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나비야>
지난 겨울 아이들과 새를 보러 갔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망원경 보는 데 익숙하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 “저기 비오리가 있어” 해도 대답이 없고 “저기 청둥오리 보이지?” 해도 대답이 없어요. 아이들은 두 눈을 다 뜨거나 다 감고 망원경에 매달려 있었어요. 매섭게 추운 날 멀리까지 갔는데 그냥 올 수 없어서 기러기들이 먹이를 먹고 있는 논으로 갔어요. 세 돌, 네 돌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니까 쇠기러기들이 모두 고개를 빳빳이 들고 꽁무니를 뒤로 한 채 슬금슬금 피하더군요. 아이들이 고개를 드는 순간 기러기와 얼굴이 딱 마주쳤어요. 쇠기러기들은 날아올랐고 아이들은 새를 실컷 보았지요.
<나야, 제비야>(이상대 글/윤봉선 그림/봄나무)가 출판되자 반가운 마음에 얼른 씩씩이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어요. “겨울에 우리 새 보러 갔었지” 하고 기억도 되살려내려 애쓰면서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읽어 주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비교적 잠잠했어요. 친근하게 말하듯 쓴 글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내용 전개,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끌 듯도 한데 이렇게 덤덤할 수가!
다만 제비가 낳은 알에서 새끼 새들이 깨어 나오는 장면, 제비 부부가 열심히 물어다 준 먹이를 받아먹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더군요. ‘저희와 같은 단계, 비슷한 생활이라 이거지’ 하는 생각에 속으로 웃었지요. 제비를 보지 못한 게 문제였어요. 그 많던 제비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제비가 집집마다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았는데…. 서울 봉천동에 사는 씩씩이 아이들은 ‘제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고 거의 무감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직접 보고 느낀 대상
그림책에 나오면
호기심 반짝 감동 물씬
우리나라를 찾는 새들은 많은데, 아이들은 새를 보고 느끼지 못하면서 자라요. 서점에는 새에 관한 한 외국에서 수입한 번역서들이 꽤 많아요. 어른들 자신이 자연과 멀어져 있기 때문일까, 아이에게 책을 사 주는 부모들은 ‘제비’를 다룬 책과 열대 우림의 ‘앵무새’를 다룬 책에 그다지 구별을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어린이책은 아이들의 삶이 담겨 있을 때 재미도 있고 감동도 커요. 자연 책도 직접 보고 느낀 대상을 담고 있을 때 호기심도 생기고 제대로 느끼며 볼 수 있지요. 아이들은 친숙한 풍경 속에서 친숙한 생물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에서 확인하고 감동받을 권리가 있어요. 제비와 어우러져 살 수 있게 우리 삶을 다시 고쳐 나가는 지혜를 얻을 권리, 미래를 선택할 권리가 있지요. 제비가 사라진 들녘에서는 사람도 행복할 수 없으니까요. 최근에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새를 보여 주려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늘어난 건 다행이에요. 앞으로 황조롱이와 딱다구리, 저어새 등 새에 관한 책들이 차례차례 나올 텐데 아이들은 어떻게 볼지 궁금하네요.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