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집에서 교사가 학교 강의 내용을 정리해 올려 놓은 수업 자료를 컴퓨터로 보며 공부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공
<1부> 교실 밖에 열린 사이버 교실-⑤풍성해진 콘텐츠 정보통신 강국답게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0년대 들어 추진된 ‘교육 정보화 계획’에 따라 모든 학교 현장에 인터넷이 연결되고 교사 개인당 피시 1대씩 보급되는 등 탄탄한 이러닝(e-learning)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그렇다면 인프라의 값어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양질의 콘텐츠도 충분히 확보돼 있을까? 90년대까지만 해도 교사들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교육용 콘텐츠 보급이 크게 활기를 띠었다. 민·관·학·연 차원에서 각종 교육용 콘텐츠가 만들어지면서 양적·질적으로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용상 연구원은 “콘텐츠가 부족해 이러닝 수업을 못하겠다는 말은 이제 변명이 될 만큼 다양한 콘텐츠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해마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 예산의 절반 가량을 투자하며, 주로 현직 교사들에게 맡겨 학교 현장에서 우러난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교육 정보화를 주도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도 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곳이 운영하는 중앙교수학습센터(edunet.net)에는 40만 건의 방대한 콘텐츠가 쌓여 있다. 중앙교수학습센터는 최근에는 주제별·차시별 수업 자료 말고도 창의성 있는 수업을 위한 ‘꾸러미 자료’를 새로 만들어 올려 교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원어민 대화 비디오-수학자료 주고받아” 콘텐츠가 늘어나다 보니 교사들은 이제 좀더 질 좋고 자신에게 맞는 수업 자료를 찾으려 애쓴다. 콘텐츠 공유와 맞춤형 콘텐츠 공급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에듀넷의 ‘수업 컨설팅 방’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애초 전문 상담교사를 둬 이러닝 수업 상담을 해 주려고 올해 초 개설했다. 하지만 최근 교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콘텐츠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더 많이 활용한다. 원어민의 영어 대화 장면을 담은 비디오 자료가 필요하면 이를 요청하는 대신, 자신이 지닌 수학 수업 자료를 보내 주는 식이다. 교육학술정보원 김진숙 교육정보서비스팀장은 “이제는 교사들이 만들어진 콘텐츠를 제공받는 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자료를 만들거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업하기를 바란다”며 “수업 컨설팅 방이 정보 및 지식 교류의 마당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떤게 내 수업에 딱일까 교사들 자료 나눔도 활발
“자신만의 방식 안만들면 칠판만 컴퓨터로 바뀐 겉치레 이러닝에 그쳐” 콘텐츠 교류는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나 각종 교사 모임 사이트에서도 활성화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정보화기획과 이만희 연구사는 “전국적으로 30만 건에 이르는 교육 정보 자료가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기존 콘텐츠의 한계는 비교적 분명하다. 무엇보다 교사 한 명 한 명의 수업에 딱 들어맞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충주 오석초등학교 김창현(40) 교사는 “방대한 예산을 들여 콘텐츠를 개발해도 교사들이 자신만의 수업 방식을 개발하려 힘쓰지 않는다면, 칠판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것 말고 달라진 게 없는 겉치레 이러닝 교육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직접 만든 자료 인기 따라서 이러닝 콘텐츠 개발은 현장 교사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을 키우려는 ‘교사 밖 교사 커뮤니티’(eduict.org), ‘인디스쿨’(211.47.69.143), ‘온라인 프로젝트 학습 커뮤니티’(onlineproject.org) 등 교사 연구 모임들이 내놓은 콘텐츠가 교사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서울 신목중 함영기(44) 교사는 “국가 주도의 정책에 견줘, 실질적인 내용이 담보되고 생명력도 길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주체가 되는 콘텐츠 개발은, 정부가 강력히 추진함에 따라 빚어질 수 있는 이러닝 수업의 획일화를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서울 광진중 윤영훈(46) 교사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연구 공동체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일은,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워 더욱 질 좋은 수업 자료의 생산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바로잡습니다 ▷6월20일치 27면 ‘도서관 정보화’ 기사에서 “서울 시내 공립 초·중·고 가운데 사서가 있는 학교는 한 곳도 없다”라고 인용한 부분은 “서울 시내 공립 초·중·고에는 약 120명의 사서 교사가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신규 임용은 없었다”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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