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절반이상…자사고 전환 앞두고 합격률 높이기
시교육청 감사착수…30여곳도 조사나서 파장 예고
시교육청 감사착수…30여곳도 조사나서 파장 예고
지난해 대학입시 수시모집을 앞두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의 절반이 넘는 200여명의 학교생활기록부가 조직적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은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30여개의 고교에 대해서도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시교육청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7일 “서울 강남의 ㅂ고에서 학생부가 조작됐다는 제보가 접수돼 감사에 착수했다”며 “조작 사실이 확인되면 ㅂ고 교장과 학생부장 등 서너명에 대해 사학법인에 중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30여개 학교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제보가 없지만, 학생부 조사과정에서 의혹이 일어 장학사를 파견해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ㅂ고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학생부 등 내신의 비중이 높아지자, 고3 학생들의 1~2학년 때 학생부 기록을 입시에 유리하게 바꿔줬다. 1학년 때 체육교사, 2학년 때는 직업군인이 희망이었던 학생의 진로희망을 지원 대학 학과에 맞춰 지리교사로 고치고,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기록된 학생은 ‘리더십이 뛰어나다’로 바꾸는 등의 방법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ㅂ고는 고3 수험생 360명 가운데 200여명의 학생부를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은 이 학교가 올해부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될 예정이기 때문에, 고3 학생들의 대입 성적에 따라 신입생 지원율 편차가 클 것으로 보고 이런 조작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생활기록부는 성적을 잘못 적었거나 글자가 틀렸을 때만 고칠 수 있으며,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교사 평가 등은 절대 수정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대해 ㅂ고 쪽은 “규정에 따라 누락된 기록을 수정했을 뿐, 진학을 위해 조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