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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엄마없는 아이들과 병아리 7마리

등록 2005-06-26 17:51수정 2005-06-26 17:51

<하느님의 눈물>(권정생 글·신혜원 그림/산하)이란 이야기 속의 삽화를 들여다보면서 얘기합니다. “얘들아, 병아리들도 학교놀이 한대. 싸리 울타리 저쪽 병아리들은 엄마 닭이랑 하고. 그런데 울타리 안쪽 일곱 마리 병아리들은 엄마가 없어- 먼저 하늘나라에 갔대.” “우리도 엄마가 없는데.” “그래, 맞아. 그런데 우린 학교도 씩씩하게 잘 다니지?”

강희랑 형탁이랑 승연이는 엄마가 있지만 같이 살 수가 없어요. 어떤 사정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리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또 다른 마음으로 버텨가면서 잘 살아 보려고 힘을 내고 있지요.

엄마가 없는 일곱 마리 병아리들은 슬픕니다. 엄마랑 같이 재미나게 노는 다른 병아리들이 자꾸만 부럽거든요. 울다가 울다가 지쳐 쓰러져 잠이 들고, 꼭 같이 하늘나라 엄마 닭을 만납니다. 그제서야 엄마 처지를 이해하고 살아 있는 형제가 더 소중하다는 걸 알았지요. 엄마 대신 큰 언니 병아리가 오늘부터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언니 병아리는 사랑하는 동생들한테 가르쳐 주고 싶은 게 아주 아주 많았을 거야. 근데 뭘 가르쳐 주고 싶었을까?” “걷는 것이랑 우는 것, 오줌 누고 똥 누는 것, 말하는 것, 아무 데나 가지 말라는 것, 그러면 헤어진다는 것….” 아이들은 숨도 안 쉬고 따다다다 총알처럼 튕겨냅니다.

“언니 병아리는 뭘 가르쳐줬니?”
“걷는 것이랑 서로 사랑하는 것…”
동화 읽으며 소중한 것 맘에 쏙~

언니 병아리가 세상살이 공부를 가르칠 때도 동생 병아리가 되어서 잘 따라 해요. 어린 몸짓을 하면서 목소리까지도 그리 흉내를 냅니다. 입술을 보니까 꼬옥 병아리 똥구멍을 닮았어요. 오므리면서 내는 소리가 꼬옥 병아리 같아요.


“꼬꼬댁 꼬꼬! 꼬로로로 꼬오오!” 적이 나타났으니 어서 어서 숨으라는 신호지요.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 “약한 자는 돕자!”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자!” “죽이지 말고 사랑하자!” “서로 서로 사랑하자!” 참 훌륭한 것들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너희도 눈 꼬~~옥 감고 한번 생각해 봐. 엄마가 없는 병아리들에게 이것도 가르쳐 주고 싶다 하는 것 있음….” 강희랑 형탁이가 서로서로 말합니다. 얼른 공책에다 받아 적어 주었습니다. 승연이는 혼자서 공책에다 이야기합니다. “엄마가 없어도 서로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것을 맏언니가 가르쳐 줬지? 서로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하늘에 계신 엄마가 웃음을 지으며 보고 있을 꺼니까 우리 같이 엄마가 없어도 씩씩하게 지내자.”

오늘 우리도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놀이를 재미나게 했습니다. 소중한 것을 마음속에 담아서 세상 살면서 무엇을 지키고 키워나갈 것인지 그 힘을 기릅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을 만난 지 석 달쯤 되었습니다. 이숙양/공부방 활동가 animato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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