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에 노출된 자녀를 보고 고민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고 각종 성교육 관련 기관을 찾아 체계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아이와 함께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은 2009년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운영한 성교육 전용 버스 ‘해피버스’에서 초등학생들이 성교육을 받는 모습.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함께하는 교육] 기획 /
음란물에 노출된 자녀가 걱정된다면
음란물에 노출된 자녀가 걱정된다면
겨울방학. 아이들의 인터넷 접속 시간이 늘어난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게임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것만 걱정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창을 열면 어디서든 쉽게 보이는 음란물 광고도 큰 걱정거리다. 음란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아이들한테 어떤 지도가 필요할까? 서울시립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이 학부모들한테 필요한 도움말을 보내왔다.
해가 갈수록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시기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때 음란물을 접했다는 보고가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010.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올해 상담현장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교실에서 공공연히 음란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은 몇 살 때쯤 음란물을 접할까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일종의 자의에 의해 음란물을 보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하다가 우연히 음란물을 접하게 됐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예기치 않은 가운데 음란물을 접하게 되는지라 그 충격 또한 크고 부모 역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의 음란물 노출 후유증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딸을 둔 엄마가 딸로부터 갑자기 이런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엄마! 어른들은 왜 그렇게 지저분한 행동을 해요?” “남자들은 모두 변태야.” “아빠도 그래요?” 아들을 둔 부모의 경우는 여전히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자녀의 컴퓨터에서 음란물 흔적을 발견하거나 갑자기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야한 동영상 보는 것을 목격하고는 당황하는 일도 많습니다. 대체로 부모들은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이런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온갖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만 해도 혹시 또 음란물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이 들어 아이와의 관계가 점점 서먹해지기도 합니다.
어릴때 접할수록 모방행동 이어져 “부모님도 저럴까?” 궁금증 늘어 “왜 봤냐” 일방적 훈계는 의미없어 부모 사춘기 경험 소개해줘도 좋아 음란물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구미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몇몇 연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별되는 것이 모방설과 정화설입니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는 것이 모방설이고, 음란물을 통해 오히려 성적인 충동과 욕구가 해소된다는 것이 정화설입니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사춘기 통과의례 가운데 하나로 음란물을 경험합니다. 사춘기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라면 성적인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린 나이일수록 모방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은 더 높습니다. 대체로 아이들은 음란물 접촉 이후 성에 대한 궁금증과 갈등이 증폭됩니다. 음란물의 장면 자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물론 음란물에서 나온 행위들과 관계들에 대해서 무척 궁금해집니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아이들은 자꾸 음란물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탐닉하다 보면 음란물의 본질인 선정성과 폭력성이 아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안에서의 성폭행, 성추행 사건의 동기나 원인을 찾아보면 또래끼리 음란물을 보고 난 뒤에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학년이나 힘이 약한 친구들을 상대로 흉내를 내거나 핸드폰으로 특정 사진을 찍어 돌려 보는 등의 일들이 일어납니다. 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없는 나이에 노골적으로 성폭력적 행위가 묘사된 음란물을 접촉하게 되면 음란물에 드러난 왜곡된 성의식을 그대로 내재화하게 됩니다. 즉 폭력적인 성행위를 하면 상대방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강제로라도 성행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음란물을 보고 혐오감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어떻게 해서 평정심을 찾아야 할지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다수의 아이들은 음란물에서 본 내용에 대해 궁금증이 많아집니다. 왜 저런 행위를 하는지, 우리 주변 사람들도 그런지, 부모님도 그런지 등 궁금증이 증폭됩니다.
음란물 접촉으로 성에 대한 궁금증과 갈등이 증폭되는 이 시기에는 아이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가장 적절한 도우미는 부모입니다. 자녀가 야동(음란물)을 보는 것을 목격했을 때 엄마와 아빠의 반응은 현격하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엄마들은 야동에 대해서 즉각적인 부정적 태도, “징그럽다” “혐오스럽다” “절대로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등의 반응을 합니다. 반면에 아빠들은 “남자애들은 그러면서 크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려고 합니다. 어쨌거나 자녀가 야동 보는 것을 목격했을 때 엄마처럼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고 아빠처럼 무심하게 넘겨버릴 일도 아닙니다. 예전에 부모들이 자라던 세대와는 야동의 매체방식이 다양하고 그 내용 또한 선정성, 폭력성, 비윤리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자녀가 어떤 매체를 어떻게 접하고 있는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초등학생 자녀의 경우 성교육이래야 고작 임신, 출산, 성폭력 등에 대한 내용이지만 음란물을 두고 성교육을 할 경우에는 부담이 큽니다. ‘성행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또 어떻게 하면 음란물을 못 보게 할 수 있을지 목적의식이 뚜렷하면 도덕적인 훈계만 늘어놓게 되기 때문에 성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성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교육도 아니고 도덕적인 훈계도 아닌 아이와 얘기를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대화를 나눠봅시다. “네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구나”라는 말과 함께 음란물을 보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것은 없는지, 궁금한 것은 없는지 등 음란물을 본 소감이 어땠는지를 들어주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부모님의 사춘기 경험을 얘기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부모도 잘 모르는 질문을 한다면 함께 인터넷 검색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성에 대해 자연스러운 인식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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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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