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개정키로…경기·강원 평준화 요구는 공식거부
학계 “지방의회 정치논리에 휩쓸릴 가능성 커” 비판
학계 “지방의회 정치논리에 휩쓸릴 가능성 커” 비판
교육과학기술부가 지금까지 교과부령으로 지정해왔던 고교 평준화 실시 지역을 앞으로는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경기·강원 도교육청이 요청한 경기지역 3개 시(광명·안산·의정부)와 강원지역 3개 시(춘천·원주·강릉)의 평준화 전환에 대해선 공식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교과부는 25일 “지금까지 교과부령으로 지정해온 ‘교육감이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평준화 지역)을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석 교과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2009년 평준화 지역 지정 기능을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라고 권고했다”며 “중앙정부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교육자치를 위해 조례로 정하도록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평준화 지역 지정의 구체적 절차와 기준 등을 담을 예정이다. 시행령에는 학군 설정, 학생 배정 방법, 과밀학급 해소 방안 등 평준화로 전환하려면 갖춰야 할 조건도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시·도교육청은 교과부가 시행령으로 정한 조건을 모두 갖춘 뒤 시·도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교과부는 경기·강원 도교육청이 요청한 6개 시의 평준화 전환도 새로운 절차에 따라 추진하도록 할 방침이다. 구자문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경기·강원 도교육청이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제출하더라도 평준화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평준화를 추진하려면 조례 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개 시의 2012학년도 평준화 전환은 사실상 무산됐다.
교과부의 평준화 지정 방식 변경에 대해 학계에서는 겉으로는 교육자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평준화 확대를 막고 교육감의 권한을 훼손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법학)는 “평준화의 전제조건을 정할 권한까지 통째로 시·도에 넘겨주지 않을 경우, 교과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시·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가장 중요한 교육정책인 평준화 논의가 지방의회의 정치논리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진명선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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