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죄 외국 도피중 ‘원격개입’
사분위 오늘 이사진 교체 논의
사분위 오늘 이사진 교체 논의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학에서 72억원의 교비를 빼돌려 썼다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국외로 도피한 정태수(88) 전 한보그룹 회장이 학교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대학의 일부 이사진을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한 데 이어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23일 임시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한겨레>가 입수한 교과부의 ‘학교법인 정수학원(강릉영동대학) 임시이사 선임안’을 보면, 교과부는 ‘이사 4명이 결원돼 의결정족수 미달로 이사회 기능 불능 상황이 발생해 임시이사 4인을 선임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이 안건은 교과부가 지난달 사분위에 제출한 것이다.
특히 정 전 회장은 결원 이사 4명 중 자신의 측근인 이아무개 전 이사의 사퇴를 번복시키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교과부와 정수학원 이사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전 이사는 2009년 12월30일 이사회에 사퇴서를 냈다가 지난해 2월 이를 번복했다. 이사회는 같은 해 3월17일 이 전 이사의 후임으로 김아무개 이사를 선임해 교과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교과부는 같은 해 4월2일 승인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은 이 전 이사의 사퇴 번복 직전 그에게 “올해(2010년) 8월 사면복권되니 이사직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하는 국제전화를 걸었으며, 교과부가 김 이사의 취임 승인을 거부하기 직전엔 “설립자 정태수는 동의나 추천한 사실이 없으므로 김 이사의 취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친필 탄원서를 교과부에 여러 차례 팩스로 보냈다.
또 교과부는 지난해 10월13일 당시 이사장이던 현아무개씨가 법인 소유의 2억원대 양도성 예금증서를 횡령했다며 이사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하지만 취소처분 이틀 전인 같은 달 11일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현 전 이사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무혐의 내사 종결했다. 교과부가 이 대학을 ‘분쟁 사학’으로 만들어 정 전 회장 쪽 복귀의 명분을 주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정 전 회장에게 대학을 돌려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 전 회장의 뜻이 교과부 결정에 반영된 것도 없다”며 “다만 수백억원의 재산을 출연한 설립자가 민원을 제기하는데 마냥 깔아뭉갤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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