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스펙 쌓기’
중·하위권 학교 중심 급증
많은 곳은 1학기에 19번도
중·하위권 학교 중심 급증
많은 곳은 1학기에 19번도
서울 ㅂ고 3학년 학생들은 올 1학기에만 19차례 교내 경시대회를 치렀다. 지난해 1·2학기 통틀어 교내 경시대회가 8번 열렸던 것에 견주면 1년 새 대회 횟수가 폭증한 셈이다. ㄷ고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5번에 그쳤던 3학년 대상 교내 경시대회가 올해에는 17번으로 늘었다. 수학·영어·과학 등 교과 관련 경시대회도 있지만, 워드프로세서 경시대회나 주장 발표대회, 외국어 노래경연대회처럼 입시와 무관해 보이는 경시대회들도 많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서울시 고교 학년별 교내 경시대회 자료’를 보면, 고교 3학년 대상 교내 경시대회가 2008년 평균 5.7개에서 2009년 6개로 약간 늘더니, 올해 들어서는 1학기에만 6.2개로 급증했다.
이처럼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내 경시대회가 크게 는 것은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스펙 쌓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 4월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발표하면서, 올해 입시부터 토익·토플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 반영을 금지하고 교내 경시대회 등 학교 활동에 관련된 것만 반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교내 스펙’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지난 1학기에 10번 이상 경시대회를 연 ㄷ고의 한 교사는 “학교 쪽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의식해 가능한 한 교내 경시대회를 많이 열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1학년인 2008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86번의 경시대회를 연 ㅅ고의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교 안에서 스펙을 만들어줘야 하니까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교내 경시대회를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3을 포함해 전체 고교생의 경시대회 횟수를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성동구가 한 학교당 14.2번으로 가장 많았고, 금천구(13.3번)와 동작구(11.8번)가 뒤를 이었다. 이 세 자치구는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고교선택제가 시행됨에 따라, 아무래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는 중·하위권 고교는 입학사정관제나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 진학률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며 “교육 여건이 처지는 지역에서 교내 경시대회가 많이 실시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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