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연구팀 “현행 성적표에서 ‘석차등급’ 삭제”
내신 무력화…전문가 “대학들 수능 비중 높일것”
내신 무력화…전문가 “대학들 수능 비중 높일것”
현재 9등급의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고교 내신성적 산출 방식을 2012년부터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학생들 사이의 지나친 경쟁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내신 부풀리기’와 이에 따른 내신 무력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의 ‘고교 성적 평가방식 개선연구팀’이 마련한 ‘고등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학교성적 평가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1이 되는 2012년부터 고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는 교과성적 항목에서 현재 9등급으로 매겨지고 있는 ‘석차등급’이 삭제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부에는 과목별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이수자 수 4개 항목만 기록된다.
다만, 교과부가 올해 2학기부터 시범 도입한 일반계고의 기초·심화 과목과 전문계고의 직업계열 교과목은 1년 빠른 2011년도부터 석차등급이 삭제된다. 수강 학생이 13명 이하여서 9등급 산출이 어려운 이른바 ‘소인수 과목’에 대해서도 원하는 학교에 한해 2011년부터 석차등급을 삭제할 수 있다.
원점수와 함께 평균과 표준편차 등을 표기하는 방식은 절대평가에 상대평가 요소를 반영한 형태로, ‘수·우·미·양·가’(평어)로 매기던 예전의 절대평가 방식과는 다르다. 2005년 내신 9등급제가 도입되기 이전까지 시행됐던 절대평가는 과목별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그 점수를 얻은 학생의 숫자와 관계없이 모두 같은 평어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이런 평가방식이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대학들이 이를 이유로 입시에서 내신을 무력화하자, 정부는 내신 9등급제를 도입했다. 9등급제는 등급별로 해당자를 일정 비율로 정해 놓은 엄격한 상대평가제다. 상위 4% 안에 들어야 1등급을 받는 식이다.
연구팀은 모든 고교에서 석차등급이 폐지되는 2012년 이후에는 2단계 조처로, 과목별 성취 기준 도달 수준에 따라 ‘A·B·C·D·E’를 매기는 5단계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수·우·미·양·가’로 성적을 표기하는 것과 같은, 완전한 절대평가제로의 전환을 뜻한다.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2012년 말에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 고교 내신제도를 학점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이때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석차 대신 석차등급을 적어 서열 경쟁을 완화하려던 당초 정책 취지와 달리, 등급 구분이 서열화를 각인시키는 부작용이 생겼으며, 평가 대상 집단이 동질적이거나 소규모인 경우 경쟁이 더욱 치열해 궁극적으로는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9등급제 폐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방안을 두고 대입에서의 내신 무력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수능 자격고사화 등의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과거 절대평가제를 실시할 때처럼 대학들은 내신보다 수능을 더 비중있게 반영할 것”이라며 “현 정부의 대입 자율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변별력 확보를 위한 본고사가 부활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성을 준다는 점에서 절대평가 전환은 환영할 일이지만 대학이 교사의 평가를 존중할지는 의문”이라며 “경쟁 완화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과부가 내신 반영 방식 등과 관련해 대학들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성을 준다는 점에서 절대평가 전환은 환영할 일이지만 대학이 교사의 평가를 존중할지는 의문”이라며 “경쟁 완화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과부가 내신 반영 방식 등과 관련해 대학들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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