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벌써 일주일이 넘게 혼자 교실 청소를 하고 있다. 아이들 말로 ‘삐져서’ 그렇다. 아이들과 1년을 지내다 보면 도무지 어쩌지 못할 경우가 몇 번 찾아온다. 말도 정말 안 듣고, 어쩔 때는 너무 못된 행동까지 하면서 교사의 선의를 비웃는다. 이때 교사가 받는 상처는 매우 커서 참 오랫동안 힘들고 괴롭다. 그럴 때마다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 아이들을 보내고 혼자 청소를 한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면서 서운하고, 속상했던 마음들을 같이 쓸어 보낸다. 아이들이 청소할 때 대충 넘어가게 되는 구석 자리까지 대걸레를 빨아 꼼꼼하게 닦고 나면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러면 조금 마음이 풀린다. 마음이 진정된다.
청소를 하면서 대충 아이들 책상 위를 살펴보게 되는데, 그걸 보면 오늘 하루 아이들이 교실에서 어떻게 살다 갔는지 대충 보인다. 책상 위의 낙서, 우유갑, 쑤셔 넣은 신문, 가져가지 않은 일기장, 읽던 만화책, 서로 교환했던 쪽지 따위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물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책상이 많다. 아이들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책상 위를 살펴보면서 이렇게 다 다른 아이들을 혼자서 집중시켜서 뭘 가르친다는 게 얼마나 바람직한 일일까 싶어 또다시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아이마다 잘 살펴보고 배려하면서 서로 밀착된 관계로 공부하고 싶은데, 그럴 만한 시간도, 정신도 없는 게 요즘의 교실 풍경이다.
물론 이런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무언가 가르치겠다는 속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혼자 청소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아이들 마음이 잠시 흔들리기를 바란다.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같이 남아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려고 한다. 나 혼자 한다고 가라 하면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러면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그런 반면에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많다. 너무 신나서 낄낄대는 바람에 또다시 마음이 상하지만, 뭘 크게 어쩌자고 혼자 청소하는 게 아니므로 웬만하면 괜찮다.
혼자 청소할 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왜 교사가 되었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두루두루 떠오르는 대로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서는 안 된다면서 씩씩거리지만 늘 결론은 교사로서 준비가 많이 부족했구나로 내리게 된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해서 아이들을 만나야겠다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된다. 그러니 사람들이 생각하듯 혼자 청소하는 일이 그렇게 슬픈 일만은 아닌 것이다.
김권호/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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