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멘토를 만나다/ 경기 광명중3 장경수군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곧 고등학교 가는데 어디 가야 할지 모르겠고요. 늦었지만 공부 방법을 알고 싶고….”
지난 6월29일, 사전 취재차 전화로 만난 장경수(광명중 3년)군은 차분한 성격에 수줍음이 많아 보였다. 이런 학생이면 열에 열 부모님이 상담신청을 했을 거라고 짐작이 가지만 답은 의외였다. “제가 혼자 신청했어요. 엄마는 자세히 모르세요. 오늘 말씀드릴 거예요.” “말 없고, 조용한 듯하면서도 의지가 큰 학생”이라는 학생부 기록처럼 경수군은 의지가 굳었지만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경수군이 한겨레교육과 중학생 전문 온라인 교육 사이트 1318클래스(www.1318class.com)가 공동기획하는 ‘3인의 멘토를 만나다’에 문을 두드린 이유도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지난 7월1일 경수군을 위해 3인의 멘토(사진 왼쪽부터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 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가 나섰다. 이날 자리에는 경수군의 어머니 이숙희씨도 함께 했다.
# 요리사가 장래희망
봉사·예술적 적성과 맞지만
다양한 직업 탐색 병행해야 # 전문계고로 가야 하나요? 일반고 진학·성적향상이 우선
요리는 학원수업·취미생활로 # 학원 종합반, 도움될까요? 빠른 진도 부담스러울 수도
혼자 복습하는 습관 길러야 특기는 축구와 요리. 어머니 이씨는 “축구를 할 때 경수가 있는 팀은 늘 1등을 한다”고 했고, 1학년 때 담임교사는 “요리 재료의 모양을 예쁘게 잘 자르고 간을 잘한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경수군은 흥미검사에서 사회형과 예술형, 현실형, 가치관검사에선 봉사 분야가 높게 나왔다. “엄마 모르게 자원봉사 하는 걸 봐도 그렇고 심성이 고운 것 같아요. 부모님이 바쁘시니까 신경 안 쓰게 하려고 애쓰는 것 같고요.” 고정민씨는 “언뜻 진로가 뚜렷하지 않아 보이지만 경수가 하는 얘기와 검사 결과를 보면 일관성이 있고, 진로도 어느 정도 좁혀진다”고 했다. 실제 경수군이 꿈꾸는 ‘요리사’는 경수군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할 만한 분야의 직업이었다. 먹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고, 몸을 움직여 일하면서 새로운 맛을 추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래희망을 설정하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경수군 혼자 판단하고 탐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거였다. 고씨가 좁혀준 추천직업(사회복지 분야, 경찰 분야) 가운데 ‘경찰’은 경수군이 꿈꿨던 직업이었지만 경수군은 중2 때 교통사고로 머리 수술했던 걸 이유로 스스로 “나는 경찰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어머니 이씨는 이 대목에서 “요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요리사를 꿈꾸는지는 잘 몰랐다”며 “아들과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고씨는 “경찰을 하려면 신체검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경수는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응시자격 등을 함께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로 분야에서 고씨가 내린 종합적인 처방은 경수군이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직업을 탐색해보는 거였다. 경수군은 자신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고, 관련 직업을 꿈꾸고도 있지만 요리사 외에 다른 직업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남을 잘 돕는 성격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요리만 보이겠지만 다른 분야도 생각해봤으면 싶어요. 흥미검사와 가치관검사에서 높게 나온 세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이면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조리나 요리 등의 분야가 레시피 개발 등 새로운 걸 추구하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서비스 직종이기도 해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요. 경수가 요리사의 좋은 면만 보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고민할 필요가 있죠.” 요리사에 대한 열망이 큰 탓에 경수군은 ‘공부’를 중요한 문제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요리사 되려면 자격증도 따야 하고, 요리나 조리 관련 고교나 대학을 가야 하는 걸로 아는데 맞나요? 관련 학과에 들어가려면 성적이 어느 정도 돼야 하죠?” 진학 부분에서 경수군의 질문은 모두 요리사와 관련한 것이었다. 유성룡 실장은 “지금은 요리사에 대한 꿈이 지나치게 커서 공부가 잘 안 보이겠지만 가능하면 공부를 기본으로 하는 일반계고 진학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계고에 요리 관련 학과가 있지만 더 구체적인 진로는 대학 갈 때 결정해도 늦지 않죠. 중3인데 당장 전문계고 가서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우선 일반계고 가서 공부를 하며 요리사 꿈을 키워가는 게 더 안정적이죠. 중간에 꿈이 바뀔 수도 있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니까요. 또 경수가 대학 갈 때는 요리 분야도 정말 세분화될 겁니다. 일반계고 다닌다고 요리랑 멀어지는 건 아닙니다. 주말을 이용해 요리학원 다닐 수도 있는 거고요.” 유 실장은 “그런 점에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할 건 대학 학과가 아니라 공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마다 성적 조건 등이 다 다르지만 최소 반에서 10등 안에는 들어야 합니다. 경수는 요리사만 눈에 보이는 상황이라 무조건 자격증부터 따고 싶겠지만 그거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학교성적, 수능, 면접 등으로 진학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 경수군의 성적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위권이다. 특별히 어느 과목 성적이 부족하거나 높은 것도 없었다. 최근 두달 정도 다니던 학원을 끊고, 인강을 들었는데 방학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종합반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지은씨는 경수군의 종합반 수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었다. “혼자 천천히 생각을 전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여러 아이를 대상으로 진도를 빠르게 빼는 학원 공부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스스로 공부를 편안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도 못 받고, 자신감도 안 생길 거예요. 그것보다는 스스로 경수에게 맞는 복습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어요.” 이씨가 추천한 복습 방법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수업에서 기억나는 장면들을 빠르게 재생해보는 방법이었다. “머릿속에 문장이나 장면을 사진 찍듯이 넣어보는 겁니다. 배웠던 걸 줄줄 다 외우거나 읽으면 안 되고, 오늘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들 가운데서 재밌게 한 얘기나 그때의 표정, 목소리 톤 등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길게는 3분, 짧다면 1분 정도 그 순간을 머릿속으로 재방송해보는 거죠. 책을 읽을 때도 책을 덮고 나서 머릿속에 제일 기억나는 페이지에 대한 영상을 떠올리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좋을 거예요. 어떤 부분에 어떤 그림이 있었고, 표가 있었는지가 생각이 날 거고, 그 가운데 서너가지 중요한 항목은 두드러지게 기억이 날 텐데 이것들을 연결해보면 더 좋죠.” 물론 과목 성격상 암기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스스로 “서술형 가운데서도 영어 서술형에 약한 것 같다”는 경수군의 말에 이씨는 “서술형 자체가 어렵다기보단 영어 서술형이 어려운 것 같은데 사실 언어와 관련한 건 문장 등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컴퓨터는 학교 갔다 와서 바로 하니? 게임은 하는 종류가 정해져 있어?” “학교 갔다 와서 2시간 정도 해요. 게임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른 걸 하구요.” 방과후 2시간 정도 컴퓨터게임을 하고, 게임이 끝나면 그날 배운 걸 쭉 정리하고 문제집을 풀다 잔다. 경수군은 이런 방과후 일상 가운데 자신이 컴퓨터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고,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걱정했다. 하지만 이씨는 “컴퓨터를 2시간 정도 한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는 것 자체로 봐서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보통 아이들은 자기가 게임을 몇 시간 했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인식하고 있다는 걸 봐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 한 게임에 충동적으로 몰입하지 않는 걸 봐선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집중력 부족에 대한 이씨의 처방은 “공부 시간을 정해놓듯 쉬는 시간도 정해놓고 잘 지키는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충동적으로 딴짓을 하지 말고, 시간과 규칙을 정해놓고 딴짓을 해봐. 20분 정도 공부하면, 10분은 쉰다는 식으로 말이지.”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은 경수군에게 멘토들은 “게임은 휴식의 하나로 남겨두고, 이제는 요리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취미를 만들어볼 것”도 권했다. 이씨는 “좋아하는 요리책을 30분 정도 본다거나 음악, 만화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만화 <식객> 봤니? 음식을 사랑하는 장인들의 마음가짐도 알 수 있고, 만화 보는 취미도 경수 같은 성격한텐 나쁘진 않을 거야.” 유씨는 “블로그 등에 요리 사진을 찍어 올리는 활동을 취미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어머니 이씨는 “경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며 “요리사 직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다른 직업 이야기도 많이 나눠봐야겠다”고 했다. “혼자서 잘하고 있어서 이런 걱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방학 오면 무조건 학원 종합반부터 등록시켜줘야겠다 싶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네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3인의 멘토를 만나다/ 장경수군
다양한 직업 탐색 병행해야 # 전문계고로 가야 하나요? 일반고 진학·성적향상이 우선
요리는 학원수업·취미생활로 # 학원 종합반, 도움될까요? 빠른 진도 부담스러울 수도
혼자 복습하는 습관 길러야 특기는 축구와 요리. 어머니 이씨는 “축구를 할 때 경수가 있는 팀은 늘 1등을 한다”고 했고, 1학년 때 담임교사는 “요리 재료의 모양을 예쁘게 잘 자르고 간을 잘한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경수군은 흥미검사에서 사회형과 예술형, 현실형, 가치관검사에선 봉사 분야가 높게 나왔다. “엄마 모르게 자원봉사 하는 걸 봐도 그렇고 심성이 고운 것 같아요. 부모님이 바쁘시니까 신경 안 쓰게 하려고 애쓰는 것 같고요.” 고정민씨는 “언뜻 진로가 뚜렷하지 않아 보이지만 경수가 하는 얘기와 검사 결과를 보면 일관성이 있고, 진로도 어느 정도 좁혀진다”고 했다. 실제 경수군이 꿈꾸는 ‘요리사’는 경수군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할 만한 분야의 직업이었다. 먹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고, 몸을 움직여 일하면서 새로운 맛을 추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래희망을 설정하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경수군 혼자 판단하고 탐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거였다. 고씨가 좁혀준 추천직업(사회복지 분야, 경찰 분야) 가운데 ‘경찰’은 경수군이 꿈꿨던 직업이었지만 경수군은 중2 때 교통사고로 머리 수술했던 걸 이유로 스스로 “나는 경찰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어머니 이씨는 이 대목에서 “요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요리사를 꿈꾸는지는 잘 몰랐다”며 “아들과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고씨는 “경찰을 하려면 신체검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 경수는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응시자격 등을 함께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로 분야에서 고씨가 내린 종합적인 처방은 경수군이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직업을 탐색해보는 거였다. 경수군은 자신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고, 관련 직업을 꿈꾸고도 있지만 요리사 외에 다른 직업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남을 잘 돕는 성격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요리만 보이겠지만 다른 분야도 생각해봤으면 싶어요. 흥미검사와 가치관검사에서 높게 나온 세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이면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조리나 요리 등의 분야가 레시피 개발 등 새로운 걸 추구하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서비스 직종이기도 해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요. 경수가 요리사의 좋은 면만 보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고민할 필요가 있죠.” 요리사에 대한 열망이 큰 탓에 경수군은 ‘공부’를 중요한 문제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요리사 되려면 자격증도 따야 하고, 요리나 조리 관련 고교나 대학을 가야 하는 걸로 아는데 맞나요? 관련 학과에 들어가려면 성적이 어느 정도 돼야 하죠?” 진학 부분에서 경수군의 질문은 모두 요리사와 관련한 것이었다. 유성룡 실장은 “지금은 요리사에 대한 꿈이 지나치게 커서 공부가 잘 안 보이겠지만 가능하면 공부를 기본으로 하는 일반계고 진학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계고에 요리 관련 학과가 있지만 더 구체적인 진로는 대학 갈 때 결정해도 늦지 않죠. 중3인데 당장 전문계고 가서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우선 일반계고 가서 공부를 하며 요리사 꿈을 키워가는 게 더 안정적이죠. 중간에 꿈이 바뀔 수도 있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니까요. 또 경수가 대학 갈 때는 요리 분야도 정말 세분화될 겁니다. 일반계고 다닌다고 요리랑 멀어지는 건 아닙니다. 주말을 이용해 요리학원 다닐 수도 있는 거고요.” 유 실장은 “그런 점에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할 건 대학 학과가 아니라 공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마다 성적 조건 등이 다 다르지만 최소 반에서 10등 안에는 들어야 합니다. 경수는 요리사만 눈에 보이는 상황이라 무조건 자격증부터 따고 싶겠지만 그거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학교성적, 수능, 면접 등으로 진학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 경수군의 성적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위권이다. 특별히 어느 과목 성적이 부족하거나 높은 것도 없었다. 최근 두달 정도 다니던 학원을 끊고, 인강을 들었는데 방학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종합반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지은씨는 경수군의 종합반 수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었다. “혼자 천천히 생각을 전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여러 아이를 대상으로 진도를 빠르게 빼는 학원 공부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스스로 공부를 편안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도 못 받고, 자신감도 안 생길 거예요. 그것보다는 스스로 경수에게 맞는 복습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어요.” 이씨가 추천한 복습 방법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수업에서 기억나는 장면들을 빠르게 재생해보는 방법이었다. “머릿속에 문장이나 장면을 사진 찍듯이 넣어보는 겁니다. 배웠던 걸 줄줄 다 외우거나 읽으면 안 되고, 오늘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들 가운데서 재밌게 한 얘기나 그때의 표정, 목소리 톤 등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길게는 3분, 짧다면 1분 정도 그 순간을 머릿속으로 재방송해보는 거죠. 책을 읽을 때도 책을 덮고 나서 머릿속에 제일 기억나는 페이지에 대한 영상을 떠올리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좋을 거예요. 어떤 부분에 어떤 그림이 있었고, 표가 있었는지가 생각이 날 거고, 그 가운데 서너가지 중요한 항목은 두드러지게 기억이 날 텐데 이것들을 연결해보면 더 좋죠.” 물론 과목 성격상 암기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스스로 “서술형 가운데서도 영어 서술형에 약한 것 같다”는 경수군의 말에 이씨는 “서술형 자체가 어렵다기보단 영어 서술형이 어려운 것 같은데 사실 언어와 관련한 건 문장 등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컴퓨터는 학교 갔다 와서 바로 하니? 게임은 하는 종류가 정해져 있어?” “학교 갔다 와서 2시간 정도 해요. 게임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른 걸 하구요.” 방과후 2시간 정도 컴퓨터게임을 하고, 게임이 끝나면 그날 배운 걸 쭉 정리하고 문제집을 풀다 잔다. 경수군은 이런 방과후 일상 가운데 자신이 컴퓨터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고,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걱정했다. 하지만 이씨는 “컴퓨터를 2시간 정도 한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는 것 자체로 봐서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보통 아이들은 자기가 게임을 몇 시간 했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인식하고 있다는 걸 봐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 한 게임에 충동적으로 몰입하지 않는 걸 봐선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집중력 부족에 대한 이씨의 처방은 “공부 시간을 정해놓듯 쉬는 시간도 정해놓고 잘 지키는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충동적으로 딴짓을 하지 말고, 시간과 규칙을 정해놓고 딴짓을 해봐. 20분 정도 공부하면, 10분은 쉰다는 식으로 말이지.”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은 경수군에게 멘토들은 “게임은 휴식의 하나로 남겨두고, 이제는 요리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취미를 만들어볼 것”도 권했다. 이씨는 “좋아하는 요리책을 30분 정도 본다거나 음악, 만화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만화 <식객> 봤니? 음식을 사랑하는 장인들의 마음가짐도 알 수 있고, 만화 보는 취미도 경수 같은 성격한텐 나쁘진 않을 거야.” 유씨는 “블로그 등에 요리 사진을 찍어 올리는 활동을 취미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어머니 이씨는 “경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며 “요리사 직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다른 직업 이야기도 많이 나눠봐야겠다”고 했다. “혼자서 잘하고 있어서 이런 걱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방학 오면 무조건 학원 종합반부터 등록시켜줘야겠다 싶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네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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