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의 초·중딩 글쓰기 홈스쿨
[함께하는 교육] 우리말 논술 /
고경태의 초·중딩 글쓰기 홈스쿨 30
고경태의 초·중딩 글쓰기 홈스쿨 30
[난이도 수준-중2~고1]
쉼표는 흉기다.
떴다 하면 공포다. 슬슬 피해야 한다. ‘쉼’자가 들어갔다지만 독자를 쉬지 못하게 한다. 만날 쉰다고 자랑하면서도 실제 알고 보면 일중독 환자 같은…. 쉼표는 조용히 다가와 내 숨통을 조인다. 쉼표는 킬러다.
흐흐, 엄살이다. 쉼표의 미덕이 과대평가되었음을 장난스레 과장해보았다. 생각해보자. 쉼표를 보고 독자는 휴식을 취하는가? 차라리 마침표가 진정한 정지 신호다. 물음표와 느낌표도 그렇다. 그 셋이 반짝거리면 일단 멈춘다. 문장부호 중에서 오로지 쉼표만이 정지 신호가 아니다. 쉼표를 보면 편한 날숨을 쉴 수가 없다. 대개 들숨이다. 오늘은 쉼표와 마침표를 통해 문장의 길이와 리듬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나는 중딩 준석에게 늘 이런 권고를 한다. “한 문장에서 쉼표는 하나 이상 찍지 말아줘.” 사춘기 소년은 당최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은 그 트랜스포머를 갖다 놓고 ○○마트를 나오는데, 이상하게 ‘만원 찾기 본능(?)’이 각성하여 쓰레기통을 뒤지며 만원을 찾는데, 그건 당연히 아무나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짓이었다.”(돈, 돈, 돈) “플루트 말고는 할 게 없기 때문에, 나의 소중한 자원이자, 든든하고 빛나는 악기인, 플루트가 제발 은서 곁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나의 플루트)
앞글의 쉼표는 몽땅 빗자루로 쓸어냈으면 좋겠다. 다음처럼 세 문장으로 나눠야 훨씬 읽기 깔끔하다. “그 트랜스포머를 갖다 놓고 ○○마트를 나오다 이상하게 ‘만원찾기 본능’이 각성했다. 쓰레기통을 뒤지며 만원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짓이었다.” 뒷글의 쉼표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하나만 빼놓고는 하등 쓸 이유가 없다. 그냥 “나의 소중한 자원이자 든든하고 빛나는 악기인 플루트가…”라고 하면 된다. 여기에 붙은 쉼표는 시각적인 혼란스러움만 준다.
나는 ‘단문주의자’다. 간결한 호흡으로 문장을 패스하는 플레이가 정석이라는 지론을 가졌다. 일도양단할 수는 없다. 문장의 길이에 관한 견해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스타일이다. 글의 장르나 성격상 단문의 흐름보다는 만연체가 어울리기도 한다.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이 조화롭게 아웅다웅 섞여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한다. 그럼에도 짧은 문장이 주도권을 잡아야 글의 흡입력과 가독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한 중요한 실천사항 중 하나는 쉼표보다 마침표의 등용이다. 짧게 쓰자는 이야기다. 준석의 글에서 본 것처럼 쉼표가 득실거리면, 문장이 엿가락처럼 늘어진다(명사를 나열할 때 쓰는 쉼표는 예외로 친다). 읽는 사람 엿 먹으라는(!) 수작 아닌가? 쉼표 때문에 오히려 호흡이 곤란해지는 역설!
결국은 리듬감이다. 쉼표와 마침표는 글의 음악성에서 결정적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발음의 자연스러움’이다. 대개 글을 마무리하면 퇴고를 위해, 읽는다. 소리를 내거나 마음속으로 읽는다. 술술술 읽혀야 기분 좋다. 물길을 가로막는 억센 바위처럼 쉼표가 엉뚱한 곳에서 버티면 막힌다. 탁 걸린다. 본의 아니게 쉼표에게 막말을 했다. 명예훼손감이다. 오해 마시라. 쉼표 무용론은 아니다. 타이밍에 맞게 출현하는 쉼표는 글을 야무지게 한다. 멈칫, 뜻하지 않은 여운을 준다. 사실 문장부호에 무슨 죄가 있나. 남용하는 인간들이 죄지~. 쉼표의 과로를 반대하는 바이다^^. <한겨레> 오피니언넷 부문 기자 k21@hani.co.kr ※ 아이들이 쓴 글을 포함한 이 글의 전문은 아하!한겨레(ahahan.co.kr)와 예스24 ‘채널예스’에서 볼 수 있다.
결국은 리듬감이다. 쉼표와 마침표는 글의 음악성에서 결정적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발음의 자연스러움’이다. 대개 글을 마무리하면 퇴고를 위해, 읽는다. 소리를 내거나 마음속으로 읽는다. 술술술 읽혀야 기분 좋다. 물길을 가로막는 억센 바위처럼 쉼표가 엉뚱한 곳에서 버티면 막힌다. 탁 걸린다. 본의 아니게 쉼표에게 막말을 했다. 명예훼손감이다. 오해 마시라. 쉼표 무용론은 아니다. 타이밍에 맞게 출현하는 쉼표는 글을 야무지게 한다. 멈칫, 뜻하지 않은 여운을 준다. 사실 문장부호에 무슨 죄가 있나. 남용하는 인간들이 죄지~. 쉼표의 과로를 반대하는 바이다^^. <한겨레> 오피니언넷 부문 기자 k21@hani.co.kr ※ 아이들이 쓴 글을 포함한 이 글의 전문은 아하!한겨레(ahahan.co.kr)와 예스24 ‘채널예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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