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디베이트 형식은 영국 의회의 활동에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의회식 디베이트(Parliamentary Debate)라고 부른다. 19세기 초 영국의 명문대학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사이에서 이 토론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주로 대학생들이 활용하던 디베이트 포맷이지만, 지금은 고등학생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의회에 기원을 두고 있어 용어에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찬성과 반대팀은 각각 정부팀(Government Team)과 반대팀(Opposition Team)으로 불린다. 각 팀은 두명씩으로 구성되는데, 정부팀은 총리(Prime Minister, PM)와 정부 멤버(Member of the Government, MG)로, 반대팀은 반대팀 대표(Leader of the Opposition, LO)와 반대 멤버(Member of the Opposition, MO)로 그 역할이 구분된다. 영국의 의회처럼 청중 앞에서 진행되는 디베이트다.
의회식 디베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주제가 대회 직전에 주어진다는 점이다. 디베이트 참가 학생들은 20분 혹은 10분 전에야 주제를 알 수 있다. 이런 특징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첫째, 이 디베이트는 사전에 준비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평소에 다양한 상식과 이슈를 접해본 학생들, 그리고 디베이트를 충분히 연습해본 학생들, 순발력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거꾸로 말하면 처음 디베이트를 접하거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충분한 상식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디베이트다.
둘째, 이 디베이트는 디베이트 참가 학생들의 디베이트 기량이 비교적 정확하게 드러난다는 장점이 있다. 사전에 준비가 가능한 디베이트 포맷의 경우 디베이트 경험이 많은 코치나 선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도움의 정도’가 지나치게 커져 참가 학생의 실제 기량을 파악하기 힘들 때가 있다. 어떤 디베이트 코치는 디베이트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찬반의 모든 포인트를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의회식 디베이트 방식대로 하면 주변의 도움이 불가능해진다. 해서 참가 학생들이 갖고 있는 디베이트 기량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이 포맷이 더욱 공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이 의회식 디베이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자. 대회가 시작되면 주제가 제시된다. 주제는 복수로 제시될 수 있다. 양팀은 동전을 던져, 이긴 쪽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주제를 택하거나, 혹은 찬성과 반대를 선택한다. 진 쪽에서는 나머지 선택을 한다. 이어 정해진 시간 동안(20분에서 10분) 준비를 한다. 그 이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찬성팀 대표(Prime Minister) 7분. 총리는 자신의 입장을 3가지 정도의 포인트로 정리해서 개진한다. 반대팀 대표(Leader of the Opposition) 8분. 반대팀 대표가 등장하여 상대방 입장에 대한 반박과 더불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찬성팀 멤버(Member of the Government) 8분. 정부 멤버가 등장하여 반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고, 추가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반대팀 멤버(Member of the Opposition) 8분. 반대팀 멤버가 등장하여 추가로 상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고 추가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반대팀 대표(Leader of the Opposition Rebuttal) 4분. 반대팀 대표가 다시 나와 추가로 상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며 자신의 입장이 옳음을 강조한다. 이때는 가장 중요한 점을 중심으로 강조한다. 찬성팀 대표(Prime Minister Rebuttal) 5분. 총리가 다시 나와 추가로 상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며 자신의 입장이 옳음을 강조한다. 이때는 가장 중요한 점을 중심으로 강조한다. 이상의 시간을 모두 합하면 40분이 된다. 각 순서는 비교적 간단하고, 또 각 순서에 할애되는 시간이 다른 디베이트 형식에 비해 긴 점을 주목하자. 이 디베이트 형식을 선호하는 학생들은 “이 디베이트 포맷의 구성과 시간 배분 특성으로 볼 때 참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디베이트 전략을 짤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한다. 앞서 디베이트 형식의 백미는 교차질의/교차조사와 반박이라고 했다. 그런데 의회식 디베이트 형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박은 있으되, 교차질의/교차조사 순서는 없다. 어찌된 일일까? 의회식 디베이트 형식에는 보충질의(POI, Point of Information)란 절차가 있다. 발언하고 있는데, 상대방에서 중간에 간단한 질문/발언을 요청하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 의사를 표현하거나 말로 할 수도 있다. 발언하고 있던 쪽에서는 이 요청을 들어줄 수도, 무시할 수도 있다. 그 발언 시간만큼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요청을 모두 무시하게 되면 심판이나 청중에게 무언가 자신없어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해서 대개는 1번의 스피치에서 두세번 정도 보충질의를 받아들인다. 이 순서가 다른 디베이트 형식의 교차조사/교차질의 구실을 하게 된다. 보충질의는 반박 시간, 그리고 스피치 시간의 앞뒤 1분 사이에는 할 수 없다. 참고로, 그동안 미국에서 의회식 디베이트의 주제로 제시된 것을 보자. * 검열은 어느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 환경 보호를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해야 한다. * 거대 정부는 필요치 않다. 의회식 디베이트 형식이 영국 의회의 활동에 기원을 두고 있다면, 미국 의회의 활동에 기원을 둔 별도의 디베이트 형식도 있다. 바로 미국의회식 디베이트(Congress Debate)다. 이는 NFL에서 1938년부터 다뤄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등학생 디베이트에 확산된 것은, 최근 10~20년 사이의 일이다. 이 디베이트는 학생의회 디베이트(Student Congress Debate) 혹은 입법 디베이트(Legislative Debate)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회식 디베이트 참가 학생은 미국 의회에 제출된 법안을 대하는 자세로 주어진 주제에 대한 조사를 통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개진하게 된다. 참가 학생들은 이 디베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 의회 활동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대회가 열리게 되면 사전에 안건이 제시된다. 참가 학생들은 이 안건에 관련된 리서치를 통해 이 안건의 타당성 혹은 부당성과 관련된 논리를 세워나가게 된다. 미국의회식 디베이트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 진행방법은 미국 의회를 모델로 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되는 용어나 절차가 한국 사람에게는 어색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학생들이 한국말을 사용하여 하는 디베이트로는 부적당한 측면이 있다. 둘째,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디베이트다. 10명에서 30명 사이가 참가한다. 셋째, 그 진행방법과 시간은 다양하다. 크게 봐서는 도입(Introduction), 논쟁(Contentions), 종결(Conclusion)로 구성되어 있다. 도입에서는 법안이 필요한 근거를 제시하며 법안 통과를 위한 논리를 제시한다. 논쟁에서는 법안에 대한 찬성 및 반대의 근거를 제시하며 발표해야 한다. 종결에서는 결론을 제시한다. 넷째, 이 디베이트 형식에는 다른 디베이트 형식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임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먼저 주재자(Presiding officer). 주재자는 디베이트 참가 학생들 중에서 투표로 선출되면 의사 진행과정을 이끄는 구실을 한다. 의회 의원(Parliamentarian)이란 역할도 있다. 이는 심판과는 약간 다르게, 전체 진행과정을 돕는 구실을 한다. 주재자에 대한 채점도 한다. 지금까지 영국 의회의 활동과 미국 의회의 활동에 기원을 둔 디베이트 형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 국회 활동을 전범으로 해서 디베이트 포맷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 국회가 대외적으로 보여준 이미지 때문이다. 작년 말 신문 보도를 보니 한국의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몸싸움 장면이 <월스트리트 저널>(WSJ)에서 선정한 ‘2010 올해의 사진’에 꼽혔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 바람에 얼마 전에는 어느 정당 젊은 국회의원들이 ‘다시는 이런 국회 문화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디베이트 교육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특히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모두 디베이트 교육을 시켜야 한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훈련, 자기 말을 설득력 있게 하는 능력, 규칙을 지키는 훈련, 승부에 승복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자라나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될 때 한국 사회가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바뀌어 좋은 디베이트 형식을 만들어내는 산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지난달 열린 아하 한겨레 디베이트 캠프에서 우수학생으로 뽑혀 디베이트 시연을 보이고 있는 학생들. 사진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제공
찬성팀 대표(Prime Minister) 7분. 총리는 자신의 입장을 3가지 정도의 포인트로 정리해서 개진한다. 반대팀 대표(Leader of the Opposition) 8분. 반대팀 대표가 등장하여 상대방 입장에 대한 반박과 더불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찬성팀 멤버(Member of the Government) 8분. 정부 멤버가 등장하여 반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고, 추가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반대팀 멤버(Member of the Opposition) 8분. 반대팀 멤버가 등장하여 추가로 상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고 추가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반대팀 대표(Leader of the Opposition Rebuttal) 4분. 반대팀 대표가 다시 나와 추가로 상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며 자신의 입장이 옳음을 강조한다. 이때는 가장 중요한 점을 중심으로 강조한다. 찬성팀 대표(Prime Minister Rebuttal) 5분. 총리가 다시 나와 추가로 상대편 입장에 대해 반박하며 자신의 입장이 옳음을 강조한다. 이때는 가장 중요한 점을 중심으로 강조한다. 이상의 시간을 모두 합하면 40분이 된다. 각 순서는 비교적 간단하고, 또 각 순서에 할애되는 시간이 다른 디베이트 형식에 비해 긴 점을 주목하자. 이 디베이트 형식을 선호하는 학생들은 “이 디베이트 포맷의 구성과 시간 배분 특성으로 볼 때 참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디베이트 전략을 짤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한다. 앞서 디베이트 형식의 백미는 교차질의/교차조사와 반박이라고 했다. 그런데 의회식 디베이트 형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박은 있으되, 교차질의/교차조사 순서는 없다. 어찌된 일일까? 의회식 디베이트 형식에는 보충질의(POI, Point of Information)란 절차가 있다. 발언하고 있는데, 상대방에서 중간에 간단한 질문/발언을 요청하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 의사를 표현하거나 말로 할 수도 있다. 발언하고 있던 쪽에서는 이 요청을 들어줄 수도, 무시할 수도 있다. 그 발언 시간만큼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요청을 모두 무시하게 되면 심판이나 청중에게 무언가 자신없어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해서 대개는 1번의 스피치에서 두세번 정도 보충질의를 받아들인다. 이 순서가 다른 디베이트 형식의 교차조사/교차질의 구실을 하게 된다. 보충질의는 반박 시간, 그리고 스피치 시간의 앞뒤 1분 사이에는 할 수 없다. 참고로, 그동안 미국에서 의회식 디베이트의 주제로 제시된 것을 보자. * 검열은 어느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 환경 보호를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해야 한다. * 거대 정부는 필요치 않다. 의회식 디베이트 형식이 영국 의회의 활동에 기원을 두고 있다면, 미국 의회의 활동에 기원을 둔 별도의 디베이트 형식도 있다. 바로 미국의회식 디베이트(Congress Debate)다. 이는 NFL에서 1938년부터 다뤄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등학생 디베이트에 확산된 것은, 최근 10~20년 사이의 일이다. 이 디베이트는 학생의회 디베이트(Student Congress Debate) 혹은 입법 디베이트(Legislative Debate)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회식 디베이트 참가 학생은 미국 의회에 제출된 법안을 대하는 자세로 주어진 주제에 대한 조사를 통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개진하게 된다. 참가 학생들은 이 디베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 의회 활동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대회가 열리게 되면 사전에 안건이 제시된다. 참가 학생들은 이 안건에 관련된 리서치를 통해 이 안건의 타당성 혹은 부당성과 관련된 논리를 세워나가게 된다. 미국의회식 디베이트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 진행방법은 미국 의회를 모델로 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되는 용어나 절차가 한국 사람에게는 어색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학생들이 한국말을 사용하여 하는 디베이트로는 부적당한 측면이 있다. 둘째,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디베이트다. 10명에서 30명 사이가 참가한다. 셋째, 그 진행방법과 시간은 다양하다. 크게 봐서는 도입(Introduction), 논쟁(Contentions), 종결(Conclusion)로 구성되어 있다. 도입에서는 법안이 필요한 근거를 제시하며 법안 통과를 위한 논리를 제시한다. 논쟁에서는 법안에 대한 찬성 및 반대의 근거를 제시하며 발표해야 한다. 종결에서는 결론을 제시한다. 넷째, 이 디베이트 형식에는 다른 디베이트 형식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임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먼저 주재자(Presiding officer). 주재자는 디베이트 참가 학생들 중에서 투표로 선출되면 의사 진행과정을 이끄는 구실을 한다. 의회 의원(Parliamentarian)이란 역할도 있다. 이는 심판과는 약간 다르게, 전체 진행과정을 돕는 구실을 한다. 주재자에 대한 채점도 한다. 지금까지 영국 의회의 활동과 미국 의회의 활동에 기원을 둔 디베이트 형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 국회 활동을 전범으로 해서 디베이트 포맷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 국회가 대외적으로 보여준 이미지 때문이다. 작년 말 신문 보도를 보니 한국의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몸싸움 장면이 <월스트리트 저널>(WSJ)에서 선정한 ‘2010 올해의 사진’에 꼽혔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 바람에 얼마 전에는 어느 정당 젊은 국회의원들이 ‘다시는 이런 국회 문화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디베이트 교육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특히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모두 디베이트 교육을 시켜야 한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훈련, 자기 말을 설득력 있게 하는 능력, 규칙을 지키는 훈련, 승부에 승복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자라나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될 때 한국 사회가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바뀌어 좋은 디베이트 형식을 만들어내는 산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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