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등 4곳, 교과부 허용 방침에 반기
학생들에 대한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최근 발효됐지만, 현재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서울·경기·강원·전북 등 4개 시·도 교육청은 앞으로도 간접 체벌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3일 “경기 지역 모든 초·중·고교의 학교규칙(학칙)은 지난해 체벌을 전면 금지한 학생인권조례에 부합하도록 이미 개정을 마친 상태”라며 “만일 일부 학교장이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학칙을 재개정해 교육감에게 인가를 요청할 경우, 장학 지도 등을 통해 학교장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위법인 시행령이 개정됐으므로 학생인권조례도 그에 맞게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학생 인권과 같은 기본권은 상위법에서 하위법으로 내려가면서 보장 범위를 확대해도 된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조례 역시 법적 구속력을 지니므로 조례와 어긋나는 학칙을 정할 경우 행정·재정적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열어 ‘(학생들을 훈육·훈계할 때)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도구 등을 이용하지 않는 간접적인 체벌은 허용한 것이다. 이 시행령은 지난 18일 발효됐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학생인권조례가 시행중인 경기와 마찬가지로 간접 체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이 금지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교 학칙에서 체벌을 허용한 조항을 삭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행령이 발효됨에 따라 일선 학교가 삭제된 체벌 관련 조항을 되살릴 수 있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체벌을 허용하는 학칙을 제출할 경우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활용해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도 이미 지난해 11월 모든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학교생활규정 기본안’을 발표하고 모든 초·중·고교의 ‘학교생활규정’에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도록 한 바 있다. 최승룡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지난해 12월까지 도내 모든 초·중·고교가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으로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 역시 4월까지 학교생활규정에 체벌 금지를 명문화할 것을 초·중·고교에 권고했다. 학교생활규정은 학칙에 기본적인 사항만 규정된 학생의 학교생활이나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학교문화과 관계자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생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학교 구성원이 학칙에 정하도록 자율권을 보장한 게 핵심”이라며 “만일 학교장이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교육적인 벌’을 허용하는 학칙의 인가를 요청했는데 이를 교육청 방침에 어긋난다며 인가해 주지 않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간접 체벌 허용을 막는 시·도 교육청에 대해 별도의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누리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간사는 “‘교육적인 벌’을 언급하면서 간접 체벌 논란을 키울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학생인권 보장 대책을 내놓는 것이 교과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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