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 집중 문제풀이
교육청·교과부 되레 독려
교육청·교과부 되레 독려
충북·충남 등 일부 지역 초등학교들이 오는 7월 실시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비해 겨울방학 기간에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4주까지 문제풀이 보충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충북 지역의 한 중소도시 초등학교 2곳에선 올해 일제고사 응시 대상인 5학년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기간에 문제풀이 보충수업을 시키고 있다. 특히 한 곳은 보충수업 기간이 4주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종현 충북지부 정책실장은 “군 단위 지역에서도 6~7곳의 학교가 문제풀이 중심의 방학 중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충남지역의 한 교육지원청은 일선 학교 교감들을 한데 불러모아 방학 중 보충수업을 하도록 지시했다. 학교별로 지난해 일제고사 결과와 분석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방학 중 보충학습 지도에 적극 참여하라는 공문도 발송했다. 이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인근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문제풀이 중심의 ‘학력 캠프’를 열고 있어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천·경북·경남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1~3주일 동안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캠프를 열거나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학교는 매일 4시간씩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일선 교육지원청과 학교들이 이처럼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방학 중 보충수업을 시키는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별 일제고사 성적을 공개하고, 교육청·교장 평가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일제고사 성적이 처음 공개된 2009년 이후 일제고사 대비 초등학생 보충수업이 전국적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아이들이 보충수업과 학원 수강의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방학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은 방학을 거치면서 다른 학생들과의 학력 격차가 더 커지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각 학교의 형편에 맞게 이들을 지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시험 직전에 기출문제를 반복해 풀게 하는 건 몰라도 방학 중에 아이들의 성적을 가늠해보려고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은 ‘문제풀이 수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