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성적·교외 수상실적 반영…대교협 지침 ‘모르쇠’
세계인재전형때 요구
외고출신 39%나 뽑아
‘무늬만 사정관제’ 지적 고려대가 2011학년도 수시 1차 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인 세계선도인재 전형을 실시하면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정한 ‘공통기준’을 어기고 공인 외국어성적과 교외 수상 실적을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의 38.8%가 외국어고 출신으로 집계돼, 고려대가 사실상의 ‘외고 전형’을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23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고려대는 지난 8월 발표한 2011학년도 수시모집요강의 세계선도인재 전형 제출서류 항목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등 필수 항목과 함께 공인 외국어성적(자격증)과 수상 증빙도 ‘해당자는 제출 가능’이라고 표기했다. 또 ‘(면접 과정에서) 외국어 능력(에세이 작성 능력 포함)을 테스트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대교협이 지난 4월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은 ‘토익·토플·텝스 등 공인 어학시험성적, 교과 관련 교외 수상 실적, 영어면접 등을 주요 전형요소로 반영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올해 4월부터 대교협 회장을 맡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 5월18일 “토익·토플 성적 및 교외 수상 실적 등 사교육 유발 요소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제외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입학사정관제 재정지원 대상에서도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 전형에서 토플과 텝스 등의 성적과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학생들로부터 제출받고 영어면접까지 치르는 등 공통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이 전형 합격자 250명 가운데 외고 출신이 97명(38.8%)에 이른 것도 이런 전형 방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지난 2~3월에 학생들에게 입학전형 관련 홍보를 마쳤는데, 대교협이 뒤늦게 공문을 보내 금지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세계선도인재 전형은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을 뽑는 건데, 영어성적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의 경우, 고려대의 세계선도인재 전형과 비슷한 글로벌리더 전형을 2011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제외했다. 대교협이 올해 초 이 전형을 ‘특목고 전형’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 전형을 포함해 2011학년도 수시모집의 7개 전형에서 2656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겠다며 예산을 신청해, 11억7600만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다. 권영길 의원은 “고려대의 대교협 공통기준 위반은 임기 안에 입시를 입학사정관제로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의 속도전, 대학의 일이라면 대놓고 눈감는 대교협의 무능,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맞지 않는 전형을 운영하면서도 예산에 대해선 욕심을 내는 대학의 탐욕이 빚어낸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외고출신 39%나 뽑아
‘무늬만 사정관제’ 지적 고려대가 2011학년도 수시 1차 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인 세계선도인재 전형을 실시하면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정한 ‘공통기준’을 어기고 공인 외국어성적과 교외 수상 실적을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의 38.8%가 외국어고 출신으로 집계돼, 고려대가 사실상의 ‘외고 전형’을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23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고려대는 지난 8월 발표한 2011학년도 수시모집요강의 세계선도인재 전형 제출서류 항목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등 필수 항목과 함께 공인 외국어성적(자격증)과 수상 증빙도 ‘해당자는 제출 가능’이라고 표기했다. 또 ‘(면접 과정에서) 외국어 능력(에세이 작성 능력 포함)을 테스트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대교협이 지난 4월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은 ‘토익·토플·텝스 등 공인 어학시험성적, 교과 관련 교외 수상 실적, 영어면접 등을 주요 전형요소로 반영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올해 4월부터 대교협 회장을 맡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 5월18일 “토익·토플 성적 및 교외 수상 실적 등 사교육 유발 요소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제외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입학사정관제 재정지원 대상에서도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 전형에서 토플과 텝스 등의 성적과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학생들로부터 제출받고 영어면접까지 치르는 등 공통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이 전형 합격자 250명 가운데 외고 출신이 97명(38.8%)에 이른 것도 이런 전형 방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지난 2~3월에 학생들에게 입학전형 관련 홍보를 마쳤는데, 대교협이 뒤늦게 공문을 보내 금지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세계선도인재 전형은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을 뽑는 건데, 영어성적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의 경우, 고려대의 세계선도인재 전형과 비슷한 글로벌리더 전형을 2011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제외했다. 대교협이 올해 초 이 전형을 ‘특목고 전형’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세계선도인재 전형을 포함해 2011학년도 수시모집의 7개 전형에서 2656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겠다며 예산을 신청해, 11억7600만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다. 권영길 의원은 “고려대의 대교협 공통기준 위반은 임기 안에 입시를 입학사정관제로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의 속도전, 대학의 일이라면 대놓고 눈감는 대교협의 무능,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맞지 않는 전형을 운영하면서도 예산에 대해선 욕심을 내는 대학의 탐욕이 빚어낸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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