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명절 때 차를 타고 몇 시간씩 가야 만날 수 있는 시골 노인네, 아니면 오래된 책 속에서나 나오는 옛날 사람들? 장남조차 부모를 모시지 않는 풍토에서 아이들의 뇌리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존재를 알려 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40~50대 어른들은 안다. 할머니, 할아버지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없다는 것을. 50~60년의 나이 차를 넘어 두 세대 간에 어울림과 소통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지낼 때의 행복감이 얼마나 큰지를.
<사진관 옆 이발관>에 나오는 현빈과 할아버지는 친구 사이이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부모가 사진을 찍으러 출장을 나가면 현빈이는 늘상 바로 앞 할아버지의 이발관에 와서 논다. 이발관에는 가위와 면도칼, 이발기, 몽당 빗자루 등 할아버지 주름살만큼이나 오래된 신기한 물건들이 많다. 커다란 이발관 의자에 올라가 왕 노릇도 맘껏 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꼬마와 이발사 노인 세대 넘는 우정 이야기
아이가 크면 알게 되겠지 할아버지가 친구였다고
어느 날 할아버지가 머리를 짧게 잘라 주는 바람에 현빈이는 ‘삐져서’ 더는 이발관에 놀러가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미안한 마음을 전하려 집에 찾아와도 현빈이는 냉혹하게 뿌리친다. 수 년 간의 우정에 금이 갈 조짐을 보일 때, 할아버지의 입원은 둘의 관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다.
철부지 어린아이와 고집불통이지만 자상한 할아버지의 얘기가 뭐 볼 게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어른들보다 더 바쁜 일정에 얽매어 살아가는 아이들,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는 노인들을 떠올려 볼 때 고리타분하게 들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단순한 구성 안에 녹아 있는 우정과 사랑은 생각보다 진하다. 재개발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하는 현빈이에게 할아버지는 찾아가서라도 머리를 깎아 주고 싶다고 말하고 이에 현빈이는 ‘갑자기 눈물이 피잉 돌면서 눈앞이 부옇게 흐려진다’. 아마도 현빈이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를 외면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동안 할아버지와 같이 보냈던 시간들의 소중함을 떠올리면서 말 대신 눈물로 이를 표현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20년 우리나라는 전 인구의 20%를 65살 이상 노인들이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노인들은 많아지지만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갈수록 적어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아이들과 좀더 많이 어울리게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글쓴이는 하고 있는 것 같다. 초등 1·2학년. 김선희 글·오승민 그림. -느림보/7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아이가 크면 알게 되겠지 할아버지가 친구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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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순한 구성 안에 녹아 있는 우정과 사랑은 생각보다 진하다. 재개발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하는 현빈이에게 할아버지는 찾아가서라도 머리를 깎아 주고 싶다고 말하고 이에 현빈이는 ‘갑자기 눈물이 피잉 돌면서 눈앞이 부옇게 흐려진다’. 아마도 현빈이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를 외면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동안 할아버지와 같이 보냈던 시간들의 소중함을 떠올리면서 말 대신 눈물로 이를 표현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20년 우리나라는 전 인구의 20%를 65살 이상 노인들이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노인들은 많아지지만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갈수록 적어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아이들과 좀더 많이 어울리게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글쓴이는 하고 있는 것 같다. 초등 1·2학년. 김선희 글·오승민 그림. -느림보/7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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