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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랑니

등록 2005-06-19 16:05수정 2005-06-19 16:05

사랑니

김미경/여수 여수여중 3학년

언제부턴가 사랑니가 나기 시작했다. 거울로 보면 잇몸으로 삐죽 나오지는 않았지만, 잇몸이 단단한 걸 보니 한 달 뒤, 아니 몇 주일 뒤면 사랑니가 나올 것 같다. ‘사랑니!’

사람들은 사랑니가 나오기 시작하면 사랑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떤 한 사람 때문에 아파 본 적도 없고 하늘로 날아갈 듯 기뻤던 적도 없다. 그런데 내가 겪어 보지 않아서 모르는 사랑을 한다니…. 한때 나는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어느 책엔가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은 꼭 한번만이라도 죽도록 사랑해 보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무리인 것 같다. 난 강한 아이가 아니니까. 내 걸 다 주고 사랑과 바꾸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사랑은 나에게는 영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랑이니까 말이다. 아직 사랑을 해 보지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도 알고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일을 해 볼 거라는 여러 가지 상상도 할 줄 안다. 그리고 사랑에는 남녀의 사랑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랑도 있다.

그 많고 많은 사랑 중에 나는 부모의 사랑을 얘기해 보고 싶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로 부모님 발을 씻겨 드리라는 글귀가 있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서 줄곧 내 몸을 씻겨 주셨다. 10년이 넘게 내 발과 손, 얼굴을 씻겨 주셨는데, 나는 단 한번도 엄마와 아빠의 손과 발을 제대로 보지 않았고, 피곤하신 발 한번 제대로 씻겨 드리지 못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받기만 한 사랑이 또 어디 있을까?

행복은 발 밑에 있다고 했다. 내 님이 어디 있는지 찾기 전에 날 감싸 주신 부모님을 먼저 보아야 하는 게 고귀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왜냐면 부모님의 사랑은 산소와 같으니까.


사랑니에서 떠오른 생각
부모님 사랑에 잘 연결

‘사랑니’에서 떠오른 생각을 부모님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갑니다. 위대한 사랑은 부모님의 손발을 씻어 드리는 작은 정성에서 비롯됨을 확인하는 좋은 글입니다. 마지막 세 문장에 지은이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김미순/전남국어교사모임, 여수여중 교사 jagun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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