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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암과 싸우며 어린이 위해 여생 보낼것”

등록 2011-02-27 19:53

이주영
이주영
글쓰기·독서교육 기틀 마련
‘참교육학부모회’ 창립 주도
“아이들의 주체성 지켜줘야”
[이사람] 30년 몸담은 교단 떠나는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암에 걸려보니 내가 잘못했구나 싶습니다. 하느님이 내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걸 보기 싫으셨던 것 같아요. 왜냐고요? 아이들을 떠났으니까요. 교감·교장은 아이들을 안 가르치잖아요.”

28일로 30년간 몸담았던 초등학교 교단을 떠나는 이주영(56·사진)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는 먹먹한 얼굴로 거듭 “아이들을 떠난 게 잘못이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 마포초 교감으로 있던 지난해 8월 ‘위장관기질종양’(GIST·기스트)이라는 희귀암 판정을 받고 병가를 반복하다 결국 최근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다행히 표적치료제가 있어 치료 경과가 좋다고 한다.

1977년 서울 문창초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3년 별세한 이오덕 선생과 함께 83년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89년엔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를 만들어 글쓰기·독서 교육의 기틀을 다졌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87년 ‘5차 교육과정’부터 ‘쓰기’ 교과서가 생겼고, 문예반 학생의 전유물이었던 ‘글짓기’가 모든 아이들이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하게’ 하는 ‘글쓰기’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난 삶이 “학부모·교사·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1900년대초 우리 학교는 학부모들이 지었어요. 해방 뒤 공립학교 지을 때도 마을 주민들이 땅 내놓고 등짐 져서 세운 거예요. 그런데 유신독재 이래 학교에서 학부모가 배제됐어요. 지금은 학부모가 돈 내는 객체일 뿐 주체가 아니예요.” 그가 89년 여성민우회 회원들과 함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창립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가 92년부터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동화 읽는 어른 모임’ 을 운영하며 학부모들과 함께 발표하기 시작한 어린이를 위한 권장도서 목록은 <강아지똥> 등 창작동화 읽기 붐을 일으켰고 우리 창작 동화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 하는 반석이 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에 참여한 것은 교사를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였다. “교사가 노예로 살면 아이들을 노예로 기르는 겁니다. 교사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야 아이들도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어요. 저는 글쓰기를 통해서, 전교조를 통해서 정말 자유롭게 살 수 있었고 제가 교육자로서 하고 싶은 걸 많이 실현했어요.”


지난 1월 투병 와중에 어린이문화연대를 만든 그는 앞으로 어린이를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일에 여생을 바치겠다고 한다. “요즘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계획표대로 움직여요. 자기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주체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씨앗을 뿌리면 내가 죽더라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글쓰기교육연구회 등 이 대표가 참여했던 단체 활동가들과 후배 교사들은 28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의 ‘문턱없는 밥집’에서 그의 쾌유를 빌고 명예퇴직을 기념하는 조촐한 잔치를 연다.

글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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