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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디테일의 힘’을 공부에도 발휘해야

등록 2011-02-21 09:28

3인의 멘토는 김다운양과 어머니 김현경씨한테 “기초개념을 잘 다져둔 상위권이라면 심화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며 시험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멘토 이지은씨, 유성룡씨, 고정민씨, 김다운양, 어머니 김현경씨.
3인의 멘토는 김다운양과 어머니 김현경씨한테 “기초개념을 잘 다져둔 상위권이라면 심화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며 시험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멘토 이지은씨, 유성룡씨, 고정민씨, 김다운양, 어머니 김현경씨.
[함께하는 교육] 기획/
3인의 멘토를 만나다

경기 운중중1 김다운양

“겉과 속이 정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바른말을 잘하죠. 저보다 성실하고, 바른 것 같다고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웃음)”

철저하고, 정확하며 다른 사람한테 모범이 되는 학생. 지난 2월11일, 전화로 만난 김다운(경기 운중중 1년)양의 어머니 김현경씨는 딸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덕분에 주변 엄마들은 김양을 ‘자녀 롤모델’로 삼고 있다. 생활 태도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내신 성적도 상위권인 김양한테 무슨 상담이 필요할까 싶었다. 하지만 전화통화를 해 본 결과, 김양한테는 의외로 궁금한 게 많았다. “공부하려는 마음은 잘 먹는데 집중을 못합니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알고 싶어요. 독해력이 부족한지 책도 많이 못 읽어요. 먼 얘기지만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2월14일 저녁, 김양과 김씨는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저자, 유성룡 입시분석가)를 만나 더 자세한 고민을 털어놨다.

공익정신 뛰어남. 정의로운 성품. 학구적인 분위기 조성. 민주시민의식 투철. 학교생활기록부에서는 김양의 올곧은 성품이 잘 드러났다. 이런 성격을 소유한 김양은 장래희망으로 외교관을 꿈꾸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정치인을 하고 싶었어요. 검사도 꿈꿨었는데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고, 국제 정세나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엄마가 외교관 해보면 어떠냐고 해주시더라구요.”


하지만 어머니 김씨는 “아이가 재능으로 보면 피아노 등 음악 분야에서 뛰어난 것 같은데 내가 유도해서 이쪽으로 꿈을 키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했다. 이 말에 고정민씨는 김양한테 “검사와 음악인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냐?”고 물었다.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피아노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고 쉬는 일이 많았어요. 근데 직업으로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즐기는 분야인데 직업으로 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좀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외교관을 꿈꾸게 됐습니다.”(김다운양)

고씨는 “이렇게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생각을 100%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걸 봐서 외교관 쪽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직업가치관검사를 보면 김양은 ‘성취, 봉사, 영향력 발휘’ 부분이 두드러졌다. 고씨는 “직업 선택을 할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인지, 남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인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음악에 관심이 있지만 직업으로는 이 분야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가 여기서도 보인다”고 했다. 직업흥미검사 결과는 사회형과 진취형이 높게 나왔다. 고씨는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받기보다는 영향을 주는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이나 관리, 경영 분야 직업인들한테 두드러지는 성향이죠. 누군가한테 이끌려가기보다는 스스로 관리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분야에 많습니다.”

한창 진로를 탐색할 시기에 있는 김양이 염두에 두면 좋을 직업도 있었다. 고씨는 “고집이 있으면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소유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사, 교수 분야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양과 같은 성향의 자녀들과 대화할 때 어머니 김씨가 알아둬야 할 것도 있다. “진취형은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가운데서 더 잘합니다. 그리고 ‘다운이는 강해’ 또는 ‘엄마보다 더 철두철미해’라는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양은 용인외고 진학을 꿈꿨다. 그런데 걱정이 있었다. 인터넷강의(이하 인강) 외에는 사교육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진학을 하더라도 선행학습을 해온 학생들 사이에서 뒤처질 수 있을 거라는 불안이 컸다. 김양은 “일반고도 생각해봤는데 면학 분위기가 워낙 조성이 안 되는 걸 봐서 저도 휩쓸릴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학원을 한 번도 안 다니고 거의 혼자 복습 위주로만 공부해온 김양한테 외고 진학은 권할 만할까?

외교관 진로 잘 맞나요?
리더십 강한 진취·사회형
교육·상담 분야도 어울려

용인외고 갈 수 있나요?
수학 중시 자사고로 전환
다른 학교 정보도 살펴봐야

효율적 시간관리 어려워요
상위권, 성적 완성도 중요
다양한 심화문제 풀도록

유성룡씨는 “외고냐 일반고냐를 생각하기 전에 용인외고가 자사고로 전환된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용인외고는 하나고, 민사고와 같이 자사고로 전환이 됐어요. 일반 외고와는 다르죠. 이 학교는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정과목으로 국, 영, 수, 사, 과 성적을 보고, 선택과목으로 다섯 과목 가운데 두 과목을 택하고, 여기다 수학 성적을 더합니다. 그런데 지금 다운 학생 수학 성적을 보면 좀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죠. 고교 진학 때 중학교 성적은 2, 3학년 것만 올라가니까 앞으로 2학년 성적부터 자신감을 갖고 올리면 될 겁니다. 지금 성적으로 봤을 때 일반 외고 진학도 권할 만합니다. 특히 다운 학생 성향상 문과가 잘 어울릴 것도 같네요.”

사실 김양의 걱정은 남들보다 일찍 앞일을 준비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유씨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너무 성급해지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2학년 수학 성적을 보고 용인외고를 갈 건지, 일반 외고를 갈 건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대학 진학 때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 궁금해했는데 지금처럼 혼자 자기주도학습을 잘해둔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겁니다.”

김다운양의 프로필
김다운양의 프로필

“그런데 한 번도 학원을 다니지 않았잖아요. 예를 들어, 외고에 가서 원어민이 하는 수업을 들을 때 잘 따라갈 수 있을까요?” 어머니 김씨는 김양이 선행학습을 해둔 학생들 사이에서 떨어질까 걱정이 많았다. 유씨는 “외고나 자사고 등은 12월 말에 학생을 미리 선발해서 과제를 주고 따라가게 한다”며 “과외나 학원 수업 듣고 온 애들이 모이니까 내가 떨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사실 선발 과정에서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을 뽑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학기 중 4시께 집에 오면 씻고, 짐 풀고 5시쯤 책상 앞에 앉는다. 공부 계획표는 큰 틀에서 짜놓기도 하지만 그 틀을 기초로 그날그날 다르게 세워놓는다. 별도의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듣지 않고, 인강으로만 공부한다.

“계획이 참 촘촘하네요.(웃음)” 이지은씨는 김양이 내민 지난 여름방학과 올해 겨울방학 시간표를 보면서 말했다. 김양은 “이 계획을 약 70% 지켰다”고 했다. 하지만 계획 자체를 잘 지켰느냐는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씨는 “지나치게 인강 위주로만 공부시간표가 짜여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다운이처럼 공부 좀 하는 학생들은 내 성적을 민감하게 조절할 수 있어요. 개념을 모르는 게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는 거죠. 근데 오직 인강을 축으로 시간표를 잡고 공부할 경우, 성적이 떨어졌을 때 “내가 이 성적을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강의 뭐 듣지?”라고 생각하기 쉽죠. 인강 듣는 건 좋아요. 인강 강의 해주시는 선생님들 보면 굉장히 잘 가르쳐주세요. 강의가 나빠서가 아니라 상위권한테는 강의를 듣고 혼자서 심화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 문제를 겪어보는 경험이 필요한 거죠. 아까 이번 영어 수행평가 쓰기에서 복수형 에스(s)를 안 붙여서 틀렸다고 했죠? 그런 실수조차도 안 나오도록 공부를 매우 예민하게 해야 합니다.”

이씨는 김양한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문제 풀기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문제를 풀기 전에 그 문제를 내가 맞힐 수 있는지를 먼저 채점해보는 것이다. “일단 풀기 전에 체크부터 하고 푸는 거예요. 그 아이들은 내가 어느 선까지 풀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죠. 풀 거 같은 건 정말 풀 수 있는지 풀어보고, 못 풀 거 같은 것은 정말 못 푸는지 풀어보세요.(웃음)”

김양의 학습 고민 가운데 또 하나는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방학 때도 어머니와 읽을 책 목록을 뽑아뒀지만 두 권 정도 읽고 말았다. 어머니 김씨는 “다운이는 긴 독서 경험이 별로 없다”며 “또 사실적이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걸 좋아해서 예를 들어, 소설에서 ‘긴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한다’고 하면 이게 왜 이런지 따져가며 묻는다”고 했다.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이씨는 “올곧은 성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생각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이 확장하는 때라 더 그럴 것”이라며 “양적 독서보다는 질적인 독서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질적인 독서를 위해선 일단 김양이 책과 친해져야 한다. 이씨가 추천해준 유형의 책은 그림책처럼 그림 하나에 글 세 줄 들어갈 만큼 글이 적은 책, 쉬운 에세이나 명언집 등 분량도, 내용도 무겁지 않은 책이었다. “간식 같은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속도를 생각하지 말고 읽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해 역발상적인 책도 좋죠. 지구온난화라고 할 때 그 문제로 힘들어하는 나라도 있지만 어떤 나라의 경우는 그 덕분에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거든요.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무조건 나쁜 문제처럼 보이지만 어떤 사람한테는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아가면 좋겠어요. 역발상적인 생각을 돕는 책이나 기사를 많이 접해보세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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