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아들의 답안지를 대리작성해 준 서울 ㅂ고 ㅇ아무개(42) 교사는 답안지 대리작성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ㅇ교사는 학교 쪽에 제출한 사유서에서 “시험이 끝날 무렵 ㅈ군이 답안지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고, 외국 생활을 오래 한 부적응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 글씨 쓰는 게 서툰 ㅈ군 대신 ㅈ군이 적은 답과 같은 답을 새 답안지에 써넣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쪽이 ㅈ군의 답안지와 ㅇ교사가 새로 작성한 답안지를 대조해 본 결과, 국사 주관식 3문제 등 국사와 사회 주·객관식 문제 상당 부분을 ㅇ교사가 새로 써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한 동료 교사는 “ㅇ교사가 새 답안지에 그 반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의 답을 베껴 써넣었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았다”며 “물리 교사인 ㅇ교사가 ㅈ군이 작성한 답안지를 빼돌려 물리실에 보관하고 있다가, 문제가 커지자 다시 ㅈ군의 원본 답안지로 바꿔 기말고사 성적을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동료 교사는 “ㅇ교사가 국사·사회 과목 이외에 시험감독을 바꿔 들어간 과목이 몇 개 더 있다”며, 국사·사회 과목 이외에 다른 과목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한 제보자가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비공개 자유게시판과 국회 교육위 위원인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쪽에 투서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학교 쪽은 관련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이를 시교육청 등에 보고하지 않다가, 교육청 쪽의 요구를 받고 17일 오후에야 교육청에 경위서를 제출해 사건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시교육청도 지난 1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런 제보가 올라왔음에도 18일에야 학교에 감사반을 파견했다. 교육청은 뒤늦게 장학사를 이 학교에 보내 사실을 확인하고 자체감사를 통해 교육청 담당과의 처리 과정을 조사하고 있지만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형섭 길윤형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