 벌을 받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하셨으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금 백성들이 억울하게 벌을 받는 것은 글을 몰라서가 아니라 재판을 행하는 관리가 공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언문을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한다면 이는 풍속을 바꾸는 중요한 일이므로 여러 사람과 함께 논의하고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언문을 반포하는 일은 국가의 긴급한 일도 아닌데 어찌 서두르십니까?
언문이 설사 유익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기예(技藝)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업에 정진하고 정신을 연마해야 할 어린 왕자들과 유생들이 시간을 허비해 기예 익히기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크나큰 국가적 손실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이를 반포하자, 그것을 반대하면서 신하들이 올린 상소문의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점검하며 읽기’ 위해서는 먼저 이 글이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문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 글은 훈민정음 반포에 반대하기 위해서 쓴 글이다. 한글을 만들고 널리 알리게 되면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정리한 것이다. 세종대왕의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도 포함돼 있다.
글의 목적이나 배경을 파악한 다음에는 글의 중심 내용을 핵심적인 단어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문장으로 쓰는 것이 편한 경우에는 문장으로 다듬어도 좋다. ‘중국의 비난’(“중국의 글자를 예로부터 써왔는데 이제 새 글자를 만들면 중국의 비난을 받을까 두렵다”), ‘제 글자를 가진 주변 나라들은 오랑캐’(“중국의 글자를 쓰지 않고 새 글자를 쓰는 나라들은 모두 오랑캐 나라들이다”), ‘성리학에 대한 무시 경향’(“언문만 익히고도 관리가 된다면 성리학을 배우지 않으려는 풍토가 번질 수도 있다”), ‘풍속을 바꾸는 일’(“문자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풍속과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할 일이지 긴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등이 중심 내용이 된다.
이런 과정까지가 ‘점검하며 읽기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열쇳말을 찾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에게 이 단계를 경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글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것 같은 단어나 표현은 뭐라고 생각하니?”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열쇳말을 찾는 것과 동시에 열쇠문장도 찾아보도록 해야 한다. 하나만 찾으라고 하면 어려우니까 여러개를 찾되 문단별로 하나씩 찾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단이란 하나의 중심 생각으로 꾸며진 생각꾸러미이기 때문에 문단에도 중심적인 문장이 있게 마련이다.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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