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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머니 가사노동’ 가치 인정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05-06-26 17:02수정 2005-06-26 17:02

우리는 대개 아침에 밥을 먹고 학교에 가든지 일터로 가든지 한다. 밥이 아니면 빵이라도 먹는다. 대개는 어머니나 할머니가 챙겨 주신다. 아이들이 학교 가고 아버지가 일터로 가고 나면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도 한다. 노인을 돌보아 드리기도 하고 점심도 챙겨 드려야 한다. 아직 학교 가지 않은 어린 아이가 있으면 어머니가 데리고 놀거나 놀이방에 보내기 위해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우리가 더불어 건강하게 먹고살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도 아무도 월급을 주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가 받는 월급봉투에 가족수당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몇 푼씩 보태질 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기업들은 상품을 만들고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 노동력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것은 우선 우리가 가정과 학교를 오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국어·수학 등을 배울 뿐만 아니라 성실하고 책임성 있게 과제를 수행하도록 자세와 태도도 배운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무난히 하려면 대개 어머니가 집에서 밥과 옷 따위를 잘 챙겨 주시지 않으면 안 된다. 직장에 취업해도 날마다 열심히 일을 하려면 어머니가 집안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머니도 직장 생활을 한다면 파출부나 집안 일을 전담하는 누군가를 돈 주고 불러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직장에 가서 노동력을 잘 팔려면(일을 하려면) 그 뒷바라지 격인 집안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2005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일 기준으로 전업 주부는 5시간 29분, 취업 주부는 3시간 1분을 가사노동에 쓰고 있다. 가사노동은 음식 준비 및 정리, 의류 관리, 청소 및 정리, 집 관리, 미취학 아이 보살피기, 초·중·고등학생 보살피기, 배우자 보살피기, 부모 및 조부모 보살피기, 가정관리 관련 물품 구입, 가정 경영, 가정관리 관련 이동, 가족 보살피기 관련 이동 등이다. 각 항목은 다시 세부적 일들로 나뉘기에 실제 가사 노동자가 맡은 구실은 엄청 방대하다.

그동안 몇몇 학자들은 가사 노동의 가치를 측정하려고 노력했다.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어머니가 가사 노동을 않고 직장 일을 하면 벌 수 있는 돈으로 간접 측정하거나(기회비용법), 아니면 파출부나 가정관리사를 불러 일을 시키고 주어야 하는 돈으로 직접 측정하는 방식(종합대체법)이다.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가에 따라 액수 차이는 있지만 2002년 한국여성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주부들의 가사 노동 평균 가치는 매월 약 86만~106만원으로 나타났고, 가장 최근 ‘2004년 생활시간 조사’에 바탕해 조사한 송호대학의 윤소영 교수에 따르면 매월 240만원 정도다.

자, 이렇게 어머니의 가사 노동 가치를 따지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먼저 어머니가 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아져, 남녀를 불문하고 가사 노동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다음으로는 주부가 사고를 당한다 해도 그 보상 문제를 따질 때 정당한 평가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렇게 살림살이에 필요한 일을 사회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일관되게 이뤄지고 이것이 나라의 부를 계산하는 데 반영된다면 이른바 선진국, 후진국의 순서도 바뀔 수 있다. 그리하여 각 나라마다 살림살이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점이다. 즉 오늘날 기업들은 학교나 가정에서 많은 양의 뒷바라지 일이 이루어짐에도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거의 노동력을 거저 얻다시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이제 ‘나부터’ 한번 가사 노동에 동참해 보자. 고려대 교수 ks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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