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교사·학부모간 ‘벽’ 씁슬

등록 2005-07-03 14:48수정 2005-07-03 14:48

격의 없는 소통 아쉬워

담임 선생님과 소주 한잔 하기도 어려운 삭막한 교육 현장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면, 부담스러워하며 정중하게 만남을 거절하고 맙니다. 서로가 갖는 부담의 장벽 때문에 학교 한번 찾아가지 못한 채 1년을 넘겨 버리는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한두 명의 자녀만 낳아 애지중지 키우는 지금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 간의 친밀도는 더 높아졌나요? 치맛바람과 촌지, 학교 발전 기금으로 얼룩지고 이를 뿌리뽑으려는 교육 당국의 강력한 지시는 필연적 결과지요. 공교육이 무너지고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학원으로 보내집니다. 자녀에게 지나친 애정을 표현하는 몇몇 학부모들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일부 선생님들 때문에 교육 현장은 일그러지고 있습니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 학부모, 학생이라고 합니다. 교육의 세 주체 간에 격의 없는 의사소통, 서로 간에 믿음과 사랑 없이 어떻게 인성 교육, 참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농촌에서 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오신다고 해 며칠 전부터 혼자 청소를 열심히 했고, 마침내 선생님께서 오시자 부모님은 농사 일손을 잠시 놓고 정성스레 구운 생선 한 마리와 따뜻한 밥 한 그릇, 시원한 냉국으로 밥상을 내왔습니다. 난 마당에서 노심초사하며 부모님과 선생님의 이야기에 마음 졸였고…. 한참 뒤 선생님은 유쾌하게 웃으시며 부모님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시고는 나의 어깨를 두드리시며 떠났습니다.

가난했던 그 시절 선생님과 부모님은 가정방문으로, 따뜻한 밥 한 그릇과 생선 한 조각으로 믿음과 정을 나누었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을 마음 속 깊이 키웠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청은 스승의 날 학부모들이 보내는 선물이나 촌지를 받지 말라고 학교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식사 대접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도 보냈습니다. 교육청은 선생님이 선물을 몰래 받으면 징계 조처를 내리겠다며 ‘함정 암행감찰’까지 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에 선생님들은 괜히 위축되고 씁쓸해질 겁니다. 학부모들도 안타깝습니다. 어느 선생님의 푸념이 생각납니다. “떠들썩하게 선생님들을 몰아세우며, 울적하게 만드는 스승의 날은 차라리 없애는 것이 좋겠다.”

이제 우리를 가로막는 교육 현장의 장벽들을 걷어내기 위해 교육 당국과 선생님, 학부모가 힘과 지혜를 모아 갔으면 합니다. 선생님과 학부모가 친해야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선생님과 학부모 간에 쌓인 믿음 속에 아이들도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며,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우리 모두의 희망으로 자라나지 않을까요? 강경식/제주 남광초등학교 학부모회 부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