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중학진로독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꿈을 위한 책 읽기, 진로독서를 시작하며…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이 바라던 꿈을 이루고 싶어한다.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수많은 자서전과 자기계발서들을 두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꿈을 이룬 이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열정을 바쳤다. 둘째, 그들은 모두 책을 좋아하고 책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했다. 꿈을 이루려면 먼저 자신이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을 찾아야 한다. 관심 분야를 잘 모르겠다면 찾아나서야 하는데, 이때 다양한 책들을 읽어서 탐색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흥미는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작은 불씨와 같은 것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중요한 것은 흥미를 비범성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책 읽기가 필요하다.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는 데 책만큼 쉽고 유익한 매개체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문호 마르틴 발저는 “사람은 그가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책을 재미있게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상의 여러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하고 또 내 삶과 연결해 생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책을 읽는 것은 곧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중학생 시기는 진로탐색기다. 아직 꿈이 없다면 책에서 가슴 뛰는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고,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에 흥미가 없다면 우선 책이 재미있다는 경험부터 해보면 좋다.
■ 이 책, 알고 보면 재미있다!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지음, 김화영 옮김문학동네
◎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는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에 1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전투기 연대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제대 후 항공사에 취직하여 정기우편비행을 담당한다. 그에게 비행은 모험과 사색의 연장이자, 작품의 모태였다. 신문사 특파원으로 스페인 전쟁을 취재하기도 한 그를 두고 사람들은 ‘행동주의 작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다시 전투 비행사로 복무했고 잠깐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어린 왕자>를 발표한다. 다시 알제리의 정찰비행단으로 들어간 그는 1944년 7월 출격했으나 실종되고 만다. 귀환 도중 독일 전투기에 격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품으로 <어린 왕자> 외에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남방우편기> 등을 남겼다.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수백 종의 판본이 나왔다. 해방 이후 가장 많이 읽힌 문학 작품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던 ‘나’는 비행기 사고로 혼자 사막에 불시착해 어린 왕자를 만난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살던 별의 이야기를 해준다. 장미와 지혜로운 여우 이야기, 지구로 오기 전에 여러 별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 떨어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 자기 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고 결국 떠난다.
책을 읽을 때 읽는이의 맘이 이끌리는 대로 해석할 자유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저자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마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지 않고 정성껏 경청하는 일과 같다. 어린 왕자를 통해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의미는 뭘까. 이야기의 주제를 찾는 일인데, 흔히 이야기에는 저자 대신 지혜를 전달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여우가 그런 구실을 한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뜻을 알려준다. 관계를 맺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내심이란 날마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여우는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장미를 소중하게 만든 건 거기에 바친 시간들이라는 것도 일깨워준다. 여우는 왕자에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넌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음을 잊어선 안 돼”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가 지구에 오기 전 만난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도 저자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 끝없이 남에게 군림하고 받들어지기를 원하는 왕, 자기를 칭찬해주기만을 원하는 허영쟁이, 허무주의에 빠진 술꾼, 돈을 최고로 여기는 상인, 기계문명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점등인, 이론만 앞세우고 행동하지 않는 학자가 그것이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중요한 상징을 찾을 수 있다. 바오밥나무는 악한 영혼을 상징한다. 왕자가 바오밥나무를 뿌리째 뽑아 버리고 그 싹을 베어 내는 모습을 담은 그림은 거대한 악의 군대에 저항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은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사막에서 본 ‘우물’은 진정한 기쁨이나 진리를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작품을 읽을 때는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와 연결지어 봐야 한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에 세상에 나타났다. 작가는 숱한 생명들이 짓밟히고 죽어나가는 전쟁 한가운데서 아주 연약하고 작은 한 송이 장미를 사랑하는 어린 왕자를 보여줌으로써 순수한 인간성을 바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작가가 공들여 그린 표지 그림 속 왕자의 모습은 어떤가. 어린 왕자는 손에 칼을 들고 마치 중세 기사처럼 망토를 두르고, 가죽 장화를 신고, 어깨에는 계급장 같은 별을 달았다. 혹시 어린 왕자는 시인이면서 행동가, 진정한 의미의 군인(기사)임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책 속에 나 있다 직관형 성격, 저널리스트·법률·예술 관련 직업과 어울려 내가 어린 왕자의 성격을 닮았다면? 책 읽기는 나를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 거울처럼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것에는 ‘성격’이 있는데, 바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통해 독자 자신의 성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성격유형검사인 ‘엠비티아이’(MBTI)를 처음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도 처음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들을 연구했다. 성격은 한 사람의 고유한 특성으로, 개성과 자아의 뿌리다.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게 달라지고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진다. 그런 점에서 성격 찾기는 타고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곧 자신의 타고난 성격의 꽃을 활짝 피우는 게 자기 인생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성격적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가능하다. <어린 왕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책이지만 특별히 어린 왕자를 더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부류들이 있다. 그들이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에 담긴 ‘의미’에 끌리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인생에 대한 깊은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으며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어린 왕자가 하는 행동이나 의미, 추구하는 이상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직관형’에 가까운 성격일 것이다. 직관형은 통찰을 통해 의미와 가능성, 관계를 인식하기를 즐기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 사과를 볼 때 직관형은 “저 사과는 달콤하겠다, 참 붉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보다 빌헬름 텔의 일화나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를 떠올린다. 또 몰래 사과를 숨겨두었다가 주시던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직관형은 말을 할 때에도 비유적이고 암시적인 언어를 자주 쓰는 편이다. 종종 현실에서 벗어난 상상의 세계에 빠지다 보니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사건의 구체적인 모습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렇게 가능성을 추구하는 직관형은 의사소통과 관련된 상담직이나 저널리스트, 교직, 작가, 법률, 연구, 종교, 예술, 과학 등 장기간의 계획과 발달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직관형은 책을 읽을 때나 공부를 할 때도 책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하고, 호기심이 강해 새로운 책이나 어려운 책에도 곧잘 도전한다. 또 책이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나서 책의 전체 그림을 먼저 그려본 다음에 읽는다. 직관형의 장점은 책을 읽을 때 순간순간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는 것인데, 그런 아이디어를 흘려보내지 말고 책의 여백이나 공책에 적어두는 게 좋다. 의미 중심, 핵심 위주로 책을 읽다 보니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을 무시하고 넘어간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시험 볼 때 쉬운 문제도 어이없게 틀리는 수가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은 후 세부 내용을 반드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때도 이미 다 알기 때문에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간략하게 핵심만 말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는 책의 내용과 감상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 나대로 책 읽기 어린 왕자는 비행사 자신이다
성재중 3학년 박선우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난 심심할 때면 <어린 왕자>를 읽어왔다. 좀 울적하거나 화가 날 때 <어린 왕자>를 읽으면 진정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솔직히 난 ‘모자’라고 생각했다. 초등학생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숫자를 좋아한다는 말이 나올 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학교 갔다가 놀이터에 나가면 늘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서로의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같이 즐겁게 놀았다.
중학생이 된 뒤에 읽었을 때는 전혀 다르게 공감이 됐다.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을 알려면 ‘숫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선 몇 살인지 알아야 호칭을 정할 수 있고. 만약 나와 같이 막내라는 걸 알면 더 얘기할 거리가 많을 것이다. 또 생일은 언제인지 알아야 챙겨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어느새 숫자로 표현하면 더 잘 이해하는 ‘어른’이 된 것일까.
내 생각에 <어린 왕자>는 처음 시작부터 이야기의 끝까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책인 것 같다. 물론 세상의 많은 책이 그렇지만. 그렇다면 ‘작가’의 입장에서 보는 <어린 왕자>는 어떨까? 나는 커서 작가가 꿈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왜 <어린 왕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일까’ 하고. 시작 장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작가가 왜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여섯 살 때 어른들 때문에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포기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을까 하고. 이야기 속의 비행사 ‘나’는 항상 그 그림을 꺼내 사람을 시험해 보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사막에서 그 염원을 이룬다.
사막은 많은 작품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상징으로 쓰인다. 비행사가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켜 고립되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홀로 지내고 있을 때, 해가 뜰 무렵 이상한 목소리가 그를 깨운다. 나는 이 장면이 비행사가 자기 내면의 진짜 ‘자기’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는 바로 비행사 자신인 것이다. 어른들에 의해 잃어버린 순수한 자신 말이다. 놀랍게도 어린 왕자가 건네는 첫마디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였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닐까?
작가가 왜 시점을 ‘나’라는 1인칭으로 했을까? 만약 처음부터 “어린 왕자가 홀로 별에 살고 있었다”고 3인칭으로 시작했다면 전체적으로 판타지라는 느낌이 강해서 흔한 동화처럼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1인칭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나’가 사막에 불시착하여 왕자를 만난 게 왠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소설을 쓸 때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어린 왕자가 여러 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 슬퍼졌다. 왕, 허풍쟁이, 술꾼, 상인, 학자 그들은 모두 어떤 고정 사고에 쫓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이 습관으로 굳어버렸다. 그들의 문제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으니 왕자와 마음이 통할 리 없다. 그래서 모두 외로운 거다. 그들의 문제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 안고 있는 문제일 수 있다.
나도 미처 모르고 있을 나의 고정관념은 무엇일까?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문제점을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음이 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우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마음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전히 내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가 되려면 사람들 마음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탐색해야겠다.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다음의 문장으로 이야기의 끝을 열어놓고 있다.
“만일 금발머리를 가진 어떤 사내아이 하나가 당신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어 보인다면, 그리고 말을 건네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아이가 누군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제게 친절을 베풀어 주십시오. 날 이토록 슬픔에 잠겨 있게 내버려 두지 마시고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 편지를 써서 알려 주십시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1997년 캐나다의 장피에르 다비트라는 작가가 <다시 만난 어린 왕자>라는 책으로 생텍쥐페리의 부탁을 들어준다. 이 책에서 ‘나’는 비행사가 아니라 여행가이다. 배가 난파하면서 무인도에 내던져진 그의 눈앞에 언제 튀어나왔는지 모를 금발의 한 꼬마 녀석이 서 있다. 그 녀석은 웃기만 할 뿐 묻는 말에 대꾸를 하지 않는다. 이 아이의 목적은 단 하나, 호랑이 사냥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사랑하는 장미를 구하고 어린 왕자의 별을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를 몰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가 만나는 사람들도 생물학자, 광고맨, 통계학자, 관리인, 초록사나이 등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모두 현대 문명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소녀’의 등장이 의미심장하다. <어린 왕자>에 나온 여우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린 왕자가 호랑이 사냥꾼을 찾으러 지구에 왔다가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힘으로 사랑하는 장미를 지켜내겠다고 결심하면서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게 결말이다. 마지막에 여행가는 어린 왕자가 지구에 두고 간 양을 상자에 넣어서 생텍쥐페리에게 보낸다.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이야기 흐름과 큰 주제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 의미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원전을 패러디한 작품이지만 원 작품의 권위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원전을 곱씹고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만난 어린 왕자>를 읽은 후 독자들도 용기를 내어 또다른 <다시 만난 어린 왕자>를 창작해 보면 어떨까? 어느 날 서울의 한 골목에서 한강변에서 어린 왕자와 마주쳤다면 어떤 말을 주고받으며 어떤 사건들이 생길까? 또 어린 왕자가 날마다 “공부해라”를 외치는 엄마를 만난다면?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중학생과 만난다면?
<어린왕자>
■ 책 속에 나 있다 직관형 성격, 저널리스트·법률·예술 관련 직업과 어울려 내가 어린 왕자의 성격을 닮았다면? 책 읽기는 나를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 거울처럼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것에는 ‘성격’이 있는데, 바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통해 독자 자신의 성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성격유형검사인 ‘엠비티아이’(MBTI)를 처음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도 처음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들을 연구했다. 성격은 한 사람의 고유한 특성으로, 개성과 자아의 뿌리다.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게 달라지고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진다. 그런 점에서 성격 찾기는 타고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곧 자신의 타고난 성격의 꽃을 활짝 피우는 게 자기 인생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성격적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가능하다. <어린 왕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책이지만 특별히 어린 왕자를 더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부류들이 있다. 그들이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에 담긴 ‘의미’에 끌리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인생에 대한 깊은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으며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어린 왕자가 하는 행동이나 의미, 추구하는 이상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직관형’에 가까운 성격일 것이다. 직관형은 통찰을 통해 의미와 가능성, 관계를 인식하기를 즐기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 사과를 볼 때 직관형은 “저 사과는 달콤하겠다, 참 붉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보다 빌헬름 텔의 일화나 창세기에 나오는 선악과를 떠올린다. 또 몰래 사과를 숨겨두었다가 주시던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직관형은 말을 할 때에도 비유적이고 암시적인 언어를 자주 쓰는 편이다. 종종 현실에서 벗어난 상상의 세계에 빠지다 보니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사건의 구체적인 모습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렇게 가능성을 추구하는 직관형은 의사소통과 관련된 상담직이나 저널리스트, 교직, 작가, 법률, 연구, 종교, 예술, 과학 등 장기간의 계획과 발달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직관형은 책을 읽을 때나 공부를 할 때도 책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하고, 호기심이 강해 새로운 책이나 어려운 책에도 곧잘 도전한다. 또 책이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나서 책의 전체 그림을 먼저 그려본 다음에 읽는다. 직관형의 장점은 책을 읽을 때 순간순간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는 것인데, 그런 아이디어를 흘려보내지 말고 책의 여백이나 공책에 적어두는 게 좋다. 의미 중심, 핵심 위주로 책을 읽다 보니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을 무시하고 넘어간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시험 볼 때 쉬운 문제도 어이없게 틀리는 수가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은 후 세부 내용을 반드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때도 이미 다 알기 때문에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간략하게 핵심만 말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는 책의 내용과 감상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 나대로 책 읽기 어린 왕자는 비행사 자신이다
박선우양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다시 만난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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