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수기
진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성공할 수 있다’거나 ‘꿈은 나중에 찾으면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내 꿈, 내 적성, 흥미는 모두 무시하고 공부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고등학교 선택이 눈앞에 놓이니 지금까지 내가 해온 공부들이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졌다. ‘과연 이렇게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봤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꿈, 적성, 흥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글과 그림보다는 기계나 기술 분야에 관심과 흥미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 가까이 있는 공업고등학교에 가려고 했다. 진학하고 싶은 공업고등학교를 결정하고 나서 부모님과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공업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반대했다.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았다. ‘공업고등학교에 가서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때 학교에 돌아다니던 마이스터 고등학교 홍보 책자를 통해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와서 인터넷 검색으로 마이스터고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학비 면제 , 기숙사 생활 , 기술 중심의 교육 등 모든 조건이 내가 가고 싶은 학교에 맞았다. 그 가운데서도 ‘메카트로닉스’를 배우는 수원하이텍고에 입학 원서를 내기로 결심했다. ‘메카트로닉스’는 ‘mechanic’과 ‘electronics’를 합한 말로 간단하게 요약하면 기계와 전자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학문이다. 수원하이텍고는 자동화시스템과, 정밀기계과, 전기전자 제어과 이렇게 3개의 과로 나뉘어 있다.
입학 원서를 내기 전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 기계 관련 학교에 가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수원하이텍고에 가기로 결정한 뒤 1주일 정도 부모님을 설득했다. 처음에 부모님은 내가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부모님을 계속 설득했다. 결국 부모님도 내 꿈과 목표를 인정해줬고 수원하이텍고에 지원하는 것을 허락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성적우수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그래서 특별전형으로 입학 원서를 작성하고 원서를 넣었다. 원서를 낸 뒤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서 원서 접수 현황을 보니 경쟁률이 엄청났다. 면접을 보러 학교에 갔을 때도 정말 긴장이 됐다. 면접 예상 질문 리스트를 준비해 와서 읽으며 연습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 한명이었다.
면접 순서를 기다리며 면접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데 정말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긴장을 떨쳐버리고 무조건 합격이라는 믿음을 갖고 면접실에 들어갔다.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면접을 기대 이상으로 잘 보았고 마침내 합격했다. 무엇보다 내 꿈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갖고 누구보다 뛰어난 마이스터가 되고 싶다.
수원하이텍고등학교 1학년 김진형군
김진형군
수원하이텍고등학교 1학년 김진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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