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원화 사업’으로 10년동안 초중고 담장 헐어내
‘범죄탓 출입통제’ 여론에도 교육청과 설치협의 중단
‘범죄탓 출입통제’ 여론에도 교육청과 설치협의 중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무상급식을 맹비난하며 “학교 안전이 교육정책 1순위”라고 밝혔지만, 정작 서울시는 학교 안전에 필요한 학교 울타리 사업 예산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율배반’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2001년부터 학교 공원화 사업의 하나로 학교 담장을 허무는 사업을 펼쳐왔다. 이 사업으로 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587곳 가운데 21.8%인 128곳, 중학교 386곳 가운데 9.8%인 38곳, 고등학교 317곳 가운데 10%인 32곳 등 모두 198곳이 담장이 없는 상태로 주민에게 개방돼 있다.
하지만 최근 학교 안 성폭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투명 펜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외부인들의 출입을 어느 정도는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담장 없는 학교’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이아무개(45) 교사는 “매일 아침 학교 운동장과 건물 주변에 술병과 담배꽁초, 음식 쓰레기 등이 널려 있어 아이들이 청소를 해야 하고, 누가 오가는지도 몰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만을 위한 놀이공간이 부족한데 학교마저 무분별한 개방으로 성인들에게 점유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순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도 “예전과 같은 폐쇄적인 담장이 아니라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펜스라면 범죄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 통제에 대해서는 주민들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울타리 설치에 들어가는 80억원가량의 예산 책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최근 시교육청과의 협의마저 중단했다. 서울시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울타리 설치의 필요는 공감하지만, 시교육청과 예산을 분담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원화 사업을 한다면서 여태 개방해놓고 다시 막는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시교육청에선 ‘배움터 지킴이’나, 서울시가 배치하겠다고 한 ‘학교 보안관’이 머물 수 있는 경비실을 만드는 데 초등학교만 34억원 정도의 예산을 추경으로 편성할 예정”이라며 “학교 안전 예산을 분담한다면, 울타리 설치 비용은 담장을 허물었던 서울시가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다른 관계자는 “애초 서울시 쪽에서 먼저 학교 울타리 사업을 문의해와 소요 예산까지 추산해서 알려줬는데, 갑자기 예산이 없다며 차일피일 협의를 미루다 최근엔 협의마저 중단했다”며 “무상급식 문제로 서울시의회, 시교육청과 괜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학교 안전 문제도 그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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