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공청·토론회 명시 공문…학운위서 의결권 없어 효과 의문
앞으로 학교규칙(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학교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학교문화과 관계자는 3일 “지난달 18일 공포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위원회 설치 등 제·개정 절차와 방법을 안내한 공문을 지난달 31일 시·도교육청에 보냈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보낸 공문을 보면, 학칙을 제·개정하려면 학생·학부모·교원으로 구성된 ‘학교생활규정 제·개정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또 이 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학생과 학부모가 위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했다. 위원회가 만든 학칙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공포된다.
공청회와 토론회 등 의견 수렴 절차도 명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합의가 쉬운 사안에 대해서는 굳이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두발, 복장, 상벌점제 등 의견의 차이가 크거나 쟁점이 되는 사안은 반드시 구성원의 합의를 모으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학칙 제·개정 절차를 안내함에 따라 전국의 모든 학교가 학칙 재정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경기와 서울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나 체벌 전면 금지 지침 등을 통해 이미 학칙 정비를 끝냈다고 주장하지만, 시행령 개정 이전에 이뤄진 일이라 개정의 취지가 반영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다시 고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시행령이 개정됐으므로 일선 학교들이 ‘훈육·훈계 등의 지도방법’과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사항’을 학칙에 새롭게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가 시행령이 정한 대로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간접 체벌을 허용하거나 두발·복장을 규제하는 학칙을 정할 경우,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나 지침을 근거로 이를 규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누리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간사는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학칙 개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도, 학운위에서는 학생 대표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부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두발·복장 규제와 체벌 허용에 찬성하는 등 학교 문화가 여전히 보수적인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나 체벌 금지 지침은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