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학생인권조례 등 충돌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교육정책의 큰 줄기는 ‘자율화’다. 규제 완화를 통해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08년 2월 ‘지방교육자치의 내실화’를 국정과제로 확정했고, 그해 4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시·도 교육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내용의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6·2 지방선거로 진보 성향 교육감 6명이 당선된 뒤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주민 직선 교육감 체제가 출범한 뒤 100여일 동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징계, 교원평가제, 학생인권조례 등을 두고 교과부는 사사건건 시·도교육청의 발목을 잡아왔다.
자율화 추진 이전보다 교과부의 개입이 오히려 더 강화됐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교과부는 지난 6월18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민주노동당 가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낮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자, 곧바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파면 또는 해임을 하라는 교과부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의원들마저 “교과부가 징계 수위까지 강제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직선 교육감 체제와 교과부의 첫 충돌은 교원평가제에서 비롯됐다. 7월6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교원평가와 관련된 교육규칙 폐지 방침을 밝히자, 교과부는 “법적 조처를 검토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지난 5일 교과부 국정감사에서는 교원평가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는지, 장관에게 있는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였다.
교과부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견제에 나서고 있다. 학교장이 학칙으로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교과부는 “교권과 학생 권리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육단체들은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고 상위 법령을 개악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이전 교육감 시절 이뤄진 군산 중앙고와 익산 남성고의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취소하자, 교과부가 시정명령으로 취소 철회를 압박한 것이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앞두고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시·도교육감들에 대해 교과부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교육감 권한 침해 논란을 낳았다.
이런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현행 법률의 모호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전 대한교육법학회 회장(제주대 법학과 교수)은 “초·중등교육법에서 권한과 시행 주체를 ‘장관 및 교육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정리해, 직선 교육감의 위상에 걸맞게 그 권한을 늘리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교과부는 전국적으로 균등한 교육조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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