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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휘력’, 엄마와 대화하며 늘려요

등록 2011-03-28 09:24

엄마 스스로 책을 읽으며 아이와 대화의 폭을 넓혀 가야 한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엄마 스스로 책을 읽으며 아이와 대화의 폭을 넓혀 가야 한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함께하는 교육] 기획/
부모의 학력·경제력 차이
‘국어 실력’ 격차로 이어져
신문기사를 주제로 대화도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05년부터였다. 부모의 학력·경제력 수준에 따라 자녀의 영어 실력에도 격차가 생기고, 그것이 자녀의 장래 소득 수준을 결정지어 빈부 격차가 대물림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각 가정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현 정권 인수위원장이던 모 인사가 이른바 ‘어륀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것도 그 와중에 발생한 에피소드였다. 물론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고 해서 영어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어로 인한 빈부 격차의 대물림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만은 우리 사회가 공유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가 영어에 집중하는 사이, ‘한글 디바이드’(Korean Divide)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를 보면 초등학생 국어 실력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다. 초·중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의 국어 실력 양극화다. 다문화가정 이야기가 아니다. 초등 6학년 한 반에 성인 수준의 책을 줄줄 읽는 학생과, 만화책에만 빠져 있는 학생이 공존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격차가 생겨나는 걸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 두 가지 자료를 보면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지난해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수능 성적 분석 자료를 보면, 수능 언어영역 1·2등급 비율은 ①부모의 학력 ②동네의 집값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둘째, 2009년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자녀의 언어능력은 부모의 소득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아동이 구사하는 어휘 수준에 큰 격차가 있었다. 일반 가정 아동에 견줘 빈곤 가정 아동의 어휘력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상의 자료를 살펴보면, 부모의 학력·경제력 격차가 자녀의 언어능력, 특히 언어능력의 기본인 어휘력 격차의 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수능과 논술시험 출제 경향을 보면, 이른바 통섭형 인재를 길러내자는 취지로 독해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이 독해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인지 각종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을 둘러보면 어휘력 부족을 호소하는 고3 수험생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대학 입시 이후에도 공무원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린 시절 뒤처진 어휘력이 평생 자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 디바이드’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자녀의 학력 격차 발생 원인 중에는 사회구조적인 요소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당장 완벽히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다만 가정·환경적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하며, 교육 전문가들마다 나름의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니 지면의 한계를 고려해, 필자는 어휘력 향상을 위한 독서 지도법 위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의 학력·경제력 변수보다도 아이의 학습능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엄마의 노력이다. 여기서 엄마의 노력이란 치맛바람을 일으키라는 뜻이 아니다. 흔히들 어휘력과 사고력을 키우려면 독서가 최고라 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해야 자녀 스스로 독서에 재미를 느끼고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갖게 하느냐는 것이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바로 엄마가 아이의 수준 높은 대화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원래 책보다도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어휘를 접할 뿐 아니라,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니 엄마 스스로 책을 읽으며 아이와 대화의 폭을 넓혀 가야 한다. 매일의 신문기사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끊임없이 자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녀가 책을 통해 지적 갈증을 해소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서는 어휘의 사전적 의미 외에도 문맥상 쓰임새를 이해해야 하지만, 엄마와의 대화는 자녀가 책에서 배운 어휘를 활용하는 좋은 창구가 되므로 독후감도 굳이 강요할 필요가 없다.

자녀가 책을 읽고 스스로 학습할 시간적·체력적 여유가 있는지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어린 학생들이 매일 학원을 3~4개씩 다니다 보면, 정작 스스로 학습할 시간도 없고 체력도 달릴 수밖에 없다. 불요불급한 학원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책을 읽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자녀의 지적 발달 수준에 맞는 양질의 책을 접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학생들 간 국어 실력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청소년용 도서라면 재미와 지식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려운 주제라도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이라면 자연스레 독서의 재미에 눈뜨게 해주고, 어휘력도 향상시켜줄 수 있다.

교육 정책적으로는 방과후 학교나 재량활동 시간을 통해 독서 토론 수업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맞벌이가정은 외벌이가정에 견줘 엄마가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일선 학교에서는 기존의 획일적인 독서 동아리 활동 대신 학년에 구애받지 말고 학생 개인별 수준에 맞는 독서 클럽을 여러 개 병행 운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한다.

서보건 <십대를 위한 재미있는 어휘교과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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