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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상적 토론 연습에는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이 적당

등록 2011-03-28 09:31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함께하는 교육]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
팀워크 훈련, 다양한 주제 섭렵, 교육 목적 등
1석3조 효과로 다른 포맷에도 적응 대비 가능
11. 저학년 학생들에게 좋은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

12. 우리 아이, 어떤 디베이트 형식으로 토론하는 것이 좋을까?

13.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이번에 한국에 와서 여러 교육기관을 방문하고 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디베이트 관련 소식들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토론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반가웠다. 그래서 몇몇 군데를 방문해보거나 실제로 웹사이트에 들어가보기도 했다. 토론에 심혈을 기울이는 디베이트 리더들도 만나봤다. 뜻깊은 만남이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조금 실망했다. 예를 들어 영어학원마다 디베이트를 한다고 표방하는 곳이 잔뜩 늘었다. 하지만 어떤 곳은 내가 “어떤 디베이트 포맷으로 디베이트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글쎄요… 디베이트 포맷이 뭐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이런 클래스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날그날 주어진 주제로 자유롭게 말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디베이트가 한 주제를 놓고 찬반으로 나눠 상대방을 설득하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함께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요체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지금까지 우리는 현재 진행되는 주요 디베이트 형식을 살펴보았다. 이 중 어떤 디베이트 포맷을 택하는 게 좋을까?


먼저 우리가 원하는 디베이트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자. 이를 고려해서 어떤 디베이트 포맷을 선택할지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올 것 같다.

첫째, 우리는 현재 초·중·고 학생을 위한 디베이트를 생각하고 있다. 대학생 디베이트도 가능하지만 이는 우선 논외로 한다. 한창 배우는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교육적인 목적으로 여럿이 모여 디베이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소수만 참여하는 디베이트도 아니다. 가급적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디베이트라야 한다.

둘째, 우리는 매주 진행되는 디베이트를 생각하고 있다. 1년에 한번 대회를 치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매주 꾸준한 디베이트 활동을 해야만 앞서 말한 다양한 디베이트 효과가 가능하다.

셋째, 우리는 다양한 디베이트 주제를 섭렵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안목을 넓히게 된다.

디베이트가 끝난 다음에 에세이를 써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신나게 쓴다. 디베이트 과정에서 논리를 이미 만들어봤고, 또 글로 쓰고 싶은 욕구도 생기기 때문이다. 사진은 디베이트 캠프에서 디베이트 후속작업으로 에세이를 쓰고 있는 학생들.  사진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제공
디베이트가 끝난 다음에 에세이를 써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신나게 쓴다. 디베이트 과정에서 논리를 이미 만들어봤고, 또 글로 쓰고 싶은 욕구도 생기기 때문이다. 사진은 디베이트 캠프에서 디베이트 후속작업으로 에세이를 쓰고 있는 학생들. 사진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제공

결국 ①교육적인 목적으로 ②초·중·고 학생들이 여럿이 ③매주 모여 ④다양한 주제를 섭렵하는 디베이트다. 이런 목적이라면 당연히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를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링컨 더글러스 디베이트 포맷은 1:1로 진행된다. 이런 1:1 구조보다는 2:2 구조가 팀워크를 훈련하는 데 좋다. 또 이래야만 좀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디베이트 클래스를 구성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다른 디베이트 포맷으로 훈련하다가, 대회에 임박해서, 링컨 더글러스 디베이트 부문에 도전하고 싶은 학생들이 별도로 연습해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 좋다. 매주 하는 디베이트 포맷으로 링컨 더글러스 디베이트를 택하는 것은 무리다.

의회식 토론은 디베이트에 임박해서 디베이트 주제를 공개한다는 점이 제약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베이트는 매주 학생들이 교육적인 목적으로 디베이트를 하는 것이다. 리서치 활동도 중요한 공부가 되고, 팀워크 활동도 큰 공부가 된다. 그러자면 사전에 주제를 제시해 학생들이 미리 주제에 대해 리서치하고 연구해 올 시간을 주는 것이 옳다. 또 개인 생각들을 팀별 활동을 통해 충분히 나눠 팀별 전략을 짜는 동안 팀워크 훈련을 하도록 하는 게 옳다. 의회식 토론이 매주 하는 디베이트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이는 대회에서 채택하는 게 좋다. 이런 식으로 대회 직전 주제를 공개하면 잡음의 소지가 적어지고,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기량을 공평하게 비교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폴리시 디베이트는 주제를 1년에 한가지씩만 제시한다는 점에서 무리다. 어떤 주제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1년 내내 같은 주제로만 공부하라고 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또 말할 때, 들을 때, 반박할 때 한시도 쉴 틈 없이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에게 60~90분씩 디베이트를 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고학년 학생 또는 대학생을 위한 디베이트 대회 포맷으로 적당하다. 미국 의회식 디베이트는 지나치게 미국 의회의 특징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살지 않는 학생들이 이를 따라서 하려면 절차나 용어에서 너무 어색하다.

결국 답은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가 된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는 일반 청중들이 앞에 있는 것을 상정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용어로, 설득력 있게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디베이트 포맷에 교차질의, 반박, 요약, 파이널 포커스 등 다양한 형식이 마련되어 있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제가 다양해 폭넓은 디베이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초·중·고 학생들이 매주 하는 디베이트라면 당연히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에서 디베이트할 때도 이 포맷을 채택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포맷으로 디베이트를 확산하려고 한다.

여담이다. 어떤 사람은, 늘 한가지 디베이트 포맷만 연습하면, 나중에 다른 포맷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한다. 내가 그동안의 경험을 볼 때 그런 걱정은 기우 같다. 어떤 디베이트든지 목표는 ‘비판적 사고력 향상’이다. 이 목표는 어떤 디베이트 포맷을 선택하든지 가능하다. 결국 ‘비판적 사고력’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다면 이를 다른 포맷으로 바꾸는 건 어렵지 않다. 마치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된다면 그 자전거가 산악자전거인지, 로드바이크인지 적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으로 평소에 연습하다가 대회에 임박해서 각 디베이트 포맷을 연습하면 된다.

다음은 미국 엔에프엘(NFL)에서 그동안 발표해왔던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주제들이다. 이런 방대한 주제들을 우리 자녀들이 성장기에 접하면서 디베이트를 통해 심화학습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너무 그럴듯하지 않은가?

● 민항기 조종사는 조종석에 무기를 두어야 한다.
●의 세제감면 정책을 영구화해야 한다.
● 연방정부는 ‘북극 국립 야생 보호지역’(the Arctic National Wildlife Reserve)에서 석유 탐사를 허가해야 한다.
● 미국 대학 내에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적극적 차별철폐조처)을 실행해서는 안 된다.
● 의료 과실로 인한 피해 보상은 25만달러로 제한해야 한다.
● 미국은 이라크 재건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
● 미국은 국제평화 유지에 관해 유엔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 의회는 ‘낙제 학생 방지법’(the No Child Left Behind Act)을 폐지해야 한다.
● 미국은 대테러 전쟁에서 지고 있다.
● 미국인들은 판권이 있는 미디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해야 한다.
● 미국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일반 의료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 영어를 미국의 공식 국어로 해야 한다.
● 미국에서 여론조사는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 기업의 아웃소싱은 미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
● 미국 헌법은 대법관의 법적 정년을 정하도록 개헌되어야 한다.
● 미국에서 현행 연방 소득세 시스템은 균일 소득세로 대체돼야 한다.
● 학생의 적성은 표준 테스트를 통해서 평가돼야 한다.
● 미국은 불법 체류자에게 초청 노동자 비자(Guest worker visa)를 발행해야 한다.
● 미국 공립고등학교에 ‘선택권’이 요구된다면, 정부의 재정지원은 대입교육보다 직업교육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 유엔은 전세계 대테러전에서 지휘하고 이끄는 주요 기구가 돼야 한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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