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경정으로 옛 재단이 복귀한 주요 사립대
비리재단 속속 복귀시켜…상지대, 무효소송 진행중
세종대 졸업앨범에 전 이사장 사진게재 ‘황당 사건’
세종대 졸업앨범에 전 이사장 사진게재 ‘황당 사건’
지난 18일 세종대 총학생회와 졸업준비위원회는 졸업앨범에 갑자기 실린 주명건 명예이사장의 사진을 학생들의 동의 아래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유재승 총학생회장은 “대학본부에서 졸업준비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진을 실었다”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정상화를 명분으로 비리 재단을 복귀시킨 뒤 학교가 독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분위가 정이사 선임을 통해 ‘정상화’를 결정한 대학들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학의 공공성보다는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중시하는 사분위가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 쪽 인사들을 정이사로 선임해 학교 경영권을 넘겨준 탓이다.
사분위가 지난 2009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온 영남대를 1988년 재단 비리로 이사장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에 넘긴 것이 비리재단 복귀의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2월 공안검사 출신인 고영주 변호사 등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된 2기 사분위가 출범한 뒤 가속도가 붙었다. 같은달 세종대 정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학교 돈을 빼돌린 혐의로 2004년 물러난 옛 재단 쪽의 추천을 받아 선임됐고, 조선대도 이사진 9명 가운데 3명이 1988년 학내 민주화 요구로 물러난 옛 재단 쪽 추천 인사들로 채워졌다. 최근까지 조선대 동문회·교수회·학생회·노조는 이사진의 민주적인 재구성을 위해 법적 대응 방침을 검토중이고, 세종대는 총학생회가 새 학기부터 사분위 결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정이사가 선임된 상지대도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비리로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장 쪽이 추천한 정이사들에 대한 선임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사분위의 청문절차도 형식적이었고, 옛 재단 쪽에게 학교를 돌려주도록 한 이사 추천권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법원에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갈등은 사분위가 정이사의 과반수 이상에 대한 추천권을 종전 이사 쪽에 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데서 비롯됐다. 한 사분위원은 “학교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도록 한 대법원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한 인사는 “대법원 판결문에는 이사진 과반수를 종전 이사 쪽에 배분하라고 적시돼 있지 않은데도 사분위가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사분위가 설립자의 소유권 인정에 중심을 두고 교육과 사학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정상화 계획 평가가 예정된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의 구성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94년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 쪽이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구대의 한 교수는 “지역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옛 재단이 복귀한다면 다시 분규가 빚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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